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일지 마음일지
'벌써'라는 말을 3월 앞에 붙이려니, 올해 확정된 계획이 없다는 생각에 자꾸 나 자신을 낮춰 보게 된다. 좀 더 냉정하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올해 지원한 작가 공모 사업에서 모두 떨어졌다.
늘 연말과 연초가 되면 1년의 계획을 세우고, 그 과정에서 희비가 갈린다. 그냥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그저 해나가면 될 텐데.
눌러놓은 감정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마음을 흐트러뜨리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그 잡음이 너무 심해서 나 자신을 몰아붙이고 감정에 휘둘리다 보면, 어느 순간 나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결국 결론은 하나다. 하기나 해.
잘된다고 호들갑 떨 필요도 없고, 안된다고 나를 못난 사람처럼 여길 필요도 없다. 어차피 우리는 죽음을 앞에 둔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존재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나를 소중히 여기며,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스스로 빛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나는 진정 내가 원하는 길을 걷고 있는 걸까?
나는 왜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걸까?
근본적인 질문들. 답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나는 나만의 언어로, 내가 좋아하는 그림으로, 창작 활동을 통해 내가 걸어온 길을 탐구하고, 앞으로 걸어갈 길을 상상하며 살아가고 싶다. 마치 여행하듯이.
이제 겨우 1년 중 두 달이 지났다. 인생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아직 절반도 더 남아 있지 않을까. 그러니 느긋하게, 여유롭게. 인내하며, 꾸준하게.
이것이 지금 내가 붙잡을 수 있는 최선의 말들이다.
물론, 이렇게 말해놓고도 불과 몇 시간 뒤 눌러둔 감정 중 하나가 불쑥 튀어나와 나를 괴롭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또한 내가 걸어가는 과정의 일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