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룸
서울 중구 을지로20길 16 진양빌딩 503호
@alexroom_euljiro
화-목, 13:00-20:00, 수요일 휴무
공간소개 부탁드립니다.
알렉스룸은 전시를 볼 수 있는 갤러리 카페예요. 비정기적으로 전시가 있어요. 작년 5월 오픈했고 초기에는 제 개인공간이었어요. 저는 예술하는 사람은 아니어서 작업을 하지는 않지만, 사진을 찍는 게 취미였어요. 2년 전쯤 안식년이 생겼고, 사진찍은 것으로 책을 만들어보려고 겸사겸사 작업실 겸으로 공간을 냈어요. 이전 을지로에는 작업실 겸 차를 파는 1세대 작업실들이 있었잖아요. 그런 곳들을 보면서 월세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카페도 하게 됐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카페로 잘 자리 잡게 됐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는데, 신기하게 한 두명씩 오시더라고요. 작년 말 정도 코로나 오기 전에 한창 바빴어요. 지금은 갤러리 카페가 됐어요.
공간 인테리어도 직접 하신 건가요?
네. 인테리어 어떻게 했냐는 질문을 받는데, 벽 말고는 없어요. 가구들이 있죠. 가구들이 절반정도는 제가 갖고 있던 것들이에요. 소품들, LP 이런 것들요. 제가 있던 집이 컸고 물건들이 좀 많아서 공간을 내려고 했을 때, 집을 없앴어요. 그렇게 되면서 물건들이 갈 데가 없어져 자연스럽게 이곳에 두게 됐어요. 그런데 지금 정도까지는 아니었죠. 화분도 없었고. 커튼도 없었고, 당시에는 휑한 방이었어요.
공간을 내게 되었던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원래 마케터였어요. 마지막 직장 전직장이 브랜딩하는 회사였는데, 브랜딩하는 회사이니까 디자이너들이 있잖아요. 제가 아는 디자이너 중 한명이 을지로에 가게를 낸 거예요. 그 친구랑 대화를 하면서 많이 영감을 받았어요. 그때는 여기 가게가 하나도 없었거든요. 이후에 몇 개가 생겼죠. 쎄투, 분카샤, 감각의 제국... 그 친구에게 을지로에 왜 들어왔는지 이야기 듣다가 마침 그때 북저널리즘이라는 출판 브랜드에서 <다시을지로>라는 책이 나왔어요. 그 책을 친구에게 추천을 받아서 읽었고 한창 이 지역에 관심이 있었을 때여서 책 읽고 사진찍으러 돌아다니다가 을지로에 들어오게 되었어요.
을지로 자체가 옛날의 산업현장에서부터 대기업까지 공존하고 있는 곳이잖아요. 이곳에서 공간운영하시는 거 어떠세요?
막상 저는 여기 와서 젊은 상인들과 친해졌어요. 힙지로의 상업 공간들을 분류해보자면 1세대, 2세대, 3세대로 나뉘거든요. 1세대가 아까 이야기한 원조들이에요. 그리고 2세대가 저 같은 사람들이에요. 파이오니어까지는 아니고, 패스트팔로어 정도의 사람들이죠. 알렉스룸을 포함한 을지로 브이, 감각의 제국, 줄리아, 을지루이스, 을지로 작은바, 마굿간 이런 가게들이 대표적인 곳들이에요.
동네가 풍기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잖아요. 2세대들이 또 그런 걸 좋아해요. 카페에 작가가 와서 작업을 하고, 그런 분위기가 을지로에는 형성이 되어있거든요. 저희 가게도 평일 낮에 글쓰는 분들이나 그림 그리는 분들이 여기 앉아서 작업하세요. 공간 운영하시는 분들 이야기 들어보면 그런 것들이 그동안 그들이 느끼지 못했던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해요.
제가 여기 들어왔을 때는 시기적으로 2세대에 공간들이 생겨났던 시기였어요. 신기했던 건, 제가 여기에 이런 공간을 차린다고 하니까 그들과의 동질감이 생겼다는 거예요. 이곳에 공간을 내고 저도 밥먹고 술먹고 해야하니까 근처 가게들에 가요. 가서 운영하시는 사장님 분들과 이야기 나누다가 여기서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면, 그분들이 저희 가게를 홍보해주셨어요. 그들의 가게에 오는 손님들에게요.
의외로 네트워크가 탄탄했군요.
