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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靜天) 에세이 26] Trend Korea

by 한정구
2025_20211210143610905.PNG (출처 : 인사이트 & 이니셔티브)


환경변화 분석모델 가운데 PEST Model이 있다. 여기서 P는 Political, E는 Economical, S는 Social 그리고 T는 Technological을 의미한다.


Political은 정치, 법률 분야 환경변화를 말한다. 대내적으로는 선거와 같은 정치적 이슈, 부동산 세제변화와 같은 정책적 이슈가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무역분쟁, 전쟁 등과 같은 국제사회 변화를 포함한다.


Economical는 경제 분야 환경변화를 말한다. 금리, 환율, 물가 등 경제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의 변화가 여기에 해당한다.


Social은 사회문화 분야 환경변화를 말한다. 저출산과 같은 인구통계적 이슈, 기후변화 등과 같은 환경 이슈, ESG와 같은 사회구조 이슈 등이 있다.


마지막 Technological은 기술 분야 환경변화를 말한다. 이 분야는 변화속도가 가장 빠르다. 그래서 주도적,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분야로서, 5G,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신기술로 인한 외부환경 변화를 말한다.


우리는 과거에 비해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데이터에 접속할 수 있는 기술을 누리고 있다.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늘 불확실성의 공포를 느끼며 살아간다. 그래서 우리는 변화를 미리 알고 싶어한다. 바로 그 변화의 키워드를 우리는 트렌드(Trend)라고 부른다.

2025_20211210143714233.JPG (출처 : Google Trend)


트렌드(Trend) : 생각, 행동 또는 어떤 현상에서 나타나는 일정한 방향


필자는 매년 서너 번 정도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의제안을 받고 있다. 직장에 다니면서 강의자료를 만드는 것도, 강의 시간에 맞춰 귀한 휴가를 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대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굳어가는 머리에 다시 끓는 피가 도는 것 같은 쾌감이 있다. 그래서 강의제안을 받으면 절대 거절하지 않는다.


얼마 전 모 대학에서 트렌드를 주제로 강의제안을 받았다. 한참 트렌드를 주제로 이야기 하고 있는데 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트렌드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트렌드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좋은 질문입니다. 학생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트렌드를 빨리 캐치(Catch) 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비록 온라인 수업이었지만 학생들은 저마다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방법인 언론, 방송부터 YouTube, Internet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여러분 의견 모두 맞습니다. 트렌드는 같은 시대와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진 생각, 행동의 방향입니다. 지금 여러분은 서로 의견을 공감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생각의 방향이 같기 때문에 모든 의견이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 의견에 의견 하나만 추가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제 개인적인 방법입니다. 저는 트렌드 파악을 위해 매주 한 두 번 서점에 들립니다. 어떤 책들이 많이 진열되어 있는가를 보면 그 시점에 사람들의 관심이 어디로 쏠려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서점에는 암호화폐로 돈을 버는 법 같은 책이 많아집니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 부동산 관련 책들이 많아집니다. 서점에 어떤 책이 많이 진열되어 있는가를 통해서도 트렌드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역사에 대한 관심을...


우리가 착각하는 것이 있다. 트렌드는 미래라고만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몇 년 전부터 익숙해진 워라벨(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은 새로운 변화가 아니다. 1970년대 영국에서 등장한 것이다. 주객전도를 의미하는 왝더독(Wag The Dog) 역시 선물-현물 투자시장이나, 마케팅 분야에서는 일반적인 용어이다. 그런데 마치 새롭게 등장했고, 새로운 사회변화를 반영하는 트렌드라고 잘못 이해하고 있다.


트렌드가 생각과 행동에 대한 방향이라면 그 방향에는 시작점이 있다. 그 시작점을 우리는 역사(歷史)라고 부른다. 과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그리고 기술의 흐름을 알 수 있다면, 다음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도 이해할 수 있다. 아무런 상관없을 것 같은 트렌드-역사 간 관계를 보며 역사 공부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1826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자동차가 등장했다. 그러나 자동차로 인해 생계를 위협받은 마부들의 항의에 1865년 영국의회는 <적기 조례>를 선포했다, 적기 조례에 따르면 자동차를 운행하기 위해서느 붉은 깃발을 든 기수가 자동차의 약 50미터 앞에서 붉은 깃발을 흔들며 자동차가 온다는 사실을 행인들에게 알려야 했다. 심지어, 마차가 지나가면 자동차는 마차에게 길을 양보해야 한다.


적기 조례로 인하여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성공할 수 없었다. 그래서 수많은 엔지니어들은 바다 건너 대륙으로 건너갔다. 산업혁명의 시작은 영국이었지만, 기술의 헤게모니는 결국 독일이 차지하게 된다.


적기 조례와 같은 역사적 사실을 통해 방향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우리 역시 같은 상황에 처할 것 같은 불안함이 엄습해 온다. 역사를 잃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던가...


2025_20211210143945072.JPG (출처 : 이데일리)


글 | 정천(靜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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