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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o Jung Oct 20. 2017

어떤 기준인지

이해와 인지

    한 주에 한 편씩 글을 올리려고 하였지만 쉽지가 않다. 하지만 놀랍게도 오래간만에 브런치에 로그인하여 확인해보니, 업데이트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글들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그래프는 지속적으로 오른쪽 위를 향하고 있었다. 놀라움은 뒤로하고 생각해보니 최근에 사이코패스와 연관 지어 생각될만한, 너무나도 안타까운 사건들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여러 대중 매체들은 사람이라면 할 수 없을만한 일을 저지른 피의자들을 공통된 한 단어로 수식하고 있는데 그것은 사이코패스이다. 범행수법이 잔인해서 사이코패스, 피해자에 대한 공감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아 사이코패스, 범행을 위해 사람을 이용하여 사이코패스.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DSM)이라는 것이 있다. 정신장애를 진단할 때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가이드라인이고, 이것은 국제 보건 기구에서 공인되었다. 사람들은 사이코패시를 너무나도 당연히 정신질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이코패시는 DSM으로 진단할 수 없다. (사이코패시와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혼동하곤 하는데 엄연히 반사회적 성격장애와 사이코패시는 다르다. 범죄자 군에서 사이코패시를 진단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인 PCL을 발달시킨 헤어(Hare) 박사는 반사회적 성격장애에 대한 진단은 사회 일탈적인 '행동'에 주목하는 반면 사이코 패시는 공감, 매력 등과 같이 평가의 기준이 행동에만 있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크렉클리(Cleckley)박사의 연구와 헤어(Hare) 박사의 연구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기준으로 큰 틀이 되어주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애매하고, 헤어 박사가 만든 PCL도 범죄자 군을 대상으로 발달된 것이라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이코패스에 대한 진단법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지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이코패스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걸까? 몇 가지를 생각해보면 이러하다. 일단 사이코패시는 질환이나 장애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고치지 않아도 삶을 살아가는 데에 전혀 문제가 없다. 나는 심리학 수업에서 사이코패스에 대해 배우며 내가 사이코패스라는 것을 깨달았고, 사람들은 감정적인 공감이라는 것을 할 수 있다는 사실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인지적 공감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사람들도 당연히 인지적 공감만으로 살아가는 줄 알았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비교했을 때 감정적으로 예민하다는 정도만 인지하고 있었다. 그냥 사회생활을 하며 분위기에 맞춰야 할 때는 사람들이 웃을 때 웃고 울 때 울면 되니까 어느 정도 피곤한 것은 있었지만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리고 사람들도 다 그렇게 맞춰가며 살아가는 줄 알았고 그것이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내가 범죄심리학과를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계속 내가 사이코패스인 것을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고) 살았을 것이다.


    둘째로는 지금까지 이루어진 사이코패스에 대한 연구들이 사이코패스에 의해서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나 스스로도 사이코패스가 아닌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 그 친구들은 왜 (예를 들어) 대부분의 상황에 감정을 결부시켜 받아들이고 생각하는지 인지만 할 뿐 이해는 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그 친구들은 어떻게 내가 감정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도 감정을 배제하고 판단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그냥 내가 그렇다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인지만 하고 있을 것이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연구는 범죄자를 대상으로 먼저 이루어졌고, 그들이 본인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그것을 인지할 수는 있지만 사이코패스가 아닌 사람으로서는 이해가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사람들의 감정적 공감능력에 대해 인지를 하고 그 프로세스를 이해하기 위해 수많은 추측을 하였듯, 사이코패스에 대해 연구하는 사이코패스가 아닌 사람들도 수많은 추측에 의존하여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추측에서 나온 가설들을 범죄자 군이 아닌 사이코패스를 대상으로 증명하려고 해도 샘플을 모으기에는 힘들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일단 본인이 사이코패스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만한 기회를 접할 가능성이 낮고, 설사 어떠한 특별한 계기로 본인이 사이코패스라는 것을 알았다 할지라도 사회에 만연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스스로가 사이코패스라고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를 범죄자라고 이야기하는 것 밖에 안되기 때문에 어떠한 특별한 이유나 목적이 있지 않는 이상 알리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이다. 사이코패스로서 사이코패스인 사람들과 사이코패스가 아닌 사람들과 소통하며 그 차이점을 인식하고 사이코패스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세우고자 하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대중매체에서 사이코패스적 성향이라고 말하는 것들은 사이코패스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들이 맞다. 범행수법이 잔인해서 사이코패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잔인한 것을 봐도 동요하지 않는 것을 뜻하며, 피해자에 대한 공감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아 사이코패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무조건 반사와도 같은 감정적 공감의 결여를 뜻하며, 범행을 위해 사람을 이용하여 사이코패스라는 것은 자기중심적임과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그것이 본인의 신념에만 어긋나지 않는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음을 뜻한다.


    나는 잔인한 것을 보아도 거기에 내가 원한다면 공감을 하지 않을 수 있기에 쉽게 동요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나는 감정적 공감이 없으므로 공감을 할 때 사용되는 것은 무조건 인지적 공감이다. 그러므로 내가 원하는 사람과 상황에서만 선택적으로 할 수 있다. 그리고 나의 물론 나는 법을 지키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지 말자라는 주의이기 때문에 그것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지만 그 바운더리 안에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나에게는 나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이것들 중 한 개 이상 해당되는 사람들은 솔직히 많을 것이다. 감정적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나, 자기중심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나, 목표한 바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하여 이루려고 하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당신이 사이코패스일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사이코패스에 대한 특징은 (학자들이 이야기하는, 혹은 내가 발견한)이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고, 그것들을 다 가지고 있어야 사이코패스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대충 매체에서 말하는 사이코패스라고 하는 범죄자들도 사이코패스가 아닐 가능성이 다분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냥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특성들 중 하나이고 저것들이 항상 범죄와 연관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대부분이 동의할 것이다. 그리고 항상 반사회적으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긍정적으로도 발현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대중매체에서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연구에만 전념했고 세계를 놀라게 할만한 의학기술을 개발했다. 그는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높다.'라는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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