예술을 하면서 작업실을 개조해서 지내는 분들은 그분들끼리 친해요. 그들만의 화제가 있어요.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그들끼리 친하고요. 그분들이라고 해서 돈을 버는 활동을 한다고 해 을지로에 애정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2세대 사장님들은 술드시다가 울고 그러세요. 을지로 변하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요.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고 이런 걸 이야기하는 게 너무 복잡하죠. 2세대 분들은 장사를 하고 예술가는 아니지만 다들 예술적인 감성이 준 예술가 수준인 분들이세요. 3세대는 조금 결이 다른 것 같아요.
이야기듣다보니 머릿속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정리되지 않았던 힙지로의 변천사가 어느정도는 정리된 것 같아요. 지금의 을지로는 어떤가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서 저는 여전히 을지로 같다고 생각해요. 기존에 계셨던 분들이 우리를 볼 때는 상업화와 지역초토화의 주범이죠. 실제로 3가쪽은 건물주들이 인쇄공장을 밀어냈어요. 상인들 장사 하라고요. 아시겠지만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된 건 처음에 이곳에 작업실이 들어오게 되면서 작업실이 커피를 팔았던 게 시작이었잖아요. 저도 을지로를 좋아했던 을지로 마니아였는데, 예전에는 저도 을지로 재개발이 싫었고 여기는 지켜졌으면 하는 생각 되게 강했어요. 그런데 막상 들어와서 이곳의 이해관계자들과 가깝게 지내다보니 쉽게 보존하자고 못하겠어요. 보존을 한다고 그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찌됐거나 금속공장이나 인쇄소 아저씨들이 어떻게 보면 도태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던 거잖아요.
사람들이 을지로를 찾는 매력포인트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을지로의 매력.
을지로가 매력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는 가게에 오는 젊은 친구들이었어요. 을지로가 힙지로라고 불리게 된 건 장소가 힙해서가 아니라 힙스터들이 와서 힙지로였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들끼리 을지로 아이들이라고 부르던 사람들이 있었어요. 하얗고, 비쩍 말라서 까만 옷 입고 다니는 친구들이요. 타투, 피어싱을 많이 하고 머리 엄청 빨간, 그당시 가게들에 가면 거의 그런 친구들 밖에 없었어요. 평소에 강남이나 성수 이런데서 보지 못했던.
그 친구들이 어떤 친구들이냐면 패션이나 미술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에요. 을지로에 힙한 가게들이 생겨난 게 미대나온 사람들이 여기에서 재료 구하기 시작하다가 작업실을 하고 카페를 차리게 되면서 였잖아요. 그렇게 오던 친구들이 카페가 생기니 카페에 찾아오게 된 것이죠. 을지로는 힙스터들 때문에 뜨게 된 거라고 봐요. 그들이 을지로에 유입된 건, 을지로의 마이너틱함이 아니었을까해요. 여기는 메인스트림이 아니거든요. 을지로에 아무리 갤러리가 많아져도 인사동이나 서촌 북촌에 메인스트림 갤러리들과는 달라요.
단열도 잘 안되고, 벽에 뭐 박으면 부서져요. 예술가들도 돈없는 예술가들이 많이 왔었죠. 자본하고 거리가 먼. 그들이 여기있을 수 있던 이유는 을지로 가게들이 저렴했기 때문이에요. 예술가들이 그냥 커피를 내렸기 때문에 3,000원, 4,000원 정도 였어요. 안주도 라면땅 같은거. 둘이서 와인한잔 먹고 안주하나 시켜먹어도 20,000원 밖에 안나와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계속 모인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처음에 을지로 아이들이라고 부르던 그 힙스터들은 거의 을지로를 이탈했어요.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공간 운영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작년 5월만해도 이런 곳을 좋아하는 분들이 꽤 됐어요. 초창기 때 오셨던 손님들 중에 지금도 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근처에 작업실 갖고 있는 작가님들도 계시고, 그리고 알렉스룸은 아까 말씀드렸던 초기의 힙스터들도 가끔씩은 오는 것 같아요. 그런데 대부분 그런 친구들이 어리죠. 20대 중반. 뭐하는 분이시냐고 이야기 나누다보면 대부분 예술계에 있는 분들이에요. 음악하거나 글쓰거나 그림그리거나.
