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계단을 올라와 회사로 걸어가는 아침 출근길, 한 5미터 앞에 친하진 않지만 적당히 아는 회사 동료가 걸어가고 있다. 함께 밥을 먹는 사이는 아니긴 해도 오가다 마주치면 대화도 곧잘 하고 가끔 남 욕도 같이 하는 사이인데 유독 아침 출근길에서 만나면 인사하고 싶지가 않다. 귀에 꽃은 이어폰도 빼야 하고 아침부터 무슨 말을 하지 고민해야 한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5미터 간격을 유지하면서 눈에 띄지 말고 걸어가자'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또 다른 팀 분이 엘레베이터를 탄다. 나를 못 본 것인지 시선은 땅을 향해 있다. '아, 인사를 할까 말까? 날 안 쳐다 보니까 안 하는게 낫겠지? 그럼 나도 저분을 안보고 핸드폰을 보는 척을 할까?' 평소에도 사람들과의 인사가 나에게는 꽤 어려운 일이지만, 정말이지 아침에는 그 누구와도 인사를 하고 싶지가 않다.
특별히 월요일 아침만 되면 사무실에는 차가운 같은 냉기가 흐른다. 분위기가 먼저 인 것인지, 사람들의 싫은 마음이 먼저인 것인지, 인사하고 자리에 앉을 때도 누구 하나 얼굴을 처다보며 인사하는 이가 없다. 그냥 자리에 앉으면서 웅얼거리며 하는 인사가 도대체 누구에게 하는 인사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좀 웃으면서 이 차가운 철판 같은 분위기를 깨줬으면 좋겠는데, 다들 그럴 에너지들이 남아있지가 않나 보다. 다들 이 아침에 망할 놈의 월요병을 스스로 극복 하고 있는 중이겠지.
아주 차가운 철판에 손을 잘못 가져다 대면 쩍하고 달라붙어서 내 손이 다칠 것 같은 느낌이다.
결국, 이 분위기를 못 참는 내가 먼저 용기를 내어 아침 인사로 사무실 분위기를 바꿔본다.
"차장님, 주말 잘 보내셨어요? 보신 다던 스윙키즈 보셨어요? 디오 연기잘하죠?" 차장님도 인상을 쓰고 있다가 목소리가 반갑다는 양 대답을 하고, 내 옆에 후배도 봤다고 한마디 거들며 분위기가 한층 따뜻해졌다. 이렇게 누군가의 인사에 냉기가 살짝 온기로 바뀌기도 한다.
이번에는 내가 용기를 냈지만, 좀 사람들이 그냥 '나한테 먼저. 밝게. 알아서.' 인사 좀 해줬으면 좋겠다.
가끔은 사무실에 들어갈 때 후배가 먼저 인사를 안 하면 자존심 상해서 나도 그냥 안 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혹은 후배가 고개조차 안 돌리고 '오셨어요'. 하면 나도 무슨 자존심인지 '어.' 하고 그냥 대답인지 아닌지 못되게 대꾸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어느 날 그 후배가 기분이 좋았는지 들어오면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좋은 아침입니다" 라고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아침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드라마 같은 인사 촌스럽다며 팀원들이랑 깔깔 대고 웃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의 밝은 인사가 기분이 좋아서 웃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