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하늘에 있는 저 달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달의 기원을 찾아서 - 흥미로운 ‘테이아 충돌설’ 이야기

by 달밝은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두둥실 떠있는 달이 가장 먼저 보인다. 늘 곁에 있어서 특별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사실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지구처럼 작은 행성이 어떻게 저렇게 커다란 위성을 거느릴 수 있게 되었는지가 많은 과학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해 왔다. 과연 달은 어떻게 해서 우리의 곁에 자리 잡게 된 걸까?


달의 탄생을 둘러싼 세 가지 가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달의 탄생에 관해 세 가지 주요 가설을 제안해 왔다.

공동 생성설 – 지구와 달이 같은 먼지구름속에서 동시에 만들어졌다는 설

포획설 – 외부에서 날아온 달이 지구의 중력에 의해 붙잡혔다는 설

거대 충돌설(테이아 충돌설) – 거대한 천체 ‘테이아’가 원시 지구와 충돌해 튕겨져 나온 파편이 달이 됐다는 설


이 중 공동 생성설은 지구와 달의 철 성분 차이와 맨틀의 밀도차이로 인해 같은 지역에서 동시에 생겨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포획설의 경우 달처럼 거대한 천체가 지구의 작은 중력에 갖혀 거의 원에 가까운 안정적인 궤도를 가지는 것이 어렵다는 점에서 틀린 이론으로 취급받고 있다.


마지막 남은 ‘테이아 충돌설’ 충돌이 있기전의 원시 지구인 '가이아'와 외부에서 날아온 '테이아'가 충돌하여 두 천체가 하나로 합쳐서 지금의 지구가 되고, 떨어져 나간 파편이 모여 달이 되었다는 가설이다. 언뜻 보면 위 이론 중에 가장 공상만화같아 보이는 이론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장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이 ‘테이아 충돌설’이 과학자들로 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고 있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왜 테이아 충돌설을 가장 신뢰하는 것일까? 그 증거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테이아 충돌설이 주목받는 이유


첫 번째 증거는 바로 ‘암석의 성분’이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 탐사를 하면서 달에서 암석을 채취하여 돌아왔다. 달에서 가져온 이 돌멩이들의 동위원소 성분을 분석해본 결과 지구의 암석과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지구와 달이 동일한 재료에서 나왔다는 가능성을 강력히 뒷받침한다.


두 번째 증거는 최근 발견된 지구 내부의 ‘테이아의 흔적’이다. 쉽게 생각해 보면 외부에서 거대한 천체가 날아와 지구와 충돌하였다면 지구 어딘가에는 외부 천체의 파편(흔적)이 남아 있어야 할것이다. 현재 과학자들은 지진파를 이용한 연구와 화산활동으로 분출된 용암성분을 분석하여 테이아의 파편이 지구 맨틀속에 있다는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지구 맨틀 속에는 지진파의 속도가 갑자기 느려지는 지역(LLVP, 대형 저전단 속도 지대)이 두군데 존재한다. 이는 지구의 깊숙한 곳에 다른곳과는 성분이 다른 물질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애리조나 주립대 연구팀은 이것이 테이아의 충돌로 인해 지구 내부로 가라앉은 테이아의 잔해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화산 활동을 통해 테이아 충돌설을 뒷받침하는 연구도 등장했다. 과학자들은 하와이와 아이슬란드 등 지구의 일부 화산에서 특이한 동위원소 비율을 발견했는데, 이는 다른 맨틀의 성분과 다른것이며 이 물질이 테이아의 잔해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테이아 충돌 당시 테이아의 파편이 지구 깊숙이 침투하여 맨틀 속에 잔해를 남겼고, 오랜 시간 후 화산 분출을 통해 다시 지표면으로 나왔다는 가설에 증거가 되고 있다.


세 번째는 최신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다. NASA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충돌 직후 단 몇 시간 만에 달이 빠르게 응집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거대한 충돌로 인해 순식간에 용암 형태로 녹아내린 파편 덩어리들이 우주 공간으로 튕겨져 나갔다가 지구 중력에 의해 일부는 다시 지구로 떨어지고 일부는 지구 궤도에 갖혀 서로 응집하여 달이 되었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이 결과는 기존의 ‘수천 년에 걸친 달의 형성’이라는 전통적인 이론을 뒤엎은 것으로 과학계를 놀라게 했다.


달의 크기만큼 거대했던 테이아

기존에는 지구에 충돌한 테이아가 화성 정도 크기일것으로 추정되었으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는 지구 질량의 30~45%에 달할 정도로 더욱 거대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테이아의 크기가 클수록 달과 지구의 성분이 거의 같다는 점을 설명하기 쉽다는 것이 최근 연구의 결과이다.


아직 남은 퍼즐 조각들

하지만 모든 것이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물의 기원이 그렇다. 충돌 당시 열로 인해 지구와 달의 물이 모두 증발해 사라졌다면, 오늘날 지구와 달의 물은 어디서 왔을까? 과학자들은 혜성과 소행성 충돌 등 나중에 추가로 물이 공급되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또한, 테이아의 금속 핵이 지구의 핵과 합쳐졌을 가능성도 연구 중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지구 내부의 철 성분과 두꺼운 핵층에 대한 설명이 가능해진다.


과학, 끝없는 탐구의 과정

달의 기원을 둘러싼 연구는 지금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새로운 데이터와 이론이 나올 때마다 우리의 지식은 조금씩 수정되고 확장된다. 과학은 고정된 결론이 아니라, 증거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탐구의 과정이다.

오늘 밤 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45억 년 전의 거대한 충돌 사건이 우리의 일상을 비추는 달빛이 되어 지금까지 남아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주간 독설] 공부법 보다 휴식법이 더 중요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