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처돌이로서 연이은 마블의 부진한 성적에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만큼은 놓칠 수 없었다.
근데, 도대체 영화는 언제 시작할까?
예전에 어느 학생이 영화가 시작 시간에 맞춰 상영하지 않는 것으로 영화관을 소송했었지..
뼛속까지 N인 나는 또 잡생각에 빠졌다.
다시 스크린을 바라보는데 어느새 금호타이어 친구들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아, 드디어 시작합니다.
더 이상 못 기다릴 것 같을 때 조금만 더 참아내면 성공한다.
배민커넥트로 일할 때가 생각난다.
돈이 너무 궁했던 나는, 한 건이라도 더 빨리 배달하고 또 다른 건수를 낚아채 억만장자가 되고 싶었다.
근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신호등 드럽게 안 바뀌네.
유독 신호가 느린 신호등 앞에서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범법행위를 저지르기로 마음먹은 찰나, 신호등이 바뀌었다.
아, 드디어 갑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배달을 기다리고, 누군가는 배달을 하며, 누군가는 꿈을 좇고, 나는 글을 쓴다.
그리고 우리에겐 못 버틸 것 같은 순간이 다가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때'를 못 참고 포기한다.
음식점에 전화를 걸어 화를 내고, 무단횡단을 하다 사고가 나며,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가 나오지 않아 꿈을 포기하고, 카카오에서 내 글을 홍보를 해주지만 더 이상 열정이 생기지 않아 글쓰기를 내려놓는다.
연예인 허지웅 씨는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인생이 닳고 닳아 한 줌의 비웃음밖에 사지 않더라도 이거 하나만은 끝내 챙기고 싶습니다.
그래도 쟤 꽤 오래 버텼다.
드럽게 안 바뀌는 신호등이 결국 못 참겠다 싶을 때 파란불로 바뀌듯, 우리의 인생도 못 버틸 것 같은 순간.
그 순간만 참아내면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진 않더래도 분명히 더 나은 파란불의 삶이 된다.
그래서 나도 다시 글을 쓴다.
지금도 하기 싫어 죽겠지만, 누군가가 날 보고 "쟤 아직도 글 써?"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그런 소리만 들을 수 있어도 난 지독하고 끈기 있는 멋진 놈이 되니까.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도 무단횡단은 하지 않으시죠?
어휴 지독한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