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방을 닫으며

by 정담훈

✒️ 정담훈 (Jung Dam-Hoon)


14화. 비밀의 방을 닫으며


문을 닫는다는 건

단지 공간을 마무리하는 일이 아니라,

어떤 감정을 그 자리에 조용히 눌러두는 일이다.

마치 너무 진한 향수를 한 방울 떨어뜨린 듯,

그 잔향이 서서히 공기 속에서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일처럼.


나는 이 글을 처음 쓸 때

그저 화장실이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사람들이 몰래 삼키고 있던 감정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누군가에겐 아무 일도 아닌 장소지만,

어떤 누군가에겐 하루 중 유일하게 혼자가 되는 장소였고,

어떤 날엔 그곳에 앉아,

참았던 눈물을 혼자 훔치고,

꺼내지 못한 말을 머리로 다시 돌려보며,

조금씩 자기 마음을 정리하던 시간들이 있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밀의 방이라는 제목은

처음엔 그저 상징이었다.

몸을 비우는 공간이면서,

마음을 숨기는 공간이기도 했고,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곳에서야 비로소

우리는 우리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는 그 아이러니를 담고 싶었다.


그 방 안엔 소리가 있었다.

누군가가 흘려보낸 한숨이나,

급히 내린 물소리,

남겨진 흔적을 지우려는 듯 반복되는 움직임 같은 것들이

모두 그 사람의 말 대신 남긴 문장이었고,

그 방의 타일 사이사이엔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한 감정이

마치 빗물처럼 고여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자주 나 자신을 마주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이상하게 맑아지는 마음을 느끼며,

세상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문장을

속으로 조용히 꺼내 읽고,

말없이 다시 삼켜냈다.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 방을 지나간다.

누군가는 무심히,

누군가는 조심스럽게,

누군가는 그 안에서 작은 고백을 하고 나간다.

그리고 문은 닫힌다.

늘 그랬듯, 말없이.


하지만 나는 안다.

문이 닫히는 그 순간에도

감정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그건 공기 속에 남아 있다가

어느 바람에 실려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어느 오후의 냄새에 섞여

불쑥 나를 찾아오기도 한다.


이 글이 다 끝난 지금,

나는 문을 닫으려 한다.

더 쓸 말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될 만큼

당신도 그 방이 어떤 곳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글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나는 모른다.

그저 지나가는 페이지였을 수도 있고,

어느 날 새벽, 혼자 조용히 울 수 있었던 이유가 되었을 수도 있다.


어떤 의미든 상관없다.

그 방은 당신의 것이었고,

그 감정도 당신만의 것이니까.


나는 오늘,

그 방의 문을 조용히 닫는다.

천천히, 소리 나지 않게,

마치 누군가 아직 자고 있는 새벽처럼.


하지만 문이 닫힌다고 해서

그 방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 방은 어디에나 있고,

언제든 열 수 있으며,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들어질 때면

마음속 어딘가에서

다시 그 문을 향해 걸어가게 될 것이다.


그때는 주저하지 말고,

조용히 문을 열고,

그 안에 앉아 있어라.

잠시, 세상과 단절된 그 조용한 공간에서

당신의 감정을 한 번만,

제대로 들여다보아라.


아무도 모르게 울어도 괜찮고,

혼자만의 감정을 흘려보내도 괜찮다.

그 방은 원래 그런 곳이었고,

그 방이 바로, 당신이었다.


그러니 묻는다.


이제 문을 닫을 것인가.

아니면, 다시 열 것인가.


이 글을 다 읽은 지금,

삶이 조금 버겁다면

가끔, 아주 가끔


비밀의 방을 다시 열어보라.


그곳엔 여전히

당신이 말하지 못한 마음 하나가

숨 쉬고 있을 것이다.


-에필로그


당신이 이 여정을 끝까지 함께 걸어주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감사하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당신은 나의 문장을 읽었고,
어쩌면 그 사이사이에
자신의 기억과 마음을 비춰보았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내 글을 읽는 동안,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어쩌면 당신도 그러했기를 바란다.


이제 문은 닫지만,
이 방은 여전히 우리 안에 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읽어준 당신,
머물러준 당신,
기억해준 당신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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