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에 전념하느라, 꽤 오랫동안 골프 연습을 쉬었다. 몸으로 하는 운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딱 쉬는 만큼 티가 난다. 특히 골프는 그렇다. "3일만 쉬어도 전 세계가 안다"는 말이 우스갯소리 같지만, 골퍼들에겐 그건 진심이다. 과거에는 일주일에 4~5번씩 연습장에 들렀다. 광고일이 아무리 바빠도 골프는 빼놓지 않았고, 스윙은 거의 매일 손에 익히는 루틴이었다. 하지만 러닝과 헬스를 병행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빈도가 줄었다. 그 결과, 라운드를 앞두고는 ‘벼락치기 연습'을 해야 한다.
10회 쿠폰을 끊고, 하루 이틀 전 부랴부랴 연습장을 찾는다. 해보니 이 벼락치기 연습에도 장단점이 있다. 장점이라면, 시간이 짧아서 오히려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70분이라는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걸 쏟아내야 하니까 중간에 커피도, 핸드폰도, 유튜브도 볼 수 없다. 예전처럼 멍하니 폰을 보거나, 사람들 구경하며 시간 흘려보낼 틈이 없다. 짧고 굵고, 강한 몰입이 생긴다.
단점은, 역시나 감이다. 오래간만에 클럽을 잡으면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처음 10분은 몸의 감각을 되살리는 시간이다. 나는 웨지 56도로 시작한다. 10미터 단위로 끊어, 정확한 거리에 공이 떨어지는지를 본다. 연습장에서는 늘 ‘실전 루틴’을 지키며 훈련한다. 볼 뒤에서 빈 스윙을 한 번 하고, 목표를 보면서 오른손으로 클럽 페이스를 먼저 스퀘어로 놓은 다음, 그립을 잡는다.
그립은 절대 고개를 숙이고 눈으로 확인하지 않는다.
항상 볼에 집중한 채, 감으로 잡는다(몇 초 만에 감으로 잡을 수 있을 때까지 손에 익어야 한다). 그다음은 타깃을 바라보고, 호흡을 정리한 후, 포워드 프레스를 주고 백스윙. 필드에서도 똑같이 반복하는 루틴이다. 익숙해지면 몇 초도 안 걸리지만, 그 몇 초가 실전 라운드를 지탱한다. 골프 연습장은 단순히 스윙을 연습하는 곳이 아니라, 자기 리듬을 반복해서 새기고 확인하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연습장에 와서 클럽도 안 바꾸고 그립도 풀지 않은 채 무한 반복으로 공만 친다. 그건 ‘개수’를 욕심내는 연습이지, ‘샷’을 만드는 훈련이 아니다.
골프는 루틴이 무너지면 모든 게 흔들린다. 그래서 벼락치기일수록 루틴을 더 철저히 지켜야 한다.
그다음은 7번 아이언이다. 몸통 스윙이냐, 팔 스윙이냐를 따질 겨를이 없다. 7번이 흔들리면 위아래 클럽들도 다 흔들린다. 나는 주로 이 클럽을 중심으로 스윙 플레인, 구질, 탄도를 테스트한다. 약 10여 분간 감각을 다잡은 뒤, 바로 19도 유틸리티로 넘어간다. 롱홀의 세컨드샷은 대부분 이 유틸리티가 맡는다. 잘 맞으면 그린 근처까지, 덜 맞아도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만 연습해 준다. 버디를 노리는 전략용 무기로, 꼭 감을 맞춰둔다.
그리고 드라이버. 오랫동안 클라이언트 제품인 테일러메이드 드라이버를 쓰다가 최근 캘러웨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비거리는 큰 차이 없다. 골프 클럽은 어드레스에 들어갔을 때의 안정감 그리고 디자인에서 오는 신뢰가 스코어에 영향을 준다. 클럽 선택 기준은 결국 디자인이든 기능이든, 가격이든 브랜드든 내가 믿음을 갖고 휘두를 수 있느냐이다.
이제 연습 시간이 10여 분 남았다. 다시 웨지로 돌아간다. 풀샷 120미터, 편하게 110미터 가는 피칭웨지,
풀샷 100미터, 편하게 90~95미터 가는 50도 웨지를 번갈아 친다. 이 샷들로 세컨드샷 감각을 마무리한다.
연습의 마지막은 다시 7번 아이언으로 돌아와서, 하나 둘 샷을 정리하면서 그날의 감각을 다듬는다.
“이번 라운드는 이 느낌으로 간다”는 벼락처럼 꽂히는 무언가를 얻어야 비로소 벼락치기 연습이 끝난다.
나는 좋은 샷의 느낌이 있을 때 핸드폰 메모장에 바로 기록해 둔다. 골프장 가는 길에 그걸 다시 읽어본다.
“오늘은 이렇게 쳐야겠다.”
“이 루틴은 꼭 지켜야겠다.”
이런 메모들이 그날의 ‘비상 매뉴얼’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퍼팅. 연습장 야외 퍼팅장에서 숏퍼팅과 롱퍼팅을 번갈아 해 본다. 그날 감이 좋은 퍼팅 리듬을 파악해 두고, 이것도 핸드폰에 메모로 기록해 둔다. 모든 건 ‘필드 감에 최대한 가깝게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벼락치기 연습이라고 스코어가 무조건 잘 나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느낀다. 연습과 실전의 격차는, 연습의 질로 줄일 수 있다. 그게 쌓이면 고수가 된다. 필드 경험과 퀄리티 있는 연습이 어우러졌을 때, 스코어는 자연스럽게 내려온다.
90대가 80대로,
80대가 70대로.
직장인이 꾸준히 연습장에 가긴 어렵다. '라운드 직전에 한 시간 연습한다고 뭐가 바뀌겠어?'
그럴수록 몰입도 높은 벼락치기를 추천한다. 그게 현실적이고, 꽤 효과적이다.
다음 편은 "레슨, 꼭 받아야 하나"라는 주제로 얘기해 볼까 합니다 ^^
+ 오늘의 팁 한 줄
연습장은 ‘공을 많이 치는 곳’이 아니라, ‘필드 루틴을 몸에 새기는 곳’이다.
루틴을 되살리는 데 집중하면, 짧은 시간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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