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5
기억력. 썩 좋지 않은 기억력을 가진 나에겐 오랜 콤플렉스이자, 기억력이 좋은 누군가를 보면 늘 부러워하곤 했던 영역이다. 2018년 일을 시작하고 나서 옆자리 동료를 보며 놀랐던 것 중 하나는, 그는 몇 년이 지난 일도 마치 '기억력 사전' 코딩이 되어 있는 것처럼 착착 꺼내 얘기하는 거였다.
나는 스스로가 기억력이 무척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거 같다. 업무적인 부분이나 어떤 것에 관하여는 기억력이 나쁘지만 내가 관심있고 흥미로웠던 것, 기뻤던 순간, 의미있었던 날들에 대한 기억력은 매우 좋다는 점. 당시의 날씨, 옷, 분위기, 길거리의 풍경 등이 어땠는지는 그림이 그려지듯이 아주 상세하게 기억이 난다. 반면 내가 크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문제에 관해서는 기억력이나 상세 디테일의 정확도가 매우 떨어지는 편이다. 장단점이 있겠으나,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아주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은, 그때의 감정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 시간이 지나 퇴색되곤 하는 언어의 휘발성이, 오히려 내게는 조금 더 오래간다는 점? 이 장점인듯.
물론 다른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기억 못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어서 이 부분은… 조금 더 나도 넓은 범위의 것들을 더 자세하고 정확하게 기억하려 노력해야 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