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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마사띠 Oct 04. 2019

리시케시에서의 마지막 날

새로운 계획 그리고 마지막 인사

SH씨와 그녀의 딸 짜이(내가 잠시 붙인 닉네임^^) 가 다니게 될 유치원에 함께 가보기로 한 날이었다.

태국에서 온 지니씨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해야할 것 같다. 3년여전에 Nasik이라는 인도 뭄바이에서 네 시간가량 떨어진 작은 소도시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었다. Yoga Vidya Gurukul. 요가 TTC코스를 들으러 갔을 때였고 그녀는 임산부 요가 수업을 들으러 왔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양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전체를 통틀어 한국인은 그녀와 나뿐이었어서 왠지 더 반갑게 느껴졌던 만남이었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오래하다가 남편이 방콕에 취직을 하여 거취를 그곳으로 옮겼다고 했었다. 키가 크고 꾸밈없는 미소를 가졌던 그녀의 첫인상. 밝은 태양같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그녀에게 한눈에 반했고, 처음에 서로 한국인인줄 모르고 영어로 통성명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sns를 통해 서로의 소식을 간간히 확인하며 지내던 중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그녀도 리시케시로 올 계획이라는 것! 때마침 일정이 이틀 겹쳐서 그녀가 도착하는 날 깍두기와 내가 머무는 호텔에서 하룻밤 함께 지내기로 했다.


그리하여 어제 저녁에 도착한 그녀. 아 반갑다!

인도에서만 두 번째 만남.

함께 호텔 1층에서 저녁을 먹고 방에 올라와 즐거운 밤수다를 이어갔다. 그 사이 나는 그녀에게 양해를 구하고 깍두기를 재우는 시간도 가졌다.

나포함 이 세상 엄마들은 사이사이 참 많은 일들을 한다. ㅋㅋ


이튿날인 오늘 아침,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그녀는 한달동안 머물 숙소를 구하기 위해 릭샤를 타고람쥴라로 향했다. 깍두기와 나는 짜이가 다닐 예정인 유치원에 함께 구경을 가기로한 날이어서 짜이네를 만나러 나섰다.


사거리 건너편에서 클락숀을 여러번 누른 듯했다. 하지만 여기는 인도, ‘서로서로 클락숀 누가 많이 누르나’ 대회 버금가는 곳이라 그게 바로 나를 부르는 소리라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아차렸다.


SH씨의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15분여 달렸을까. 우리는 한적한 동네의 유치원 건물 앞에 내렸다. Poly Kids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놀이학교급의 고급 유치원이라고 했다. 학교 건물도 구경하고 SH씨의 배려로 남자 원장선생님으로부터 상세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깍두기를 데리고 리시케시에서 1년.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기분이 들었다.


폴리키즈 유치원 정문
자그마한 스쿨버스가 귀여웠다
유치원 앞 잔디

입학을 앞둔 짜이의 물건들을 챙기느라 SH씨가 분주해보여 아이들을 데리고 유치원 앞 놀이공간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놀이터 반가워라
한국나이로 다섯살과 여섯살

잠시 후 SH씨가 볼일을 마치고 나왔다. 우리는 큰 거리로 나와 릭샤를 잡아서 탔다. 큰 길까지 나오는동안 멀다며 징징거리는 아이들과 달리기 게임 놀이를 했다. 아직은 엄마의 얕은 수에 잘 속아 넘어가는 순수한 존재들이다.


지난번 짜이네 집 초대에 감사한 마음이어서 이번에는 강가끼나르 호텔에서 우리가 한 끼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

아침에 호텔에서 나간 지니씨까지 돌아왔기에 방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다가 우리 다섯은 호텔 2층에 있는 자그마한 스파로 수영을 하러갔다. 날은 푹푹찌고 물은 뜨겁고 이열치열이었다.


귀여운 짜이와 함께
신이난 말괄량이 두 아가씨들
더워도 마냥 즐거운 아이들
더워서 아무도 없는 스파 전세내고...ㅎ
이모들을 위해 김밥이 된 깍두기

모국을 떠나 타지 생활을 하는 SH씨와 지니씨는 이야기가 잘 통하는 것 같았다. 두 사람에게 잠시 자유시간을 주고 아이들과 함께 입수해서 놀았다. 하지만 무진장 더웠기에 짧게 끝내고 방에 돌아와 아이들을 씻기고 1층 식당으로 내려갔다. SH씨가 주문해준 인도음식들을 먹어 보았는데 참 맛있었다. 머무는 내내 강가끼나르 호텔의 음식은 단연코 최고였다.


음식 기다리며 놀기
SH씨와 짜이
나와 깍두기
모두 함께한 마지막 점심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지니씨는 람쥴라에 구한 숙소로..그리고 SH씨는 집으로. 난 못다한 쇼핑을 저녁에 마저하기 위해서 깍두기를 한숨 재워야했다.


물놀이 후 쿨쿨 두시간이나 잔 깍두기

그녀가 푹 자고 일어나니 늦은 오후였다. 마지막 쇼핑을 하러 릭샤를 잡아탔다. 맨날 수라지가 태워줘서 온실 속 화초처럼(?) 지내다가 단둘이 릭샤를 잡아타려니 용기가 조금 필요했지만 잘 해냈다. 같이 릭샤를 나눠 탄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젊은이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들.


수라지와 람쥴라 다리 근처에서 만나 함께 쇼핑을 했다. 누군가를 떠올리며 소소한 선물을 사는 일은 언제나처럼 즐거웠다. 그동안 우리에게 발이 되어준 수라지와도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인도 사람들은 타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을 인생의 공덕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확실히 지난 한 달간 공덕의 한 획을 그은 그였다. 살면서 고마움을 되돌릴 기회가 있기를 바라며...


리시케시의 유일한 한국식당, 드림카페에서 일하는 청년들이 깍두기에게 내내 좋은 삼촌이었다. 일하는 시간이었지만 짧게라도 인사를 나누기 위해 가게에 들렸다.


늘 깍두기의 이름을 부르며 춤을 춰주던 막내 인도삼촌
깍두기를 이뻐해줬던 삼촌들과 마지막 인사
언제나 밝은 그들..
삼촌들 한달내내 고마웠어요

사야할 것. 클리어.

마지막 인사. 클리어.

이렇게 한 달이 지났다.

깍두기를 재우고 마지막 짐정리를 했다.

내일 공항까지 또 한국까지 무사히 갈 수 있겠지

신의 가호 속에 늘 보호받고 있다는 믿음

지금 당장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지라도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


안전하고 온전한 마음으로 마지막 잠을 청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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