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z-Chavez v. Garland
2021년 4월 29일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선고한 Niz-Chavez v. Garland 사건. 과테말라 출신 체류자격 없는 이민자의 추방에 관한 사건에서 6:3으로 의견이 갈렸다. 트럼프가 임명한 스칼리아 추종자 고서치와 캐버너가 이례적으로 법정의견/반대의견을 집필하며 대결했는데... 리버럴 대법관 3인 + 고서치/토머스/배럿 조합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일?
사건의 쟁점: 체류자격 없는 이민자는 체류기간이 10년을 넘으면 추방유예를 요청할 수 있는데, 정부당국이 일정 사항을 명시하여 추방 여부 심문을 위한 출석통지(a notice to appear)를 하면 그 10년의 기간을 중단시킬 수 있음. 이 사건의 원고는 2005년 미국에 와서 2013년 통지를 받았는데, 정부에서 통지를 한 방에 다한 것이 아니라 두 차례에 나누어 함 (단순 실수가 아니고 이민당국에서 흔히 쓰는 수법). 이런 통지 방식이 유효하여 10년의 기간을 중단시킬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
고서치 대법관 법정의견: 법은 문자 그대로 해석해야 함. 'a car'를 샀는데 오늘은 샤시, 다음 주에 바퀴, 엔진은 그 이후에 배달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음? 그리고 민간인이 정부에 서류 낼 때 그런 식으로 찔끔찔끔 내면 정부기관에서 받아주기나 하겠음? 정부는 법이 요구하는 모든 내용을 한 방에 통지해야 하고, 이 사건의 통지는 적법하지 않아 10년 기간이 중단되지 않았음.
캐버너 대법관 반대의견 (+ 로버츠/얼리토): 언어의 통상적인 의미에 따른 해석과 문자적 해석은 다른 것임. 이력서를 일단 낸 다음 추천서는 받는 대로 추후 제출해도 'a job application'이고, 소설가가 편집자에게 한 챕터씩 보내줘도 나중에 취합된 버전을 'a manuscript'라고 함. 그러니까 고서치처럼 'a'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은 틀렸음.
이에 대한 고서치 대법관의 반박: 법 해석을 할 때 문법이나 사전을 찾아볼 때가 있는데, 이는 언어를 지배하는 규칙이 일반인들이 자신에게 적용되는 규칙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오늘의 이 논쟁이 사소한 단어 싸움에 불과한 것 같지만, 법의 문구는 법이 권력을 제한하는 방법이다.
textualist 고서치의 전형적인 논변입니다. 저는 법률가이자 덕후로서 최근 가장 재미있게 읽은 판결입니다만, 사회 일반의 관점에서 'a'를 두고 이렇게 싸울 일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