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유혹

죽음의 용기와 삶의 용기

by Crabin

창문을 열고 밑을 내려다본다.

평상시 같으면 아찔한 높이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는데 “그때”는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이젠 편히 쉬고 싶다는 생각이,

그 어떠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유혹보다 더 강렬하게 찾아왔다.


‘한 발짝만 내딛으면 되는 건가? 그 한걸음이 용기인건가 포기인건가.’

겁쟁이가 되어 뒷걸음쳤다. 이후로도 용기와 포기를 반복했다.


사랑하는 아내가 용기를 자극했다가도 포기에 희망을 주었다.

무슨말이냐고?

앞서, 사랑하는 아내는 우울증이 극에 달해 죽고 싶다고 먼저 아우성이었으니.

그 아내가 죽음의 용기를 자극했다가도 다시 살자고 희망을 주었으니.

사랑하는 아내와 심하게 다툰다. 그리고 난 죽음에 용기를 내어 창문 밖으로 몸을 던지려 했다.

이러다 정.말.죽.을.것.만.같.았.다.

순간 정신 차린 아내가 만류한다.

이러다 정.말.죽.을.것.만.같.았.다.

사랑하는 아내는 다시 정신을 놓고 헛소리를 한다. 아무소리를 한다.

울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삶에 용기를 내어 가족들에게 SOS를 청했다.

그렇게 먼저 핏덩이 둘째 아들을 부산으로 보낸다.

여전히 아내는 삶을 비관하며 울고 있다. 몸을 떨고 있다.

다시 죽음에 용기를 내어 창문을 테이핑하고 가스를 틀었다. 직접 죽을 용기가 없어서.

이러다 정.말.죽.을.것.만.같.았.다.

순간 정신 차린 아내가 만류한다.

이러다 정.말.죽.을.것.만.같.았.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파란 하늘이 정말 파랗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이 같이 살아보자고 벨이 울리고, 노크를 한다.

그래서,

죽음을 포기하고, 삶에 용기를 내기로 다짐한다.

죽음이 갖은 유혹으로 손짓하지만 죽음에 비겁해지기로 마음먹었다.


풀어헤쳐진 단추를 다시 하나하나 채우기 시작한다.

너무나 사랑하는 아내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너무나 사랑하는 아이들을 엄마의 마음으로 돌보았다.

첫째 딸이 엄마의 부재를 느끼지 못하도록 두배 더 웃어주고 안아준다.

둘째 아들은 캥거루 새끼마냥 품에 끼고 다녔다.


하루하루 버티고 버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것을 기대하며.

그렇게저렇게 두 달이 지났다.





과거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 되어 시제가 뒤섞여 있다.

이게 꿈이었으면 했으니. 자고 일어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있길 바랐으니.

지금은, 꿈만 같이 행복하다.

사랑하는 아내도, 아이들도 제자리로 돌아왔기에. 이젠 함께 웃으며 일상을 보내고 있기에.


“그때”를 생각하면 죽음의 유혹이 또렷이 기억이 난다. 한순간의 유혹이다.

기나긴 터널과 같은 길을 걷고 계신 분들에게 삶에 용기를 드리고자 끄적여보았다.

죽음에 유혹에 넘어가지 마세요. 죽음에 비겁해지세요. 그리고 잃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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