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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름 Jan 22. 2024

08 잠이 오지 않는 밤, 제주도여행 D-1

여기는 대안학교, 여행을 떠나요!

엄마, 잠이 안 와.
아! 여행 하루 남았다…
정말 오랜만이야.
이렇게 설레고 떨리는 여행 전날이라니.


학교에서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니! 이게 얼마만이야.

그것도 낭만 가득한 초록 제.주.도.


코로나 이후, 소풍도 여행도 체육대회도 휘~ 다 사라져버리고(물론 수업도 없었다만) 학교에 남은 건, 슬프게도 3년 동안 자라지 못한 아이들만이.

날자, 날아!

규모가 작은 대안학교라 코로나 기간 내내 진짜 다행스럽게도 수업이 진행됐다. 인원제한이나 숙박금지까지 있었던 그 시절,(진짜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까웠던 시간들인데) 대안학교에서는 당일치기로 ‘제주도’를 다녀올만큼 기막힌 일들이 있었다. 또 서울나들이나 춘천여행 등 근교로 여행을 학기마다 가면서 아이들은 코로나인지 아닌지 모를 정도로 여기저길 잘도 다녔다.


어른들이 가능하지 않다고 그어버린 선 앞에서 아이들은 ‘꼭 그래야만 하나요?’라고 울상을 짓는데, 다가오지 않은 위험들을 공포로 과장하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코로나 3년동안은 더욱 그랬고, 지금도 여러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가장 큰 피해자.  


에잇. 우울한 이야기들은 잠시 집어던지고, 그럼 제주도로!

바다야, 안녕?
제주도와 닮은 아이들, 초록초록해.


2박 3일의 제주도 여행동안 아이는 두 번 연락이 왔다, 패밀리링크로 핸드폰이 나와 묶여 있는데 하루 제한 시간을 좀 늘려달라고 연락이 왔고, 두번째는 밤늦게 공항에 도착해서 전화를 했다. 원래 연락이 잦은 아이가 아니라 걱정도 별로 하지 않았지만, 여행 내내 선생님들이 종종 올려주시는 사진에서 아이들의 행복함이 오롯이 전해져 저릿했다.  


- 그렇게 재밌었어?
- 왜 2박3일이예요? 일주일은 가야죠!
좋은 건 그냥 좋다. 이유가 없어요.


아이들은 조별로 제주도를 탐방하고, 마냥 제주도 바람을 맞으며 걷고, 맛있는 걸 먹으며 세상 행복한 웃음을 짓고, 밤엔 준비한 기절초풍 장기자랑을 펼치고(정말 신선! 담엔 따라가서 직관하고 싶을 정도) 또 무엇보다 친구보다 더 친구같은 선생님들과 여행을 하며 깊어지고, 깊어지고. 스며들고,스며들고.  

육지사람과 섬마을의 만남. 어떠니? 떠나고 싶지가 않다구?

Y에게 언젠가 수업시간에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일반학교를 중2까지 다니다 온 우리 중 가장 오래된 연륜을 가진 친구라.


- 대안학교에서 뭐가 제일 좋아?
- 여긴 ‘낭만’이 있어요. 선생님.
‘낭만’이라.
네가 말하는 이 낭만이란 두 글자가 손 떨리게 아름다웠다.


아이들의 ‘낭만’적인 제주도 여행을 보니 그동안 내가 얼마나 ‘낭만’없이 살았는지 알겠다. ‘낭만‘이란 건 이토록 순수한 것, 티없이 아름다운 것, 조건없이 웃을 수 있는 것, 따뜻하다 못해 어느새 뜨거워져 버린 것, 손댈 수 없이 깨끗하고 고귀한 것.


나에게 ‘낭만은’ 너희였나봐.

그래서 난 자꾸 너희 곁에 있고 싶어져.

그렇게 물들고 싶어서.

보고싶고, 사랑스런 우리 아이들. 너희 낭만을 나에게 좀 전해줄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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