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담훈 (Jung Dam-Hoon)
그 여름,
서로를 ‘우정’이라 불렀다
사랑도, 미움도 아닌
두 사람 사이
이름 하나쯤 놓을 수 있는 거리
그 안에서 웃고, 기대고,
잠시 쉬었다
한쪽이 먼저 피었다
햇빛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도
무심한 발밑에서 피는
현호색처럼
우정은
물을 너무 줘도
너무 아껴도
쉽게 시드는 감정
한 번쯤
그늘이 되어줬다면
피워준 진심을
밟고 지나치진 않았을 것이다
그날 이후,
서로의 이름은
다시 불리지 않았다
비가 와도 찾지 않았고
다시 피는 일은 없었다
우정은
계절을 타는 마음
여름 내내
시든 꽃잎 위를
아무렇지 않게
걸어간 사람이 있었다
남은 건,
다시 피지 못할
계절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