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운명..?
난 새내기 사회인, 이제 6년 차에 접어드는 백수하고픈 한 직장인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든 잊지 못하는 첫 직장이 있다.
들어가는 그 순간부터 나오는 그 날까지 모든 날과 업무가 뇌 속에 뿌리 박혀있다.
아마 아직까지 많은 직장을 안 다녀보아서 그럴 수도 있다.
첫 직장에 들어가게 된 계기가 상당히 이상하고 신기하다.
때는 대학교 학부생 3학년,
복학 이후 2학년 때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학교를 다니는 이유도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도 찾지 못하며 3학년이 되었다.
모두가 군대 다녀오면 정신을 차린다고 했지만, 2학년과 3학년의 나는 똑같았다.
정신을 차리기보단 곧 다가올 현실을 도피하고 싶었다. 학점도 좋지 않았고, 하고 싶은 일도 없었다.
내가 졸업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휴학 혹은 자퇴 등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런 자세로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니, 안 들으니 못한 결과가 나왔다. 더 이상 학교에 있기 싫었고 공부도 하기 싫었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며 구인구직 사이트에 들어갔다.
당시 이력서에 쓸 수 있는 거라곤
1. 고등학교 졸업
2. 대학교 재학 (3학년)
3. 자격증 없음(운전면허증 있음)
4. 군필
5. 영어성적 없음
6. 학회 활동
이게 끝이었다.
지금 돌이켜서 생각해 보면 이런 이력서로 회사에 지원한다는 게 너무 어이가 없다.
하지만 학교를 떠나 실제로 내가 일을 할 수 있는지가 궁금했기에 무턱대고 40~50개의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다.
당연하게도 학부생 3학년은 인턴으로도 뽑히지 않았다. 내가 인사담당자여도 아직 1년 반이나 학교에 다녀야 하는 학생을 뽑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생각했다.
그렇게 방학이 끝나고 2학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OO 인사 담당자 ABC입니다. 지원하신 팀 말고 이런 팀은 혹시 생각 있으신가요?'
이게 뭔 소린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아서 메일이나 문자로 혹시 안내 부탁드려도 괜찮은지 여쭤봤고 답을 받았다.
지원 당시, 아무것도 모르기에 보이는 건 다 지원했다.
어떤 한 회사에 UX라는 부서가 있었고, UX가 무엇인지 찾아본 후에 '아 이런 거군' 하고 바로 지원했다.
하지만 그건 디자인 부서였고, 디자인과 일면식도 없는 나는 디자인 부서에 무턱대고 지원한 멍청이가 되었다.
그런데, 이력서를 받은 디자인 파트장님이 데이터 파트장님께 내 이력서를 전달드리며 이 팀에 더 맞아 보인다는 말이 오갔고 그렇게 인사 담당자한테 나는 연락을 받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면접을 볼 기회가 완성되었다.
최선을 다해 면접에 임했고, 내 팀장님은 나를 뽑아주셨다.
교수님들께는 잘 설명드려 어찌저찌 졸업까지 취업계로 인정받아 졸업도 무사히 하게 되었고,
회사에서는 나름대로 열심히 하며 자격증까지도 취득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던 중, 학부생 때 듣지 못했던 수업들에 후회했고 전공적 지식을 얻고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공부하기 싫어서 취업한다는 애가 공부를 하겠다고 지 발로 대학원에 간다고 하니
이처럼 모순적인 일이 어딨으려나..
하지만 사회인으로 성장시킨 우리 팀장님의 응원에 힘입어 바로 진학을 했고, 아직까지도 나름 열심히(?) 잘 다니고 있다.
직장생활과 대학원 병행은 무척 힘들다. 하지만 둘 다 어렵게 잡은 기회인 만큼 열심히 노력해야 했고, 여러 자격증도 취득하고 이제 어느 정도 일에 눈을 뜬 나는 데이터분석에 더 깊게 몸을 담그게 되었다.
대부분의 20대 사회초년생들에겐 하고 싶은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랬으니. 20대가 아닌 30대가 되어도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성과가 보이고 더 나아가는 것이 느껴진다면 하고 싶은 일로 변화하는 것 같다.
아무것도 없는 시절에도 기회가 주어졌다. 지금은 더 많은 것을 했고 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지 기대된다. 그 기회들을 놓치지 않도록 간절한 마음을 잊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