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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준가 Jan 06. 2022

집 - 카메라타

10년도 더 된 위시리스트



“가급적 빨리 운전할수록 더 안전해.”

당장 공유 자동차 서비스를 이용해 보자며 룸메에게 말했다. 운전연수의 감각이 아직 살아 있을 때 혼자 첫 운전을 해보는 편이 좋은 건 당연했다.

 

쏘카, 그린카, 피플카…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공유 자동차 업체는 대략 이 정도인 것 같았다. 요즘에 뭘 배우려면 뭐다? 유튜브. 유튜브에 ‘쏘카 이용 방법’이라고 검색하니 이미 세 가지 서비스를 다 사용해본 사람들이 참고 영상을 많이도 올려두었다. 차 빌리는 법, 상태 체크하는 법, 반납하는 법 등등. 쏘카 등록을 하려니 추천인 아이디가 필요하대서 친구한테 물어봐 그것도 등록하고, 내 운전면허증과 결제용 카드도 등록했다.

 

그런데 막상 차를 빌려 보려고 하니 주변에 차가 없었다. 다 나갔다.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차는 버스를 타고 나가서 타야 했다. 음 나는 도보로 이동하고 싶은데. 이번엔 그린카를 깔아봤다. 또 역시 카드 등록 면허증 등록… 산 넘고 물 건너 드디어 적당한 차를 찾았다.


처음 운전하는 차를 뭘로 할지 고민이 됐다. 초보답게 작고 귀여운 모닝이나 스파크가 좋을까? 아무래도 차체가 작으면 운전하기에도 골목길을 빠져나가기에도 주차를 하기에도 좀 수월할 것 아닌가.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어제까지 탔던 연습용 소나타와 비슷한 차가 조금이라도 더 익숙하지 않을까 싶었다. 안 그래도 적응할 게 많은데 차 덩치도 달라지면 적응할 사항이 하나 더 추가되는 셈이다. 둘 사이에서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소나타와 비슷한 크기의 더뉴 K3를 선택했다. 사실 가까이 있는 차가 많지 않아서 선택권이 별로 없었다. 단지 경차나 준중형 세단이냐 중에서 골랐다.

 

오늘의 목표는 파주 헤이리의 음악감상실 카메라타에 가는 것. 생긴 지 오래된 공간이지만 나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이곳이 처음 생길 때부터 관심이 있었는데 차가 없이는 접근성이 너무 떨어졌고 남의 차를 얻어 타고 파주에 올 일이 있어도 음악감상실을 가자고 할 수는 없었다. 취향이 맞는 친구여야 이런 데를 같이 가지. 그 대단하다는 스피커와 공간을 구경해 보고 싶었다. 또 일반 카페가 아닌 오직 음악 감상을 위한 공간이라는 걸 한 번쯤은 경험해 보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거기에 잘 갔냐고? 나는 지금 카메라타의 홀 첫 번째 줄에 앉아 카페라테를 마시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또한 이 글이 무사히 올라간다면 아마도 나는 집에 잘 도착했다는 뜻이겠지?

 



그린카에 회원가입을 했더니 첫 이용자에게 24시간 이용 금액을 파격적으로 할인해 주는 쿠폰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3시간만 쓰려고 했는데 그러면 2만 원대 중반이었고, 24시간을 쿠폰으로 빌리면 3만 원대 초반이었다. 그럴 바에야 시간에 쫓기지 않게 그냥 하루를 통으로 빌리자 싶어서 초보 주제에 통 크게 하루를 빌렸다. 결과적으로는 매우 잘한 결정이었다. 헤이리에 오는 것만 해도 벌써 1시간이 넘게 걸렸어! 파주 왜 이렇게 멀지? 다른 사람 차로 왔을 때는 30분이면 간 것 같은데? 아까 90킬로미터 구간에서 너무 천천히 달렸나? 다른 차들이 쌩쌩 달릴 때 따라서 막 달렸어야 했는데 연수 강사님이 나 과속 잘하는 것 같다고 조심하라고 경고해 줘서 좀 쫄아 있다. 그리고 오다가 자유로에서 한번 진입로를 놓쳐서 약간 돌긴 했다. 아주 약간. 다행히 길이 다 이어져서 얼마나 다행이야?


카메라타로 들어가는 길은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좋은 공간들이 여기에 많구나. 사람도 차도 별로 없고 한적하고. 이런 좋은 곳을 그동안 나는 모르고 살아왔단 말이지. 이제부터라도 즐기면 되지 뭐. 


돌아갈 생각을 하면 가장 문제는 이것이다. 오는 길에 벌써 날이 어두워졌다는 것. 연수를 매일 낮에만 해서 밤 운전은 처음이다. 처음부터 너무 하드하게 연습하는 걸까? 사실 오면서 슬슬 어두워지길래 헤드라이트를 켜야 하는데 라이트 켜는 건 배우지 않아서 좀 헤맸다. 처음에 한 번 살짝 돌렸더니 그건 안개등이었던 것 같고, 한 번을 더 돌렸더니 그게 전조등인 것 같았다. 휴. 민폐는 아니겠지. 오면서 자동차 뒷유리에 “초보”라고 써서 붙였는데 급한 대로 a4 용지 가득 검은 매직으로 쓴 것이다. 아마 그걸 보는 다른 운전자들은 내가 무섭겠지…? 혹시 뒤차에서 안 보이면 어쩌지? 잘 보여야 하는데. 그래서 나를 잘 피해서들 가셔야 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하나도 안 보였다.) 


어느 정도 민폐를 끼치더라도 용기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도로 이거 나도 다 세금 낸 거야. 나도 이용할 권리가 있어! 당당해지자. 폐를 좀 끼치더라도 잠깐 철판을 깔자. 그래야 나도 운전자가 되지. 도로의 모든 운전자에게는 다 초보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출발을 생각하면서 초보에게 너그럽게 대해 주기를 마음속으로 부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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