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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o Jung Dec 09. 2017

태어났다면

어른이라는 이유가 나에겐 대단하지 않았다

미국 유학시절 교회학교 유치부 교사를 오랜 기간 한 적이 있다. 그래도 어느 정도 비슷한 아이들끼리 모이는 학교와는 다르게, 교회 유치부반에서 만날 수 있었던 아이들은 세상을 길어봐야 5년 산 아이들이지만, 살아가는 모습들도, 성격들도 다 각양각색이었다. 하지만 그 다양한 아이들의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질이 하나가 있었는데, 어떠한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들을 대단하게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서면서 알 수 있었다. 예배 시작 전 만들기나 레고를 할 때는 선생님이 하지 말라는 것은 절대 하지 않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고, 예배를 시작하기 위해 자리에 앉히려고 하면 아이들은 꼭 선생님들 옆에 앉으려고 한다. 왜일까. 이 선생님이란 존재는 길어봤자 세상을 오 년 산 이 아이들에게 왜 이렇게 사랑을 받는 것일까.


생각을 하다가 이것은 선생님이라기보단 어른이라는 존재에 대해 어린아이들이 가지는 보편적인 태도인 것 같다. 지인들에게 그들이 어렸을 때, 아주 어렸을 때, 그들에게 어른들은 어떤 존재로 인식되었나라는 질문을 던져보니 공통적으로 아래와 같은 답변들을 해주었다.


1. 어른들이 하는 말은 무조건 맞을 것이다.

2. 어른들은 돈이 많을 것이다.

3. 어른들은 자유로울 것이다.

4. 어른들은 지혜로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어른들이 원하는 것은 옳은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하였고, 어른들이 하지 말아라 혹은 나쁜 것이다라고 하면 별도로 스스로 판단하거나 생각하는 과정 없이 흡수했던 것 같다고 대답하였다.


어린아이의 입장에서 어른이란 존재는 그런 것인가 보다. 하지만 나는 어른들이라고 무조건 옳은 생각을 가졌을 것이라는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더 나아가 어른들이든 또래이든 모두 같은 인격체로 바라봤던 것 같다. 그러므로 나는 단지 어른이라는 이유로 그들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으며 항상 옳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도 없었다. 나이보다는 그들의 역할에 대한 기준이 있었던 것 같고, 그들이 그 위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였을 때, 그리고 그것이 나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로 다가왔을 때는 그 위치에 맞는 대우를 해주지 않았다.


유치원 때 친구들이랑 유치원 뒷마당에서 잡아온 달팽이를 모두가 보는 앞에서 더럽고 징그러운 것이라며 밟아 죽인 유치원 선생님과, 초등학교 2학년 때 본인이 귀찮다는 이유로 몸이 불편한 친구를 매번 나에게 돌보게 하면서 '희수는 성숙하니까'라는 핑계를 가져다 댄 담임 선생님을, 나는 그것을 깨달은 순간을 기점으로 선생님으로 대우하지 않았다.


또 하나의 예가 있는데, 우리 부모님은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따로 사시기 시작하였다. 친척들과 부모님의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가서 부모님이 다시 같이 살게 노력해보라고 강요하셨지만, 나는 내가 그래야만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었다. 내가 그 두 분에게 기대하고 원하는 것은 각자 아버지의 역할, 어머니의 역할 뿐이고, 아버지의 인생은 아버지의 인생이고 어머니의 인생은 어머니의 인생인데, 내가 왜 그것에까지 관여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었고, 실제로 나의 기대에 어긋나신 적이 없으셨으며, 항상 최고의 사랑을 주셨고, 지금까지도 나에게는 최고의 아버지, 최고의 어머니다.


(실제로 나의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어머니와 나눈 이후,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나는 아주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싸울 때, 그러시든지 말든지, 옆에서 콧노래 흥얼거리면서 내 할 일을 하던 아이 었다고 한다. 이것과 부모님이 이혼하실 때 다른 아이들처럼 울고 불고 하지 않았던 점은 어머니도 신기하게 생각하셨다고 한다.)


