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겠다고 마음먹은 이유

올해의 마음

by Jjiriko

2026년이 되면서, 올해는 더 많이 고민하고 사유하고,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예전에는 어떻게 써야 할까, 어떻게 계획해야 할까를 먼저 생각했다면, 올해부터는 이것저것 부딪히면서 많은 일들을 도전해 보고 싶다.


곰곰이 고민해 보니, 내가 K에게 종종 해주던 이야기들,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했던 조언이나 나눴던 대화들을 엮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새로운 이야기를 억지로 적어내고 만들어내는 일은, 또 다른 부담이 되어버릴 것 같아서.




오늘 갑자기 떠오른 건,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다.

13년 전쯤, 거대한 에고를 가지고 치열하게 살던 시절에 우연히 한 워크숍에서 A라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A는 워크숍 내내 계획하고, 정리하고, 편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반복해서 이야기하며, 자신의 삶이 그렇게 정리되어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지인들과 나눈 대화까지 정리해 파일로 보관하고, 마지막으로 어떤 대화를 했는지까지 적어둔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조금 과한 것 같기도 하지만) 그 당시의 나에게는 그 모든 것이 너무나 근사해 보였다. 그 이상한 감정들이 뒤섞인 채로 A를 바라보며, 나는 거의 존경에 가까운 마음으로 그를 닮고 싶어 했다.


그때 내가 원했던 나의 모습은 아마 이런 사람이었던 것 같다.

철두철미한 사람

냉정하게 모든 것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

맡겨진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

일과 사적인 감정을 분리할 줄 아는 사람

감정을 많이 드러내지 않고, 행동과 결과물로 보여주는 사람


나는 원래 사람을 좋아하고, 관찰하는 걸 좋아하고, 작은 일에도 쉽게 신나고 즐거워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뭐랄까, 나라는 사람과 내가 되고 싶은 나가 완전히 분리되어, 두 사람으로 살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A는 ‘글을 쓰는 일’이 얼마나 무거운 일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 번 글을 써서 인터넷에 올리면, 그 모든 것이 영원히 박제된다는 것. 지울 수 없고, 인터넷이라는 우주를 영원히 떠돌아다니며, 마치 스티커처럼 나라는 사람에게 인식표를 붙여버리는 행위라는 것.


그리고 워크숍 도중 A가 무심코 남긴 한마디가, 오랜 시간 동안 내 머릿속에 남아 내 손발을 묶어버렸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쩌면 그는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을 텐데, 당시의 나에게는 그 말이 마치 저주처럼 박혀버린 셈이다.


워크숍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 한참 동안 멍했던 기억이 난다.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건너는데, 창밖이 유난히 뿌옇게 보였다. 그리고 그 이후로 나는 인터넷에 무언가를 올리는 일에 극도로 민감해졌고, 거의 아무것도 쓰지 않게 되었다.


사실 이 모든 게 A의 탓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나는 타인의 시선을 너무 크게 의식했고, 그 말 한마디를 필요 이상으로 끌어안았던 것일 테다. 그때의 나는, 쓰기보다 멈추는 쪽이 더 안전하다고 믿고 있었으니까.

(이 부분은 나중에 더 써도 좋을 것 같다.)


몇 년 전, A가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살면서 딱 한 번 스쳐 지나간 인연이었고, 다시 마주칠 일도 없던 사람이었는데,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상하게 마음이 오래 남았다. 그의 삶이나 이후의 이야기를 아는 것도 아니었고, 더 이상 확인할 길도 없었지만.


아마 그 당시의 K도 (어렸다기보다는) 그 시절의 생각과 태도가 그랬던 것일 테다. 정리하고, 남기고, 기록해야만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던 마음. 그리고 나는 그 말의 일부만을 떼어내, 너무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에 와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모든 글이 영원히 남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설령 남는다 해도 그것이 곧 나의 전부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쓰는 일은 조심스럽고, 여전히 두렵다.


하지만 아마도, 그래서 다시 쓰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