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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갈님 Aug 14. 2023

에세이 #2. 제네럴리스트 vs 스페셜리스트

2022.12.21 기록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엔 송년회 모임이 많다.

나도 예외는 아니고 특히 전 직장의 우리 팀 (애칭) 내 시끼들과의 약속이 특히나 즐거운 이벤트다.



이들 중엔 나보다 먼저 퇴사하여 자리 잡은 친구들이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데이터 분석, 엔지니어링, 사이언스 등 각기 다른 직군에 몸담고 있다는 것이다.

모임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정갈님, 우리 팀의 업무 영역이 얼마나 넓었으면 한 팀 소속이었던 사람들이 이렇게 다 다른 분야로 옮길 수 있었을까요? 이런 팀도 없지 않을까요?”

정말 그러게나 말이다.



우리 팀은 ETL부터 DW엔지니어링, BI, 그리고 분석까지 데이터로 할 수 있는 업무는 모든 다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팀 구성원의 주요 역량도 다양했는데

나 같은 경우엔 개발자, 기술 PM을 거쳐 처음 데이터 조직에 조인했을 땐 엔지니어링팀에서부터 시작했고 실장님의 권유이자 부탁으로 분석팀에 합류하게 된 케이스다.

또 분석팀이기에 수학과, 통계학과 출신의 분석에 역량이 두드러진 친구들도 물론 있었고

BI솔루션 업체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BI컨설팅, 구축을 전문으로 했던 친구도 있었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역량 교류가 되고 또 내 전문 분야가 아닌 영역의 업무를 해볼 기회를 가지면서 스킬 셋이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간혹 1on1 미팅을 해보면 이런 시스템에 놓여있어 불안하다는 고민을 털어놓는 친구들도 있었다.

이것저것 다 해볼 수 있는 것이 주니어일 땐 좋았는데 이후엔 본인의 정체성이 뭔지 명확하지 않고 한 가지에만 몰두하는 이들보다 전문성이 떨어질 테니 시장에 나왔을 때 경쟁력이 있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결국 이를 이유로 퇴사를 하는 친구도 생겼고 나는 당시 팀원들에게 모티베이션과 만족을 주는 조직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과 특히나 팀원을 더 잃고 싶지 않음이 컸다.

그래서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구조로 팀을 function단위로 분리하는 조직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내 상위조직장과 협업부서의 헤드를 설득하고 때론 성과로 어필하는 등의 노력 끝에 결국 그런 조직 기반을 만들어놓고 나올 수 있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꼭 그게 정답은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훨씬 치열한 스타트업 씬에 들어와 보니

스페셜리스트 아니면 제네럴리스트 이렇게 흑과 백의 이분법으로 선택할 것이 아니라 ‘융합’이 필요하고 곧 그게 경쟁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점점 시장에서는 여러 분야에 스페셜리티를 갖춘 제네럴리스트를 원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10년 전엔 존재하지 않았던 데이터사이언티스트(개발, 엔지니어링이 가능한 분석가), PO(데이터 리터러시가 가능한 기획자), (비슷하게) 퍼포먼스마케터 이런 포지션이 모두 전문성’들’의 융합이 필요한 역할인 것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또 나를 예를 들어도 좋을 것 같은데,

내가 새롭게 셋업 하는 데이터팀 리드로 이직할 수 있었던 것과 AtoZ를 해야 하는 현 업무 환경에서 이만큼이라도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 모두 여러 분야의 폭넓은 경험과 지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내가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에 그쳤다면 결코 성취할 수 없는 것이었으리라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현 직장에서의 우리 팀원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그녀는 신규입사자인데 데이터분석만 7년가량 해온 스페셜리스트이다. 입사를 하고 왜 우리 팀에 오게 됐냐고 다시 물었을 때 본인이 분석만 해왔기 때문에 엔지니어링이나 DW모델링 등 기술베이스의 업무경험과 역량을 쌓아야 next level로 나아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이 계시다면 제네럴리스트라서 또는 그런 조직구조라서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오히려 여러 분야에 스페셜리티를 갖출 수 있는 기회가 있는 환경인 것이 럭키한 부분이다.

기회가 주어지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어려우나 그 기회를 잡는 것은 오롯이 나의 의지로 되는 일이기에 이를 적극 이용했으면 좋겠다.



2022년이 저물어가는 12월 어느 날..

그때의 다양한 기회와 경험이 현재 우리를 있게 하였고 앞으로도 그것은 두고두고 큰 자산이 되리라는 결론을 내며 우리는 마지막 술잔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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