(글을 읽으면서 부모님의 이혼이 나의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발달시키는 것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혹 계실까? 그렇다면 진짜 솔직하게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시다면 그렇게 생각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당사자는 그것을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씀드렸음 또한 기억하셨으면 한다. 나의 기억뿐만 아니라, 나를 매우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나에 대한 에피소드들은, 내가 부모님이 이혼하시기 전부터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가지고 있었음을 증명한다.)


얼마 전에 이런 글을 발견하였다.

"사이코패스는 유전일까? 잘못된 양육법 때문일까?"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0523240&memberNo=30910003


뭐 글 앞에 나온 '사이코패스=> 범죄자'라는 것이 '부정적인 편견'이라는 사실은 계속 언급하여 왔으니 잘 아실 것이고, 오늘은 유전적이든, 잘못된 양육법 때문이든,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가진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라는 부분에 집중하고 싶다.


그전에 글에서 내가 굉장히 불쾌하게 느꼈던 두 가지를 짚고 넘어가고 싶다.


첫째, 글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전적으로 사이코패스로 태어난 사람들은 평생 사이코패스로 낙인찍혀 살아야 하는 걸까?"


나는 이것은 애초에 접근이 잘못된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사이코패스 낙인이라니? 사이코패스는 그 자체로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그러니 사이코패스적 기질에 대하여 잘 인식했다면 그것은 낙인이라고 인식될 수 없다. 문제가 될 것은 사이코패스 아니라 사이코패스로 태어난 사람들에게 찍히는 범죄자라는 낙인이다.


둘째, 글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사이코패스들은 어렸을 때 모두 어린이 사이코패스였지만, 모든 어린이 사이코패스가 성인 사이코패스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좋게 들릴 수도 있지만 맹점이 있다.


어렸을 적 나와 가까운 어른들은 나를 보통의 아이들과는 다른 아이로 생각하였다. (만약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을 그 당시 그들이 알았더라면 나를 진단해보지 않았을까.) 하지만 지금 내 주변 사람들은 내가 말하기 전까지는 내가 그들과 이렇게 기질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전혀 인지 못하며 심지어는 내가 말을 하여도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세상이 바라보는 나는 아동 사이코패스였지만, 성인 사이코패스로 성장하지 않은 사람이겠지만, 실제로 정확하게 나는 아동 사이코패스였고,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감추고 살아가는 성인 사이코패스이다.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는 세상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여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몰라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그대로 보여줬다. 하지만 나는 자라면서 나에게는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상하고 심각한 문제일 수 있는 어떠한 포인트들이 있으며, 이것들을 그대로 표출하면 나의 삶이 피곤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사람들에게 더 이상 그런 기질들을 보여주지 않았다. 물론 이상하게 보이든 말든 신경 안 쓰고 살아갈 수도 있었겠지만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숨기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맞춰서 살아가는 게 물의를 일으키는 것보다 덜 피곤하기도 했고 나의 신념이기도 했다.


자녀가 사이코패스로 태어났다고 해서 범죄자라고 낙인찍으며 범죄의 길로 빠질까 염려할 필요는 없다. 내가 알고 있는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자라나면서 그 기질을 표출하지 않고 사회에 맞춰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굳이 주변에서 신경 쓰지 않아도 자라나는 과정에서 '이 사회는 내가 굳이 맞춰줄 가치가 없다'와 같은 생각을 하게 하는 부정적인 경험을 하지 않는다면, 알아서 친사회적으로 살아가는 법을 잘 습득할 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굳이 아이가 걱정이 된다면 나는 '사회에 맞춰서 살아가기 위해 기질적인 부분을 숨기는 것은 피곤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볼 때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라고 말해주는 것이 주변 어른들이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이고, 나 또한 자녀가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가지고 태어난다면 그 아이에게 저렇게 말해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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