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시작이 어렵다 하지만 난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by 혜인

운동을 할 때 가장 어려운 건 단연코 시작이다. 헬스장에 가든 집 앞 공원을 돌든 집에서 홈트를 하든 똑같다. 뭐가 됐든 가장 어려운 일은 헬스장에 출석 도장을 찍는 일이고 현관 앞에서 운동화를 신는 일이고 홈트 영상을 틀고 자세를 잡는 일이다. 나는 주로 집에서 혼자 유튜브를 보고 따라 하는 편인데 영상을 재생하는 데만 최소 삼십 분이 넘게 걸린다.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고 재생 버튼만 누르면 끝나는 일인데도 그렇다. 십 분만 더 쉬었다가 시작해야지, 하는 게 쌓이고 쌓이면 삼십 분이 훌쩍 지나버린다. 그래도 밍기적밍기적 운동을 시작하면 부지런하게 군 경우고 어쩔 땐 그냥 과감하게 포기한다. 시간이 너무 지나버렸으니까. 사실은 하기 싫고 귀찮으니까.


동시에 시작만 하면 쉬운 게 또 운동이더라. 일단 스트레칭만 끝내도 훨씬 쉬워진다. 오늘은 피곤하니까 혹은 힘드니까 영상 한 개만 따라 해야지 하다가도 시작만 하면 원래 계획대로 영상 몇 개를 따라 해 버린다. 거울에 비친 땀 흘리는 내 모습을 볼 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게다가 시원하게 땀을 쭉 빼고 하는 샤워가 제일 달콤한 법이기도 하다.


이것도 똑같다. 사실 무슨 내용을 써야 할지 모르겠어서 오늘은 그냥 관두려고 했다. 침대에 누워서 오늘은 주제만 정해두고 내일부터 시작할까, 하고 고민하다가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늘 당장 시작하지 않고 내일로 미루면 내일로 모자라 모레까지 미룰 나를 알기 때문이다. 퀄이 개판이든 말도 안 되는 개똥철학을 늘어놓든 일단 쓰고 보는 거다. 꾸준히 글을 써본 지가 하도 오래되어서 이런 짧은 글도 더듬거리고 멈추고 난리도 아니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일단 하고 보는 거다. 스타트를 끊었으니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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