작업실로 시작해서 카페가 되었고, 지금은 전시까지 운영이 되고 있는 공간이잖아요. 전시 운영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원래는 갤러리 카페를 할 거라고 전혀 생각 못했어요. 저희 옆방에 돈없는 작가들이 있었는데, 미술전공자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들의 주체할 수 없는 예술혼으로 인해 작업을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전공을 버리고 작업실에 들어온 거죠. 그런 예술가들이 을지로에는 많아요. 근데 막막하잖아요. 그나마 다행인건 요즘에 인스타가 있으니까 인스타에 작업을 올리면서 활동을 하는 거죠. 대부분 그런 작가들이 을지로에 있었고, 알렉스룸의 손님으로 있었어요. 그런데 그즈음 대관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저는 그때 갤러리에 돈을 주고 대관을 하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그동안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구조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았어요. 소비자보다 작가가 훨씬 많다보니 미술시장 자체가 작가가 돈을 내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는 구조거든요. 갤러리한테 돈을 주고, 그림도 잘 안팔리는데 갤러리가 반을 가져가고, 자기 예술은 하고 싶은데 하려고 하니까 막막하고 심지어 돈도 없고, 그래서 여기서라도 전시를 할래? 하다가 전시를 시작하게 됐는데, 하다보니 그 친구들에게 미안해지는 거예요. 전시를 하면서도 여기는 제 방이잖아요. 그래서 전시 홍보를 조금씩 해주기 시작했어요. 나중에 여기 업종등록을 갤러리로 추가 등록했어요. 그 이유도 혹시나 그들이 나중에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제 방에서 전시 했다고 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에요. 그게 여기서 전시를 하게 된 시작이에요.
가구가 있고, 카페영업을 하고있는데도 그걸 감수하고도 이곳에서 전시를 하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건, 이런 공간에서도 전시를 하는 것이 어떤 매력이 있어서가 아닐까 해요. 아무리 대관이 무료라고 해도요.
저는 미술시장도 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옛날에는 소수의 콜렉터들이 갤러리랑 연결돼서 작가가 콜렉터들에게 목매달았거든요. 그래서 간혹 예술밖에 모르는 순수한 분들은 다치기도 했어요. 그러다보니까 작가가 콜렉터들에게 잘 보여야 하는 상황들이 있었던 거죠. 저는 알렉스룸같은 형태가 누추한 공간이지만, 오히려 화이트큐브 같은 곳들보다 앞으로 다양한 형태로 이어질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알렉스룸이 전시를 하는 기본적인 매커니즘은 작가는 작업으로 전시를 무료로 하고 사람들이 전시 관람 비용을 내는 거예요. 물론 커피값이라는 명목이 허들로 아직 걸려있긴 하지만요. 이걸 보고 싶다면 돈을 지불하라는 것이죠. 알렉스룸 커피값은 비싸잖아요. 작가들은 작업도 자기돈을 내고 하니까요. 대신 작가들이 그런 생각은 안했으면 좋겠어요. 원화를 비싼 값으로 파는 건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거든요. 요즘 작가분들은 굿즈같은 거 많이 만들잖아요. 30-40대 이고 전통적인 미술계에 있었던 분들은 여전히 그런 걸 싫어하시는데 20대 작가들은 안그러거든요.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커리어 쌓아도 다 포스터 만들고 핸드폰케이스 만들어요. 저는 그게 훨씬 건강한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을지로 공간이나 작가를 추천해주신다면?
<을지로 브이>
을지로 브이라는 카페를 추천해요. 사장님이 원래 익선동에서 매니저일을 하셨던 분인데, 되게 을지로 사람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을지로는 이성보다는 감성이 강한 동네 생각해보니 을지로에 아이코닉한 모습은 감성인 것 같아요그런 특성이 이 지역의 무언가를 만들어낸 것 같아요. 을지로 브이는 사람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게라고 생각해요. 호텔수선화같은 곳도 전에 있긴 했지만 여기가 조금 더 근래 을지로에 맞는 곳이 아닐까해요.
<신나운 작가>
을랑을랑 신나운작가님이라고 계세요. 을지로에서 작업하신지가 알렉스룸과 비슷하니까 2년정도 됐고, 을지로에 숨겨진 작가님이세요. 일년 내내 작업실에 틀어박히셔서 작업만 하세요. 작업이 을지로 스러운 느낌은 아니지만 작업이 깊이 있고 좋아요. 저희 가게에는 자주오세요. 알렉스룸 진짜 초기에 사람없을 때 오시고 이후에도 꾸준히 찾아주세요. 서로의 팬이거든요. 작가님도 저희 가게 좋아해주시고 저도 작가님 잘 되시길 응원하는.
*알렉스 룸 11월 전시
[함연우 개인전 - 연우의 世界]
2020.11.05-11.17
화-목 13:00-20:00, 수요일 전시없음
인터뷰이 알렉스 한
취재 홍주희, 백유경
글&편집 백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