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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니에 Dec 03. 2018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

파리의 크리스마스

목요일 저녁 님 Nîmes에 사는 동생이 페이스북 메신저를 보내왔다. "언니 내일 뭐해요?"

파리로 올라오는 기차에서 연락한 동생.

남미 기아나로 떠나기 전 2015년도에 본게 마지막이었는데 3년만에 만날 기회가 생겼다.


금요일 라데팡스 신개선문에서 만나기로 했다.
파리의 크리스마스 마켓 Marché de Noël을 보기 위해서였다.

신개선문


라데팡스는 회사 밀집지역으로 우리나라 삼성동과 분위기가 흡사하다.

오랜만에 만나 동생과 폭풍수다를 떨며 쇼핑을 즐겼다. 동생은 내일 저녁에 기차를 타고 남부로 내려갈 계획이었다. 내일도 동생을 만나고 싶은데 선뜻 만나자고 말할수 없었다. 토요일은 노란조끼 시위가 예고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노란조끼 시위는 한달 전에 마크롱 대통령이 환경보호를 위해 유류세를 인상한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 프랑스 전 지역과 해외영토까지 시위를 시작했고 시위 첫날 1명이 사망했다. 사망한 이유는 노란조끼 시위자들이 고속도로를 막고 지나가는 차들을 공격했는데 (니네는 왜 시위에 참여 안 하냐?) 차를 운전하던 아줌마는 아픈 딸을 데리고 병원에 가던 중 노란조끼사람들이 차를 공격해서 놀랬다고 한다. 당황한 나머지 차를 급히 후진하다 뒤에 있던 시위자를 치었는데 사망했다.


시위의 의미는 프랑스 급여가 적고 최저임금 또한 1500유로로 적은데 비해 세금은 비싸다는거다. 프랑스의 세금 퍼센트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데 독일과 프랑스의  고위공무원들의 임금 및 인원수, 고위공직자들이 사용하는 이동수단까지 비교해 놓은 표가 공개되기도 했다. 서민들은 "너희들 배 채우려고 서민들 세금 올리냐?" 라고 분노한 것이다. 기존 세금 때문에 극장에도 레스토랑 외식도 못하는게 유류세까지 인상한다니 환경보호는 그저 핑계일 뿐이다. 미국도 중국도 안하는 환경 걱정을 왜 프랑스가 하냐고 묻기도 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연합 군대를 만들고 싶어한다. 그럴려면 돈이 필요하다. 세금을 올릴 수 밖에 없는 것 이다.

환경을 생각한다면서 마크롱은  왜 남미에 위치한 프랑스령 기아나에 있는 "금산(Montagne d'or)" 을 파괴해 금을 캐석하려하는가. 몇백년을 그대로 두었던 산을 다 파헤치고 금을 캔 후 그 땅을 회사에 팔아 정부는 많은 이득을 남길 것이다.  금을 캐석한다는 것은 많은 화학약품을 사용해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이며 그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건강문제 특히 자연속에서 사는 아메리카 인드언들의 삶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현재 금산이 있는 지역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늘 그렇듯 해외영토의 소식 특히 정부가 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거부는 프랑스 본토에서는 쉽게 뉴스로 접할 수 없다.
사람들은 묻는다. 환경오염 유류세 인상에 대해 운운하면서 정작 석유회사 "Total"은 왜 세금을 안내냐고. 회사에서 내던 부유세마저 마크롱이 폐지하면서 모든 부담을 서민들에게 돌리고 있다.


지난주 토요일 개선문 앞 샹제리제 거리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차를 부수고 불을 지르고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공포에 떨었다. 그리고 내일 토요일에 또 3차 대규모 시위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동생에게 제안했다. 우리집 근처에 뱅센 성이 있는데 놀러오라고. 그쪽지역은 안전할거라고..1호선 종점이니까 호텔에서 오기도 편할거라고..


뱅센 성은 루이 14세가 베르사이유 궁전으로 입성하기 전 사냥을 하러 자주 찾았던 곳으로 찰스 5세에 의해 완공되었다. 한때 군 물품을 보관하는 곳으로 쓰였다가 후에 사람들에게 오픈되었다.
현재 세계 1차 대전 휴전 기념 전시가 열리고 있다.

나는 남미에서 국가파업을 겪어봐서 트라우마가 있다. 이런 시위가 있을 땐 집에 있는게 가장 안전하다. 동생은 나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혼자 돌아다니겠다고 한다. 이 동생도 파리를 여러번 관광해서 딱히 보고싶은건 없다고 했다. 나 만나겠다고 130유로 기차 티켓을 끊고왔는데 혼자 둘 순 없었다.

샹제리제 거리는 위험하니까 토요일에 레알 Les Halles에서 만나기로 했다.
 

