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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모닝제이비 Apr 02. 2019

메일만와도 화가나고, 전화벨만 울려도 화가났다

'일을 잠시 쉴 때가 됐구나' 회사에 있는 나에게 오늘은 온몸으로 시그널이 왔다.

늘 그렇듯 회사가 쉬웠던 적은 없다. 사람에게, 프로젝트에, 광고주에, 때로는 사내정치에 치인 10년 동안 출근이 힘들지 않고 일이 어렵지 않은 날이 없었다지만, 최근에 사무실에서의 나의 이상 행동들은 이젠 잠시 쉬어가야 한다는 신호를 주는 것 같았다.


어느 날부턴가 사무실에서 내 전화벨이 울리면 밑도 끝도 없이 화가 났다. 울리는 전화벨을 보면 전화를 받을 생각은 안하고 나한테 전화하지마, 전화하지마, 전화하지 말라고 중얼거렸고,


누가 회사 메신저로 '업무 부탁 드립니다' 라고 무엇을 요청하면, '아니 부탁하지 말라고 그냥 너가해.' 라며 혼자 성질을 냈으며, 메일이 오면, 보내지마 보내지 말라고! 라고 실제 육성으로 말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정말이지 전화고 메시지고 메일이고 다 싫었다. 이대로 가다간 망가질 것 만 같았다. 화병이 걸린 것일까?


오늘 대학교 친구들과 삼겹살에 맥주 한잔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똑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대학가 근처에서 맛 집으로 꽤 유명한 식당을 하는 친구는  "난 손님이 우리 가게에 들어오려고 하면 화가나, 문 열기 전에 오.지.마 오.지.마 이렇게 중얼거려"


그러자 영어학원을 운영하며 우리 중 가장 높은 수입을 자랑하는 원장선생님 친구도 "난 수업 시작할 때 애들이 학원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면, 들어오지 말고 화장실이라도 좀 갔다가 늦게 들어오라고 생각해" 심지어 동네에서 옷 가게를 하는 후배 녀석도 손님 들어 오는 것이 싫단다.


나야 일을 똑띠하게 잘하던 직업 의식이 없던 간에 적당히 다달이 월급 받는 신세라지만, 손님이 들어오면 돈을 버는 음식점 사장이나 잘나가는 영어학원 원장이 나와 똑같은 증세라니.


'아니, 그럼 내가 비정상이 아녔던 거야? 아니면 우리 대학교 출신들은 죄 다 일 하기 싫어하는 스타일이었던 거야? 아니면, 어쩌다 일에 애정이 없는 이런 똑같은 애들끼리만 모여서 친구가 된 거야?


이건 내가 이상한 것도, 직장인 병 뭐 그런 게 아니라, 우리네 30대 중반 병인 것 같기도 하다.

뭐 이런 저런 생각을 했으나 결론은 피식 웃음이 났다.

나만 그런 게 아니네 걍 회사를 다녀도 되겠다. 위로가 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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