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의 인생

by 정담훈


✒️ 정담훈 (Jung Dam-Hoon)


《골프공의 인생》

우리는 원래 상자에 담겨 태어났다.
딱딱한 껍데기 안에서 서로를 부딪치며,
"형, 난 언젠가 메이저 대회 나가볼 거야!"
꿈을 꾸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골프장은 현실이었다.
꿈이 아니라, 생존의 무대.

우리는 티 위에 올라선 순간부터 도구였다.
“오늘 잘 부탁해요~”라는 인간의 속삭임을 들으며
이미 예감했다. 오늘도 맞을 각이다.

빠르게, 세게, 정확하게.
스윙 한 번에 우리의 운명은 공중으로 튕겨 올랐다.
“나 먼저 간다~!!”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지만,
내가 원하는 곳으로는 절대 가지 않는다.
항상 인간의 미스샷이 문제다.

어떤 공은 호수에 빠지고,
어떤 공은 벙커에서 3박 4일 리조트 생활을 한다.
“어디야? 왜 안 나와?”
찾는 목소리는 간절하지만,
돌아오는 건 늘 새 공이다.

우리는 인간들의 자존심에 따라 굴러다녔다.
‘파’를 기록하면 환호 속에 주머니로 귀환,
‘더블 보기’ 면 바로 연못행.
혹은 개에게 물려 사라지거나
카트바퀴에 치여 상처 나기도 한다.

그래도 한때는 티칭 프로의 연습 공으로 사랑받았고,
가끔은 고급 클럽의 VIP 손님 손에 들리기도 했다.
물론 그 후, 바로 숲 속으로 실종됐지만.

우리의 삶은 결국,
누군가의 손에 들린 ‘작은 희망’이었다.

하지만 기억하라.
가장 멀리 간 공이,
항상 가장 외롭다는 걸.

그린 위의 외로움은,
벙커 속 모래보다 더 깊고 질척하다.

그래도 우린 다시 굴러간다.
인생이란 그런 거니까.
맞고, 날고, 떨어지고, 또 맞고.

우린 그저,
‘스윙’ 당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고 보면, 인간도 다르지 않다.
누군가의 기대에 맞춰 날아가고,
누군가의 선택에 따라 떨어지고,
가끔은 멀리 가는 것만이 능사인 줄 알다가
홀 근처에서 잊힌다.

결국 우리 모두는,
어디로 튕겨질지 모르는 인생의 골프공이다.


✒️ 정담훈 (Jung Dam-Hoon)

연습장에 갔다가 수많은 골프공을 한참 바라보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