레알은 원래 재래시장이었는데 8년의 공사기간을 걸쳐 새롭게 태어났다. 축구경기장 2배의 크기인 이 지하철역은 유럽에서 가장 큰 지하철역이다. 0층부터 지하 4층까지 총 5개의 층으로 되어있고 파리선 5개 노선과 일 드 프랑스 외곽선 3개 노선이 운행 중이다. 하루 이용자만 80만명이라고 한다.

황금색 지붕은 뚜껑을 열듯 오픈할수 있게 만들었다.


동생과 레알에서 만나 퐁뇌프 다리에서 사진도 찍고 오페라쪽으로 이동했다. 루브르 박물관과 오페라 극장을 지나 갤러리 라파에트 옥상으로 올라가 에펠탑을 바라보는데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노란조끼 시위대가 걸어서 오페라쪽을 향하고 있었다. 시위대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미 아침부터 샹제리제 방향 지하철 역이 폐쇄되었다. 순간 나도 지하철을 못타게 되는건 아닐까 집에 못가게 될까 무서웠다. 우선 백화점에서 나가기로 했다. 명품 매장이 있는 0층은 발 디딜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옆에 있는 쁘랭땅 백화점에서 중국 관광객들을 안 받기로 하면서 모든 관광객들이 라파에뜨로 몰린 것이다. 오죽했으면 돈 많은 중국인들을 안 받겠다고 했을까? 백화점 입구는 나갈수는 있어도 들어올수는 없었다. 모든 매장이 노란 조끼 시위대를 보고 문을 닫고 샷시를 내렸다.

백화점을 빠져나오니 헬기 소리가 요란하다. 살 물건을 빨리 사고 노란조끼를 피해 지하철을 타고 다시 레알로 이동해 카페에 들어갔다. 나는 그저 행진하는 모습만 봤는데도 무서웠다. 페이스북으로 생중계 뉴스를보니 샹제리제쪽에서 물대포를 쏘고 시위진압을 하고 있었다. 개선문을 포함해 샹제리제 거리, 파리 전 지역에 화염병 수류탄 물대포로 도시가 혼란에 빠졌다. 14억원 이상의 피해를 봤다고 하는데 분명 그 이상일 것이다. 3명 사망 100여명 부상 400여명 연행. 노란조끼의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시위 참여를 거부하는 이들도 생겼다. 노란조끼들은 과격한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사법경찰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사법경찰이 노란조끼를 입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채 난폭한 시위를 유도해서 노란조끼들의 이미지를 손상하고 정부는 폭력적인 시위와 협상하지 않겠다 고로 유류세를 인상할것이라는 시나리오 라고 추측설도 돌고 있다.


파리시장과 샹제리제가 있는 8구의 시장 모두 여자다. 역시 프랑스는 여성 파워가 쎄다. 이 시위를 어떻게 진압할지 정부도 골치가 아플 것이다.

돈이 없는 프랑스는 세금은 올리고 실업수당은 줄일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프랑스 국립대학은  한 학기에 500유로인 학비를 내년부터 외국인 학생들만 학사 2800유로로 석사 3800유로로 올리겠다고 교육부장관이 지난주 발표했다. 더 재밌는건 내년부터 외국인 학생들을 더 수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정부에 돈이 없단 소리다. 토요일 판테온 소르본 대학 앞에선 외국인 대학생들과 고등학생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지난주 토요일 노란조끼 시위가 있을때 여성단체와 학생단체에서 여성 성추행 방지를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었다. 하루에 몇개의 시위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파리는 대혼란에 빠졌다. 물론 파리 뿐 아니라 프랑스 전지역, 기아나 구아드룹 등 해외영토, 프랑스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옆나라 벨기에 브뤼셀까지.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파리 관광객이 엄청난데 이곳에 오시는 분들은 대규모 시위가 있는 주말에 조심해서 관광하시길 바란다. 뉴스 기사를 보니 이미 파리 호텔 예약의 50 프로가 예약취소를 됐다고 한다.

피해가 커지자 정부는 내년 2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것을 6개월 늦추겠다고 발표했다. 우선 진정시키겠다는 의미이나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다음 토요일 10여개의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질것이라는 기사가 떴다. 전국의 10여개의 고등학생들도 노란조끼를 지지하며 시위에 들어갔다.

뉴스 토론회에서 어느장관은 "정부가 일을해야하는데 돈이 없으면 어떻하겠냐?"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현재 프랑스 최저임금은 세금공제 후 1140유로다. 장관의 월급은 9500유로다.

정부에서 모든부담을 서민들에게 돌리는건 부당하다고 생각된다. 난 노란조끼 의견에 찬성하지만 폭력적인 시위에는 반대한다. 비폭력 평화 시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018년 12월 중순부터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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