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바닷가 작업실에는 전혀...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Written by 김정운

by 한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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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필라움(Spielraum, 주체적 공간)

독일어 <놀이(Spiel)>와 <공간(Raum)>이 합쳐진 <슈필라움>은 우리 말로 여유공간이라 번역할 수 있다. 아이들과 관련해서는 실제 놀이하는 공간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의 공간을 뜻한다. 물리적 공간은 물론 심리적 여유까지 포함하는 단어다.




저자와의 첫 만남은 저자의 저서 <나는 아내와 결혼한 것을 후회한다(21세기 북스, 2009)>였다. 독특한 제목, 위트 있는 스토리로 심리학과 문화인류학을 넘나드는 저자의 탁월한 지력과 필력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다만 제목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와이프에게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10년이 지난 2019년 발행된 이 책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를 처음 보았을 때 다시 궁금해졌다.


"10년 동안 내용은 더 새로워졌을까? 내용은 더 풍부해졌을까? 사색과 감성의 깊이라도 더 깊어지지 않았을까?"


이런 궁금증으로 책을 열었다. 그런데 이 궁금증들은 실수였다.


내용이 새롭지 않아서가 아니다. 내용이 풍부해지지 않아서가 아니다. 사색과 감성이 깊이가 깊어지지 않아서도 아니다.


저 궁금증에서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나 역시 10년 동안 성장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한마디로 나도 머리가 굵어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10년 전 그때만큼 강하게 시선을 잡아 끌거나 무릎을 탁 치게 만들지는 못했다.



그래도 저자의 책을 읽는 과정은 참 행복하다.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파서인지 고맙게도 군데군데 아재 개그를 심어두었다. 진지하다가 낄낄거리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마치 가까이에 있는데도 몇 년 동안 가보지 못한 숲길을 혼자서 걷고 돌아온 느낌이다.



아, 외로움을 어떻게 견딜 수 있는가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그것도 나름의 해법이 있다. 하루에 세 번, 배가 들어올 때마다 내 엄청 예쁜 강아지, 셰틀랜드쉽독을 앞세워 항구를 배회하면 된다. 누군가는 반드시 “어머 강아지다! 너무 예뻐요, 무슨 개에요?” 하고 말을 걸어올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개가 예쁘다고 ‘개 주인 남자’에게 선뜻 말 걸어오는 ‘남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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