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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훈 May 26. 2021

브라이어 대법관 은퇴 논쟁

미국 연방대법원 개정기는 6월에 종료한다. 구두변론은 5월 초에 끝났고, 이번 개정기에 변론을 한 사건에 대한 판결 선고만 남아 있다. 사임하는 대법관은 보통 이 무렵 사직서를 제출한다. 그래야 대통령이 후임자 발표하고 상원 인준 절차를 거쳐 다음 개정기가 시작하는 10월 전에 후임 대법관이 임명될 수 있으니.


그래서 요즘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82세) 사임론 및 이에 대한 반박을 매일 1건 이상은 보는 것 같다. 사임을 주장하는 측은 내년 중간선거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민주당이 50:50이나마 상원을 가지고 있을 때 젊은 후임자를 임명해야 하고, RBG가 오바마 때 사임 안 하고 버티다 작년 대선 직전 타계하여 그 자리를 트럼프(!)가 에이미 코니 배럿(!!)으로 채운 대참사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쪽 차기 연방대법관 1순위 Ketanji Brown Jackson이 1999년 브라이어 대법관의 클럭이었으니 그 후임으로 딱이라는 얘기까지 덧붙여.


뭐 나는 RBG가 노욕을 부렸다는 얘기하는 놈은 한 대 때려주고 싶고 노인네들 쫓아다니며 사임하라 그럴 시간 있으면 선거를 이길 궁리를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데(이런 얘기 하는 놈들은 브라이어 은퇴하면 66세 소토마이어한테 가서 당신도 은퇴하라고 할 녀석들), 얼마 전 워싱턴포스트 칼럼은 생각해 보게 되더라. 칼럼니스트 Paul Waldman은 브라이어 대법관과 민주당의 가장 보수적 상원의원 조 맨친 얘기를 연결시켜, 이 옛날 분들이 생각하는 비당파적 대법원, 당의 경계를 넘어 나랏일을 논의하는 상원은 과거라고, 그들의 이상은 아름다울지 몰라도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어떤 제도의 가치와 이상을 믿는 사람들이 그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놈들을 막지 못하게 되는 역설.


그러니까 상대방(공화당)이 어차피 룰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나는 원칙을 지킴으로써 정상이 무엇인지 보여줘야 할지 아니면 일단 상대방을 때려잡아야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릴 여지가 생길지 사이의 어려운 선택.


대법관들이 사임 시기를 놓고 정치적 고려를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앨 고어가 W. 부시를 꺾고 대통령이 되었다면 오코너는 은퇴하지 않았을 것이고, 공화당 대통령이 지명했으나 리버럴로 전향한 스티븐스, 수터가 오바마 때 은퇴한 것도 그런 고려가 없다고 하기 어렵다. 트럼프 때 은퇴한 케네디는 아예 대놓고 후임자 딜을 쳐서 자기 클럭 출신 캐버너를 꽂았지.


브라이어 대법관은 아직까지는 은퇴를 고려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니까 선거를 이기고 대법원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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