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동성애자 군인이 그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복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믿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나라의 젊은이들이 동료 시민을 지키는 일에 복무하기 위해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숨기도록 하는 정책은 잘못입니다. 이건 integrity가 달린 문제입니다. 그들에게는 개인적으로 그리고 군 당국은 하나의 기관으로서 말입니다.”
인권 변호사 혹은 진보 정치인의 발언이 아니다. 미국 합참의장 마이크 멀린(Mike Mullen)이 2010년 2월 2일 상원 국방위에 출석해서 한 증언이다. 사실 이 발언은 사고에 가까웠다. 오바마 행정부가 동성애자의 군 복무에 대해 클린턴 때 만든 DADT (Don’t Ask, Don’t Tell) 정책을 폐기하기 위한 내부 작업을 진행하던 중인데, 현직 합참의장이 “개인의견임을 분명한 전제로 말씀 드린다”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지만 돌발적으로 치고 나간 것이다.
합참의장의 깜짝 발언은 군 일각의 반대를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덕분에 DADT 폐기는 급물살을 탔다. DADT 폐기 행사에서 합참의장은 부하들로부터 누구보다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서 다른 공직자가 더 주목과 환호를 받은 유일한 예외였을지 모르겠다. 어깨에 별 혹은 견장을 얹는다 해서 진정한 지휘관이 되는 것은 아니다.
1월 20일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1월 25일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제한을 철폐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물론 트럼프가 폐기한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을 원상회복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고, 의회 승인 같은 복잡한 절차 없이 군 통수권자의 명령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선택된 의제였을 것이다. 그래도 ‘나중에’가 아니라 취임 5일만에 해치웠다. 집권은 이러라고 하는 것이다.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전면 허용하며 바이든, 백악관, 국방부가 발표한 입장은 명확하다. 다양성을 포용하는 군대가 강한 군대라는 것, 미군은 능력 있는 사람이 복무하는 것을 트랜스젠더라는 이유 따위로 막지 않고 그게 지구 최강의 군대를 유지시킨다는 것.
변희수 하사 강제전역을 보며 '이 군대는 대체 누구와 싸우고 있나’라는 생각을 했다. 다들 기피하는 군 복무를 성 전환을 해서라도 계속 하겠다는데, 자대와 직속상관도 지지하는 것을,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의 군대도 군에 도움이 된다며 허용하는 일인데, 저기 삼각지와 계룡대에 앉아 있는 똥별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고 있냐 말이다.
삼가 고 변희수 하사의 명복을 빈다. 차별 없는 곳에서 영면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