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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모닝제이비 Apr 02. 2019

거리두기 스킬 연습해보기

1일 1거절 프로젝트

사람들이 신기해 했다. 마음 터놓고 지내기 어려운 회사에서 어쩜 그렇게 다들 친구처럼 지낼 수 있냐고. 우리는 툭하면 사무실 안에서 비글미를 뽐내며 고딩처럼 우르르 몰려다녔고, 이 책상 저 책상 둘러 않아 시시콜콜한 드립을 치며 친해졌다.


어느 날부터인지는 모르겠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자기 멋대로 행동하지?

'나를 알면 얼마나 안다고,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지? 


돌아보니 한마디 말하지 못했지만 나는 그들에게 매번 화가 나 있었고,

내 문제인지 남의 문제인지도 구분하지 못하겠고 '화'의 경계가 모호해진 상태의 감정 노동에 밤잠을 설친 적도 많았다.


어느 순간 친하다는 이름으로 다소 '막' 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는 그녀들의 모습에 질렸던 것일까.


'제 장점은 배려심 많은 것 입니다!' 늘 나의 자기소개서 성격 면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던 표현이다.

 

이 망할 놈의 '배려심'


잘못 인식된 '배려'라는 이름으로 , 나는 혹여 사람들의 감정이 상할까 거절하지 않았


 '너가 편한대로 해' '나는 아무거나 괜찮아' 라는 말을 수시로 사용했고, 사람들이 좀 더 편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에게 이것저것 양보해 주기도 했다.


내 스스로 나에게 들어와서 멋대로 굴 수 있는 문을 활짝 열어 주고는 이제 와서 왜 나에게 멋대로 구냐며 단단히 화를 내는 셈이다.


남들보다 아주 높은 참을성과 착함을 자랑하다가 나만의 감정 데드라인 한계치에 다다르면 나는 무슨 아킬레스 건이라도 건드린 양 분노하기도 했다. 나를 침범 당했다는 그 불쾌한 기분. 쩌면 그녀들처럼 제 멋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부럽고 질투가 났던 것이었을 수도 있다. 


이런 이유든 저런 이유던 간에 그들에게서 오는 감정 노동에서 빨리 벗어 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일단, 이 모든 관계에서 나를 보호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시급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나를 지키는 방법.



1일 1거절하기 프로젝


'점심으로 이거 먹을래? 라고 제안하면 일단 '아니 나 그거 안 좋아해' 라고 말하기

커피 마시러 가자고 하면 일단 '아니' 나 안 되는데' 라고 거절하기

나를 안다는 듯이 말하면 그 즉시 '아니 나 그거 싫은데?' 라고 말하기

일거 수 일 투족 털어 놓던 사생활 이야기 안 해보기

내 자아가 침투당한 것 같을 땐 회사 생활에서 진실한 관계를 기대하지 말자라고 생각하기




이상하다. 사람들은 양보하는 나보다 거절하는 나를 더 챙겨 주었고, 할말을 참는 나보다 할말을 하는 나를 더 생각해 주었다. 그들이 나쁜 사람이고 이상한 것은 전혀 아니다. 내가 나를 먼저 생각하고 나를 위해 주면, 다른 사람도 나를 생각하고 위해 준다는 이 간단한 원리를 알고 실행하기까지 수많은 책들과 나의 밤잠을 갖다 바친 것 같다.  


무튼, 이 소심한 거절 프로그램은 완벽하게 작동했다. 이 작은 거절과 거리두기들은 경계 없이 활짝 열려있던 나만의 성문을 굳건히 지켜주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도 관계의 알람이 울리면 이 프로그램을 의식적으로 작동시킨다.


수 십 년 넘게 남 먼저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이제는 좀 나 위주로 생각해 주면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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