분단 한국 영화의 새로운 시대
윤종빈 감독은 <용서받지 못한 자>라는 한국 독립영화 의 뜨거운 화제작을 연출한 후 10년이 넘는 세월
한국의 남성과 사회와의 관계를 섬세하면서도 규모감있게 다뤄온 감독입니다
그러한 윤종빈 감독이 90년대 초 북한의 핵위기 당시
한국 국정원의 북파공작원 작전을 다룬 영화 <공작>으로 돌아왔습니다
올해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서도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인데요
그 화제성만큼 탁월한 작품이었습니다
비슷한 분단영화들이 반복되오던 한국분단영화에 단비같은 장르물
비극적인 역사나 정치적인 상황이 현실에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시대의 비극은 좋은 영화를 선물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분단 국가였던 한국에 좋은 '분단 소재 영화'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물음표가 듭니다
한계가 있는 장르물이지만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서막이었던 <쉬리>가 거둔 성취
<공동경비구역 JSA> 같은 초기의 작품들이 거둔 성취
6.25를 다룬 적지 않은 영화들 중에서도
<고지전>이나 <웰컴 투 동막골> 정도를 제외하고는 좋은 영화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북파공작원, 혹은 <의형제>처럼 남한으로 온 북한의 공작원을 다룬 작품도
'우정물'로 마무리되는 '용두사미'를 반복했었으니까요
<공작>은 한국의 특수한 정치적 상황을 입체적으로 다룬 작품이기에 독보적인 성취가 빛나는 작품입니다
그 이유는 냉전 체제의 붕괴 이후
'김일성의 죽음 -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 시대 -'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남북관계는
'좋은 줄만 알았던 일이 꼭 좋은 일이 아니었고, 나쁜 줄만 알았던 일이 미묘한 상황이었습니다'
미국, 러시아(구소련), 중국 등의 국가들도 '특수한 상황'에서 누리는 반사이익을 누렸었는데
북한의 군사도발로 인해 조성되는 긴장감이 '현재의 야당'
(구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감안한다면 신한국당-한나라당 등])의 표가 되었고
구 안기부는 반사이익을 거뒀으니까요..
90년대 탈냉전시대이후 남북관계는 '반달'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에서 윤종빈 감독이 강조한 '반달''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조폭과 세금공무원', '가부장제와 권위를 신봉하면서도' 미묘하게 삐딱한 인물 최익현(최민식)은
성실하게 공무원 생활을 합니다
그 '성실함'이라 함은 '내가 느그 서장이랑 밥 먹고... 사우나도 가고.. 다 했어 임마'라고
뻔뻔하게 소리칠 수 있을만큼의 성실함인데요
도덕, 근면, 성실을 강조해야하는 세금공무원의 '조폭과 공무원 사이 반달 같은 매력'은
비뚤어진 시대 (군사독재 시대가 마무리되는 시대)와 마약, 칼부림을 일삼는 대형조직폭력배들과
전쟁을 하는 공권력의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하고 불분명한 시대입니다
즉 윤종빈 감독은 시대와 체제의 습성 때문에 길들여지는 한국 남성의 본성을
세밀하게 포착하면서도 거시적으로 '시대와 국가의 단면'을 이야기하게 하는데...
<공작>은 한국정치사상 처음으로 당시 야당이던 故 김대중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시기의 습성과
안기부가 전근대적인 유물이기 때문에 없어질지도 모르는 미묘한 위기가 매우 다층적으로 그려져
남북문제를 다룬 한국영화 중 독보적인 성취를 거두었습니다.
이러한 <공작>은 기존의 한국 '분단 소재', '남북문제'를 다룬 장르물에 비해 사실적인 묘사를 강조하며
화려한 감성을 배제하려고 노력한 첩보물에 가깝습니다
영화적으로는 스파이의 활동을 사실적으로 다루는 에스피오나지 장르물에 가깝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같은 작품이 에스피오나지 장르물의 색채를 따르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윤종빈 감독이 꾸준히 뛰어난 성취를 거둬온 '한국의 체제와 한국의 남성'에 관한 관찰과 탐구가
의외로 한국영화가 미진한 분야였던 '분단'장르물과 만나 인상적인 성취를 거뒀습니다
<공작>리뷰를 마무리합니다
<공작> ★★★★☆ 9
윤종빈 감독은 자신이 꾸준히 탐구해온 남성과 체제와의 관계를
성수기에 어울리는 장르물에 자신의 탐구의식을 다하여 섬세하면서도 원대하게 채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