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가 왜 여기서 나와?

성향은 직장에서도 중요해

by Earnest

며칠 전 링크드 인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직장인은 일을 잘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감정적, 정서적 능력과 같은 대인관계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을 잘하는 것이 실력이고 직장인의 본질이긴 하지만, 본인이 혼자 일하는 게 아니라면, 자신을 적절히 어필하고 주변 사람들을 설득, 처신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상사를 고객처럼 생각하고, 그를 성공시켜야 내가 성공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것. 선호하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찾고 이를 채워주려고 노력하라는 주옥같은 글이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꼰대처럼 들리는 말일지 모르지만, 사실 나는 이 글에 깊이 동감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래서 어떻게 하는 건데?


일단 처음 감정적, 정서적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혼자 고민했던 부분은, 왜 항상 T만 F를 배려해야 하지? (왜 F는 T를 그 자체로 받아줄 수 없을까?), 혹은, 회사에서는 감정은 덜고 일만 잘하면 안 되나? 이는 내가 T로 살면서 대인 관계 능력을 길러보겠다고 F를 배려한 가짜 감정을 쥐어짜다가 들었던 생각이다. 가짜 감정이라고 하기엔 조금 극단적일 수도 있지만, F가 바라는 감정적인 부분은 T의 뇌에서 아예 고려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즉, '이렇게 말하면 섭섭할까?' 필터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생각했을 때 알맞을 법한 말"들을 덧붙이다 보니 내 뇌는 어느 순간 과부하가 걸리고 만다. 가슴에서 우러난 말이 아니다 보니 내가 말하면서도 억지스럽고, 상대방도 나의 이런 모습을 알아챌 것 같아 심장이 두근두근하다. 이런 실패를 겪고 보니, 왜 거꾸로 F가 T를 이해해 주는 것은 선택지에 없는 건지 궁금했던 차인데, 저 글을 보니 시원하게 이해가 됐다.


식당은 음식이 맛있어야 할 뿐 아니라, 서비스도 좋아야 하고, 위생상태도 좋아야 한다. 즉, 서비스와 위생상태는 식당이 가져야 할 본질(맛)에는 해당되지 않을지라도, 고객을 만족시키는데 중요한 자질이며, 아주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라면 식당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점. 바로 와닿았다. 이로써 대인관계를 고려한 '마음에 없는' 말을 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덜 수 있었다.


그렇지만 다음 문장은 아직도 어렵다. 상사가 원하는 것을 채워주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냐 하겠지만, 내 상사는 상당히 관계지향적이고 말을 공손하게 하시는 분이었다. 그 말인즉슨, 내게 피드백을 줄 때도 내 마음이 상하지 않게 노력하시는 분이었는데, 그게 오히려 내가 그녀를 파악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팀장이 된 첫해, 팀장 고과에서 팀장 중 가장 하위 고과를 받았다. 그래서 이유가 무엇인지, 혹시 어떤 부분을 개선하면 좋을지를 물었고, 그녀는 '올해 팀장으로 승진했으니까, 기존 팀장들에게 더 좋은 고과를 줬어요'라고 했다. 그래서 혹시라도 그 외에 내가 어떤 부분을 개선했으면 좋겠냐고 했더니, '정말 그런 거 없다. 잘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다음 해에도 최하 고과를 수령했다. 이유를 물었고, 지난해와 비슷한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즉, 내가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한 객관적인 피드백이 없었다. 대충 '열심히 해주는 것은 알고 있고 고맙다. 이해해 달라'. 그런 수준의 말이었다. 처음엔 이게 뭐가 문제인지 몰랐다. 나도 팀장이 되고 보니 팀원들에게 어쩔 수 없이 이런 말을 하는 게 고통스럽기도 해서, 내 상사도 그런가 보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녀는 관계지향적인 태도로 좋은 사람을 자처하긴 했어도, 내가 발전할 기회는 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객관적인 지표를 떠나서, 평가는 상사의 입맛에 따라 주어지는 것인데, 입맛을 파악할 수 없게 항상 좋은 말만 해주다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감정적인 말을 못 해서, 내 상사는 객관적인 말을 못 해서 고생이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객관적인 말을 듣고 싶은 사람인데 내 상사는 그걸 못해서 문제인 걸까? 내가 F인 사람이라면 고과를 낮게 받을지언정 내 상사를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슈퍼 T인걸. 리더는 참 어렵다. 누구는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게 조심해야 하고, 누구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줘야 하다니. 밀당도 아니고, 팀원의 입맛을 맞춘다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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