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의 일은 그러하다.
한국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왜 나는 놓지를 못할까.
이제 살만한데, 겨우 좀 살만해졌는데
이대로 뒤돌아서서 멀리 날아가버리는 게 현명한 선택 아닐까.
방치하면 그만인 것을,
그대로 화석화되어 언젠가 먼 훗날에 이 또한 추억이었지, 하는 개소리를 웃는 낯으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제 알아서 시간에 휩쓸려갈 수 있도록,
왜 나는 가만 두지를 못하는 것일까.
무엇을 위해서.
울면서 눈 뜨는 아침을,
텅 빈 가슴으로 스쳐 지나온 무수한 순간들을 복기하듯 잔인하게 반복되는 꿈들을,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펼치는 종이책과 전자책과 핸드폰 앱을,
거기에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두둥실 뜨는 당신과 싱크로율 최소 98%인 성격적 특징들을,
일상이 살만해질수록 자꾸 흐릿해지는 지난 삶과 함께 그대로 놓아버리는 대신
이대로 영영 기억 못 할까 봐, 그렇게 고통의 시간들이 허망하게 사라질까 봐,
그것밖에 나는 없는데 사람이 이렇게 안일해서는 안되는데
차라리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인 것처럼
그래야만 살아있다고 느끼는 PTSD 환자처럼
내가 내 손목을 허벅다리를 긋기라도 하듯,
찾고 비교하고 대조하고 혹시나 아닐까 혹시나 맞을까 신경을 곤두세우며,
아물어가는 듯 보이는 상처를 벌리고 헤집으려는 이유가 뭘까.
멈추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