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 이상은

by 정담훈

《언젠가는》 - 이상은

✒️ Written by 정담훈

1993년, 이상은은 앨범 《공무도하가》에 조용히 한 곡을 실었다.
제목은 《언젠가는》.
소리 없이 마음을 덮는 곡,
언젠가 누군가의 새벽을 지켜주게 될 노래.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언젠가’를 견디고 있다.
이 곡은 기다림의 노래가 아니다.
기다림조차 미룰 수밖에 없던 이들에게 남겨진, 오래된 유예의 기도문이다.

새벽 공기처럼 조용히 다가온다.
울부짖지 않고, 감정을 흔들지 않으며,
다만 스스로를 다 태운 재처럼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온도로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기약도 없고 맹세도 없다.
그러나 ‘그럴지도 모른다’는 감각이 삶을 계속하게 만든다.
어딘가에서 이어진다는 믿음, 그것만으로도.

처음 들었을 때 떠오른 것은 멜로디가 아니라 정서였다.
기술보다 체온, 음계보다 숨결.
노래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한 편의 묵상에 가까웠다.

이상은은 어떤 정답도 내놓지 않는다.
그저 묻는다.
잊는다는 건, 정말 잃는 걸까.
혹시 용서하는 방식은 아닐까.

《언젠가는》은 상실의 노래이지만, 상실을 소비하지 않는다.
그리움이 중심이지만, 감정에 기대지 않는다.
이 노래는 ‘그날’을 기다리며 견디는 이들을 위한 임시 거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오늘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를 위한 노래.

수많은 리메이크가 있었다.
SG워너비, 이승환, 박정현…
그러나 가장 오래 남는 건 이상은의 숨소리였다.
기교나 편곡이 아닌, 결핍의 무게로 완성된 노래.




“다시 만나리”는 약속이 아니다.
고요를 견디기 위해 마음속에 새긴 내면의 서약이다.
그날이 올지 아닐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 그날이 필요했을 뿐이다.


✒️ Written by 정담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