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다

나의 이야기

by 프로불평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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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월요일 아침

월요일 아침, 갑자기 팀장 회의가 소집되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 팀장님들이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고, 각자 팀원들을 소집했다.


"회사 합병으로 인해 사무실 이전이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사무실 위치는... ○○○라고 하네요..."


그 말을 듣고 우리는 그냥 말이 없었다.
보통 사무실 이전을 할 때는 기존 사무실과 거리가 크게 차이 없는 곳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번 사무실 이전 거리는 몹시도 파격적이었다.
특히 집이 멀던 내게는 더더욱...




내 안에서 뭔가 '툭' 하고 끊어졌다

이전을 하게 될 곳은 집에서 편도 2시간 반이 걸리는 곳이었다.
하루 8시간의 근무를 위해 출퇴근 왕복 5시간을 길거리에서 버려야 하는 거리.

어쨌거나 그날부터 일주일간, 나는 거짓말 조금 보태 회사의 전 직원들에게 질문을 받았다.


"어떻게 하실 거예요? 다니실 수 있어요? 독립할 생각 없으신 거예요?"


나는 그냥 웃으며 "몰라요~ 어찌 되겠죠 뭐~"라고 대답해버렸다.
지금 와서 고백하자면, 난 그날 사무실 이전 소식을 듣는 그 순간, 뭔가 '툭' 끊어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마음이 몹시도 평온해졌었다.

'아... 이제 끝났구나...'




지쳐버린 시간들

평소 나는 사람들에게 말하곤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때는 많지만, 정말 그 회사를 그만두게 될 때는 '인연이 끊어지는 느낌'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냥 알게 된다고.
그걸 그날 내가 다시 느꼈던 것이었다.

10년 가까이 다니던 나는 몹시도 지쳐 있었다.
쉬지 않고 일하기도 해왔고, '히스토리를 많이 안다'는 이유로 자주 소환(?)되어 그 일의 담당자가 되곤 했다.
일은 줄어들지 않고 점점 쌓여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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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한 회의와 반복의 나날

특히 2~3년 동안 회사 인수합병과 잦은 임원 교체는 업무의 방향성을 잃게 했다.

A 임원이 큰 뜻(?)을 품고 진행한 거대 프로젝트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PM으로 인해 결국 외부 컨설턴트에게 넘겨졌고, 더욱 볼륨 업된 프로젝트는 회사 직원들의 1/3을 소환한 채 하루 종일 회의만 하며 시간만 지나갔다.

정말 그 회의는 숨이 막혔다.
각자의 팀에서 소환된 사람들은 자기 팀의 입장만 얘기했고, 그것은 조율되지 않았다.
PM도 외부 컨설턴트도 하루 종일 논의를 시킨 후 "다음 회의 때 더 얘기해보자"며 또 다음 시간에 같은 얘기를 반복시켰다.
너무도 갑갑해서 "일단 무엇이라도 해보자"고 제안해도 아무도 결정하지 않은 채 다음 회의 시간만 잡았다.

그 TFT에서 가장 많은 회의에 참여해야만 했던 나는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회의를 하고, 팀에 돌아와 그때부터 내 일을 해야만 했다.
의미 없는 회의에 이은 야근...




지쳤다는 말조차 지친 어느 날

몇 개월이 지난 후, 경쟁 라인이던 B 임원으로 교체되었다.
담당자들이 소환되어 "이 일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와 같은 자기 성찰(?)식 회의가 진행되었다.
그렇게 한 달여가 지나고, 이미 상당한 비용을 써버린 프로젝트는 어쩔 수 없이 진행되어야 했고, 다시 팀이 꾸려지기 시작했다.

너무나 질렸다.
스트레스와 잦은 야근으로 걷는 것도 귀찮아졌고, 먹기만 하니 살은 급격하게 쪘다.

(우리 언니들은 당시 나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하곤 한다. "너, 정말 하루하루가 다르게 살이 찌더라.")




'사무실 이전'이라는 선물

그 시점에 '사무실 이전'이 발표된 것!
너무도 많이 엮여 있고, 진행 중이던 것들이 많아 쉴 수 없는 내게 택도 없는 거리의 '사무실 이전' 소식은 일종의 '선물'같이 느껴졌다.
이 무거운 짐을 '공식적으로, 내 의지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이유로, 웃으며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마침표를 찍고, 쉼표를 얻다

오랜 시간 쉬지 않고 일해왔고, 앞으로도 일을 해야 할 것이기에 바로 이직할 생각은 없었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바로 일을 할 기운이 없었다.
좀 쉬고 싶었다.

고맙게도 '사무실 이전'은 내게 그동안 한 번도 받지 못한 '실업급여'라는 것도 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렇게, 장미가 활짝 피던 어느 계절, 나는 그 회사와의 인연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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