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만난 나의 조용한 고백
✒️ 정담훈 (Jung Dam-Hoon)
1화. 프롤로그
화장실에서 만난 나의 조용한 고백
우리는 매일 바쁘게 산다.
앉을 틈도 없이,
멈출 여유도 없이,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며,
정작 나 자신은 가장 멀리 두고 살아간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고 정직한 방이 하나 있다.
그 누구도 따라오지 않고,
그 어떤 역할도 따라 들어오지 않는 곳.
바로 화장실이다.
그곳은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공간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들면서도
우리는 이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우리는
오직 ‘나’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방엔
권력도, 지위도, 사회적 계급도 필요 없다.
명함도, 직책도, 팔로워 수도
그 순간만큼은 무의미하다.
바지를 내리고 앉는 순간,
우리는 누구도 아닌
가장 본연의 인간으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나는 울기도 했고,
웃기도 했고,
피하고 싶었던 감정을 마주하기도 했다.
무언가를 비워내는 동안,
나는 어쩌면 매일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다.
거울 앞에 서면
거짓이 벗겨진 얼굴이 보인다.
눈빛은 조금 흐려졌고,
표정은 어딘가 무너져 있지만,
그 얼굴이야말로 거짓 없는 오늘의 나.
나는 그 방에서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나로 존재한다.
누군가의 엄마도, 아빠도, 직원도 아닌
그저 나.
편안한 고독,
가장 안전한 고백의 장소.
뉴스를 보고,
쇼핑을 하고,
메시지를 확인하다가도
문득 멈춰 선 마음의 소리가 들려온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지금 나는, 잘 버티고 있는 걸까.”
작고 은밀한 그 공간 안에서
나는 책상 위보다 더 진실하게 나를 마주친다.
모른 척하고 지나쳤던 감정들,
참기만 했던 말들,
애써 괜찮은 척했던 마음들.
그것들이 조용히 떠오른다.
화장실은 비우는 곳이지만,
나는 그곳에서 많은 것을 채우고 나온다.
몸은 가벼워지고,
머리는 맑아지고,
마음은 조금 솔직해진다.
사람들은 말한다.
“인생은 버티는 거야.”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인생은, 내려놓는 거야.
참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건,
잘 내려놓는 일이다.
이 책은,
아무도 보지 않는 그 방에서
내가 나를 마주한 순간들에 대한 기록이다.
J. Hoon (정담훈 / Jung Dam-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