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퇴사는 조용했고, 일상은 조금씩 달라졌다

나의 루틴 실험기

by 프로불평러

왁자지껄한 작별, 그것으로 충분했다

사무실엔 이사 준비로 분주한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그 날은 회사의 사무실 이전을 위해 짐을 싸는 날이자, 나의 마지막 출근일이기도 했다.
딱 그 날을 원했다.
다들 앉아있는 사무실에서 나 혼자만 짐을 싸들고 인사하고 나가는 모습은 왠지 처량해보일 것 같아 싫었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래도 9년이나 일해온 회사인데...
그래서 다들 자기 짐 싸느라 정신 없는 날, 나도 그들과 섞여 같이 짐을 쌌고 그들이 우왕좌왕 할 때 빠르게 돌아다니며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나왔다.




그렇게, 나는 회사를 떠났다

회사 사람들은 퇴사 이후의 내 계획이 궁금한 눈치였다.
누군가는 바로 다시 일하라고 말했고,
또 누군가는 이왕 쉬는 김에 장거리 해외여행을 다녀오라며 얼른 티켓을 끊으라고 재촉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어요. 그냥 일단 쉬다가, 생각나면 움직이려구요.”

바로 취업할 생각은 없었다.
비행기 티켓을 검색할 의지도 없었다.

미션이 있고, 그걸 위해 검색하고, 리스트를 만들고, 머리를 쓰고, 마음을 쓰는 그 모든 것이 이제는 버겁게만 느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한 작은 루틴

나는 아주 단순한 목표를 세웠다.
그저 건강해지는 것.

그리고 이렇게 하루를 설계했다.


아침 7시에 일어나기

자전거 도로를 따라 1시간 걷기

집안 청소는 내가 하기

하루 1개의 글쓰기

오후 낮잠은 30분, 그 외 시간엔 눕지 않기

심심할 땐 걷기

밤 12시에 잠들기


단순한 일상.
그 속에 스스로를 차곡차곡 쌓아보기로 했다.

fd.png





생기가 도는 얼굴

한 달쯤 지나자, 나를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얼굴이 정말 밝아졌네.”

혈색이 좋아졌고, 표정도 편안해졌다고 했다.
조금씩 살도 빠졌고, 무엇보다도 내 눈빛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조용했던 마음 한켠에서 **‘무언가 다시 해보고 싶다’**는 감정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

‘뭘 해볼까?’
생각 끝에 떠오른 건, 그동안의 나라면 절대 시도하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겁이 많다'는 핑계이긴 했지만 회사를 다닌다는 이유로 게으름을 피우고 시도하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또다시 망설임이 고개를 들었다.
‘하다가 그만두면 어떡하지?’
‘실패하면 창피한 거 아닌가?’

한참을 고민하다가,결국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버렸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해보자. 뭐, 정 안되면 말지 뭐~”




최종 선택,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

그렇게 일주일쯤 뒤, 나는 3가지 도전 항목을 정했다.


자전거 배우기
수영 배우기
운전 배우기


이 소식을 들은 가족과 친구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같았다.
“정말? 네가? 웬일이야?”

운동신경이 없다고 자전거를 거부했고, 물이 무서워 수영은 상상도 못 했고, 길치라는 이유로 운전은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던 나였다.

하지만 이젠, 그 모든 걸 하나씩 시도해보기로 했다.



첫 번째 도전, 수영

그 첫 번째 도전은 **‘수영’**이었다.

“하지 않기로 했던 것들로 다시 하루를 채워가기로 했다.
그 선택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아직 모르는 것.


어떻게든 되겠지 뭐...

sticker sticker


#수영 #퇴사 #백수생활 #백수이야기 #백수라이프

keyword
작가의 이전글10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