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포츠가 너무 재밌다.
특별하게 제일 좋아하는 종목을 말해보라고 묻는다면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야구"라고 답하겠지만
기본적으로 태극기의 마크를 달고 경기를 뛰거나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의 경기를 즐겨 보고 소식 또한 찾아본다.
특히 올림픽은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모두의 축제인 만큼 시청을 안 할 수가 없는데 이번 올림픽은 옆 나라 일본에서 개최해서 우리나라 사람은 시차 영향 없이 즐겁게 볼 수 있다.
당연하게 기대했던 마리오나 포켓몬스터가 등장하는 개막식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올림픽은 개막식부터 기대감의 시작이다.
세계의 모든 선수가 4년에 한 번씩 붙어서 최고를 가린다는 희소성 때문에 나의 기대감은 최고조로 올라간다.
방송국에서는 선수들의 스토리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들어 보여주는데 선수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회에 참가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기대감도 생기고 참가 선수들의 스토리까지 알아보면 남은 것은 경기가 시작하기를 기다리면 된다.
2일 차에는 양궁 혼성전과 펜싱, 태권도, 유도, 배드민턴 등을 봤다.
양궁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어느 나라 사람에게 물어봐도 최강은 우리나라라고 할 만큼 항상 압도적인 궁술을 보여주는 대한민국 선수들.
역대 올림픽 메달 숫자를 비교해도 전 세계 나라들의 금메달 숫자보다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금메달이 많다. 총 메달 개수도 우리나라가 거진 3분의 1을 가지고 있다.
그럼 당연히 이길 테니 긴장감이 생기지 않을까?
무조건 긴장된다. 특히나 이번에 새로 생긴 종목인 혼성 양궁은 남성은 최연소 17살의 김제덕 선수와 여성은 20살의 안산 선수.. 아무리 뛰어난 실력이라도 세계무대를 처음 겪을 테니 선수들도 엄청 긴장될 것이다.
그 긴장하고 있는 선수들을 보고 있는 나도 같이 긴장되고.. 모두가 긴장된 마음을 가지고 지켜본다.
화살이 한 발씩 과녁으로 날아갈 때마다 나의 입에선 연신 나이스가 나온다.
승리를 거두고 결승전으로 올라갈 때마다 만나는 상대의 실력도 만만치 않다.
인도팀 선수도 랭킹 1위가 있었는데 인도팀 두 선수가 실수를 하는 자멸로 생각보다 쉽게 이기는 것을 보고 역시 올림픽의 랭킹은 참고사항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나라와 붙는 상대 선수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있을 것이다.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언제든 역전당할 것이라는 강팀만 가질 수 있는 자격.
결승전이 그랬다. 네덜란드 선수들은 시작부터 10점을 내면서 1세트를 먼저 가져갔다.
대회 처음으로 1세트를 먼저 뺏긴 우리나라 선수들은 당황하지 않고 안산 선수의 10점을 앞세워 2세트를 뺏는다.
3세트부터 네덜란드 선수들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8점 6점을 쏘면서 3세트도 우리나라가 가져가게 된다.
4세트만 이기면 금메달이다.
네덜란드 선수들은 마지막 집중력을 발휘한다.
4발 중 3발을 10점을 맞추면서 연장전을 노린다.
우리는 비겨도 우승하는 상황이지만 1발 빼고 다 10점을 맞춰야 한다.
무조건 10점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압박감이 심할까?
태극전사들은 압박감을 이겨낸다. 번갈아가며 3발 연속 10점을 쏘면서 마지막 발은 9점 이상만 쏘면 되는 상황. 혹시 삐끗해서 연장가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지만 반전은 없다.
안산 선수가 깔끔하게 9점을 쏘며 혼성 양궁 초대 우승은 우리나라가 가져가게 된다.
펜싱과 태권도도 재밌게 봤다.
아쉽게 김정환 선수와 장준 선수는 결승전에는 가지 못했다. 하지만 동메달 결정전에서 결승전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털어내듯 당당하게 이기는 모습은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은퇴 후에 다시 돌아온, 스포츠 선수로는 노장인 펜싱 사브르 종목의 김정환 선수는 찌르기와 베기를 시도할 때마다 온몸을 날렸다. 점수를 낼 때마다 호들갑스럽게 괴성을 지르며 좋아하는 모습은 얼마나 그가 이 경기에 집중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고 해학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덩달아 보는 나까지도 같이 들뜨게 된다. 너무 빠르게 찌르고 베기 때문에 솔직하게 누가 먼저 공격에 성공했는지는 일반 관중은 알기 어렵다.
일단 선수들은 괴성을 지르고 본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점수만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김정환 선수의 점수가 올라가면 나도 그제야 괴성을 지른다.
상대 선수의 점수가 올라가면 "아! 김정환 선수가 더 빨리 찌른 게 아닌가"라고 괜스레 중얼거린다.
태권도는 펜싱보다 긴장감은 떨어진다.
계속해서 바뀌는 룰도 룰이지만 옛날에 비해서 박진감이 사라지고 있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문대성 선수의 돌려차기는 국민들의 눈을 너무 높여버렸다.
이번 58kg급 이하의 장준 선수도 22살의 어린 나이지만 세계 랭킹 1위를 할 만큼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
실제로도 순조롭게 이겨서 올라갔었다. 하지만 준결승에서 아쉽게 지고 말았는데 사실 결승에 가지 못한 것 보다도 후련한 발차기를 보지 못해서 더욱 아쉽다. 넘어지면 감점이고 방어적으로 가면 유리하기 때문에 쉽게 발차기를 할 수 없어서 박진감이 떨어지는 것일까?
선수들이 가까이 붙어서도 발차기가 아닌 발터치를 하는 것처럼 살짝만 톡 쳐도 점수가 올라가서 그런 걸까?
동메달 결정전에서 장준 선수가 나의 의문점을 조금은 해소시켜줬다. 공격적으로 바뀐 장준 선수는
발차기와 주먹으로 연신 상대를 밀어붙였고 긴 다리를 이용한 내려찍기로 상대 선수를 머리를 맞추면서 점수를 쌓아나갔다. 결과적으로 30점 차이로 승리.
더 이상 장준 선수에게 압박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나이를 보면 파리 올림픽에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그때도 동메달 결정전처럼 공격적인 발차기를 보여준다면 관객들도 조금 더 짜릿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다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이 외에도 모든 종목들에 우리나라 선수의 스토리가 숨어있다.
중국 만리장성에 도전하는 탁구선수들, 언제든 메달을 노릴 수 있을 정도로 잘하는 배드민턴과 유도,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노리는 사이클 선수들, 올림픽 출전 자체가 역사상 처음인 럭비 선수들, 다시 올림픽으로 돌아온 야구, 등등 직접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 8월 8일까지 즐겨보자! 대한민국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