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정담훈
오늘 구워볼 부위: 갈비
포용력(包容力 / Embracing Power )
인간의 포용력(包容力, Embracing Power)은
단지 감정을 감싸는 힘이 아니라,
부서진 것을 함께 들고 가는 용기다.
It is the final line of every relationship,
where empathy yields to presence.
포용력은 단순히 넓은 마음이 아니다.
그것은 부서진 것을 함께 들고 가는 용기다.
상처 난 결까지도 내 안에 품어내는 힘이다.
갈비는 뼈에 가장 가까운 고기다.
뼈는 관계의 구조이고, 고기는 그 위에 쌓인 감정이다.
뼈만 남은 관계는 차갑고,
감정만 있는 연결은 쉽게 무너진다.
삶은 그 둘의 마찰과 균형 속에서 겨우 이어진다.
갈비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억지로 당기면 살이 찢기고,
조급하게 굽히면 뼈에 흉터가 남는다.
사람 사이도 그렇다.
함께 붙어 있으면서도 서로 다르고,
그 차이를 존중하지 않으면
끝내 마음에 상처가 남는다.
그래서 필요한 건 시간이다.
불을 줄이고, 온도를 맞추고,
조심스레 뒤집으며 기다리는 인내.
그 과정을 견뎌야만
속까지 온기가 스며든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굳이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함께 있는 시간이 답이 될 때가 있다.
바꾸려 하지 않아도
곁에 있어 주는 순간이
오히려 가장 큰 힘이 되기도 한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어렵다.
가족, 연인, 오래된 인연들.
그들의 감정은
피부보다 더 깊고,
말보다 더 오래 남는다.
때로는 뼈처럼 단단해 부러지기도 하고,
고기처럼 부드럽게 풀어지기도 한다.
결국 오래 곁에 앉아 있는 사람이
상처를 덜 남긴다.
서두르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고,
그저 함께 익어가는 시간을 견뎌주는 사람.
그런 관계만이
끝내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남긴다.
갈비는 포용의 은유다.
포용력은 단지 너그러움이 아니다.
그것은 서로 다름을 견디는 힘이고, 상처를 가볍게 덮는
것이 아니라 그 흉터를 함께 끌어안는 용기다.
다른 질감, 낯선 온도, 때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구조마저 내 안의 질서로 품어내는 성숙.
그 순간 우리는 ‘같음’이 아니라 ‘다름’을
지탱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수용은 단념이 아니다.
포기와 체념이 아니라, 끝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 다름을 내 곁에 두겠다는 선택이다.
서로의 날카로움까지 품어낼 수 있는 내면의 깊이,
그릇의 크기다.
갈비는 오래 굽는다.
조급히 불을 올리면 겉은 금세 타지만, 속은 여전히
차갑고 질기다.
겉만 익히고는 결코 뼈를 들 수 없다.
속까지 천천히 익혀야만 비로소 뼈와 살이 자연스레
분리된다.
사람도 그렇다.
금세 친해지고, 쉽게 가까워진 관계는 겉만 익은
고기처럼 쉽게 흩어진다.
시간이 필요하다.
천천히 불을 줄이고, 기다리고, 뒤집고, 또 기다리는
인내. 그 과정을 견디며 우리는 미움도, 오해도,
서운함도, 끝내는 함께 익혀낸다.
그렇게 오래 구운 관계는 끝내 부드러워지고, 쉽게
찢기지 않는다. 뼈를 들어 올렸을 때 남은 살점마저
고소해지는 것처럼, 긴 시간을 견딘 관계만이
끝내 깊은 맛을 남긴다.
《삼격살》은 인간을 고기의 결로 번역한 기록이었다.
성격과 인격, 자존감과 존재감,
신뢰와 인내, 그리고 내면 깊숙이 감춰진 이중성까지.
우리는 그 모든 결을 불 위에 올려 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남은 단 하나.
그것은 다름 아닌, 포용이었다.
갈비는 뼈와 살이 동시에 남는 고기다.
그래서 오래 남는다.
입에, 기억에, 사람의 가장 깊은 곳에.
삶이란 결국, 뼈까지 끌어안을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익히고, 기다리고, 이해하지 못해도
그대로 품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Epilogue. 불을 끄며
이제 불을 끈다.
한 조각씩 뒤집고, 속을 익히고, 기름이 튈까 조심하며
지켜낸 시간. 그건 고기를 굽는 게 아니라 사람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어떤 고기는 너무 질겨서 끝내
삼키지 못했고, 어떤 감정은 너무 뜨거워서 익기도 전에
타버리곤 했다.
나는 이 글을 쓰며
나를 조금씩 잘라내고, 불 위에 올려 굽고, 한 입 베어 먹어 보았다.
너는 어땠니.
어디에서 껍질을 벗었고,
어디에서 속을 드러냈니.
삼겹살, 앞다리살, 목살, 항정살, 갈매기살, 가브리살, 족발, 그리고 마지막 갈비까지.
이 시리즈는 고기를 말한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나는 사람을 구웠다.
당신도, 나도, 살아온 시간과 상처와 체온을 불판 위에
조용히 눕혀두었을 뿐이다.
이제 불을 끈다.
남은 건 약간의 연기, 그리고 네 마음에 남았기를
바라는 온기 하나.
긴 굽기의 시간에 함께해 줘서 고맙다.
당신이 옆에 앉아 있었다는 사실이 이 시리즈의 마지막
한점이다. 고기를 굽는 척하면서, 사실은 마음을 익히고
있었다. 당신의 감정과 나의 문장이 어딘가에서 은근히
닿았기를 바란다.
글: 정담훈 | 시리즈명: 삼격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