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작가의 여정 전시회에 다녀왔어요.
글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참 볼만했던 전시였던 것 같아요. 이미 완성된 책만으로는 볼 수 없었던 작가님들의 진짜 여정을 엿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그곳에서 저는 브런치 인턴 작가가 되었는데요, 일정 기간 동안 3개의 글을 업로드하면 브런치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떤 주제를 가지고 시작해 볼까 생각하다가 전시에서 보았던 글감 캘린더로 시작해 봐야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DAY 1의 글감은 추억이에요.
추억이라. 한참은 카페에 앉아 곱씹어 봤는데 딱히 떠오르는 내용이 없는 거예요. 왜 그럴까 생각해 봤는데요, 아직은 추억이라는 단어가 제게는 생소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제게 있어서 추억이라는 단어의 느낌은 아름답지만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 혹은 그런 풍경을 담고 있는 아련한 사진 같은 느낌이거든요.
제게 인상 깊게 남아있는 기억들은 그래도 아직은 생생한 편이라서 그런 걸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가만히 앉아 곰곰이 생각을 하다 보니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일본에 갔을 때 찍혔던 사진인데요, 같이 갔던 언니들 사이에서 찍혔던 사진이었어요. 비가 오는 날 저녁에 저희는 이자카야를 찾던 중이었고요, 가려고 했던 곳이 만석이라 마땅한 자리를 찾고 있던 중에 비가 왔고요, 다 큰 여자들이 우비를 입고 낯선 거리를 방황(?)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약간은 서먹하기도 하고 조금은 어렵기도 한 사이라서 편안하게 말을 건네지는 못하고 언니들 뒤에서 씩 웃고 있던 제가 사진 속에 있더라고요. 편안해 보였어요. 자연스러웠고요.
그 웃음이 좋아서 한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아름답다 느끼면서도 동시에 현실에는 없는 장면이라 아련하기도 했던 순간이었어요.
우리는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오지만 그중에 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관계는 그리 많지 않잖아요? 사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정말 줄어들어요. 그런 관계가. 그래서 정말 나답게 웃고 있는 사진 한장을 만났을 때의 반가움에는 아마 그런 이유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렇게 웃고 싶으니까요. 그리고 제게는 그 사진 속의 제가 딱 그런 모습이었어요.
평소에는 잘 볼 수 없는, 약간은 어린아이 같은 웃음. 비가 오는 낯선 땅에서 방황하며 찍힌 사진이다 보니 머리도 얼굴도 약간은 엉망이었지만 그래서 자연스러웠던 표정들.
이렇게 글을 써 가다 보니 잠시 잠깐 그 사진 속의 저로 돌아갔다 온 느낌이 드네요. 제가 글쓰기를 통해 그러했듯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도 정말 나다운 나, 정말 자연스러운 모습의 나를 잠시라도 그려 보실 수 있다면 참 좋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