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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 Nov 10. 2024

나의 여정 with 밤

DAY 7. 밤 :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선명해지는 것에 대해 써보세요.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선명해지는 것. 그것은 무엇일까 한참을 생각하다가 과거 어느 순간 보았던 은하수가 떠올랐습니다. 어둡게 물든 밤하늘 그 속에 콕콕 박혀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별들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말 그대로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는 것만 같았어요.

출처 : Pixabay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이 내렸을 때 저희는 야외 한가운데에 침낭을 깔고 누워 밤하늘을 감상했습니다. 검은 먹지 같던 하늘에 촘촘히도 박혀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별들이 이룬 강은 그야말로 장관이라 할 수 있었지요.


그러다 엉뚱하게도 '사람들은 왜 별을 보며 소원을 빌까?'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훨씬 더 크고 밝은 빛을 내뿜는 태양이 있는데 말이죠. 왜 그런 걸까요. 아마도 태양은 우리가 '밝다'라고 느낄 새도 없을 만큼 환한 빛을 비추는 반면, 별은 어두운 밤하늘에서만 반짝 빛나니 그곳에서 보이는 명암의 대비가 우리에게 태양과는 다른 어떤 영감을 주는 모양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아마 제게도 어둠 속에서만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 분명히 있을 텐데. 그게 무엇일까 생각을 마구마구 돌려보다 보니 이따금씩 저는 제 내면이 캄캄한 밤하늘의 색과 닮아있다 느껴왔던 것을 알겠더라고요. 타인과는 공유할 수 없는, 아니 아직 공유하지 못하고 있는 저만의 세계와 종종 그 속에서 고독했던 제 자신이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컴컴함 속에서, 저의 목소리가 세상에 닿지 않고 세상의 목소리도 제게 닿지 않아 그저 그렇게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 때. 제겐 그런 순간이 제법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근데 오늘은 이 글을 쓰면서 '나를 둘러싸고 있던 어둠이 있어서 오히려 선명해지던 것은 없었던가?' 묻게 되더라고요. 세상이 어두울수록 밝게 빛나던 별과 같은 것들 말이죠.

 

묻다 보니 알겠습니다. 그 속에서 정말 선명해지던 것은 바로 캄캄함을 느끼던 저 자신이었어요. 캄캄하다 느끼고, 어둡다 느끼고 그래서 외롭다 느끼고 고독하다 느꼈던 저 자신이요. 아이러니하게도 캄캄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던 거예요. 저라는 사람은 캄캄함을 어둡다 느끼고 외롭다 느낀다는 것을요. 그래서 어둠이 밝혀지길 바라왔었던 것이라는 것도요. 네. 저는 빛을, 깜깜했던 밤하늘을 밝게 수놓았던 별처럼 아름답게 반짝이는 빛을 원하던 것이었습니다. 나의 어두움을 밝게 비춰줄 수 있는 빛. 아마 저는 컴컴했던 저만의 세상 속에서 제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시간을 보내왔던 모양입니다. 하나둘씩 정리되기 시작한 생각들이 새로운 물음을 만들어 냅니다. 


'내겐 정말 그 어둠을 밝혀 줄 빛나는 순간들이 없었나?' 


사실은 많이 있었더라고요. 별과 같이 반짝이던 순간들이 제 안에 너무 많이 있었더라고요. 


사랑하던 사람 어깨에 기대어 보던 영화 한 편,

친구들과 함께했던 생일파티,

죽도록 힘들었던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리던 순간,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하던 저를 말없이 지켜보며 묵묵한 지지를 보내주던 사람,

정성스러운 도시락

.

.

.


너무너무 많은 거예요. 빛나는 순간들이. 제 어둠을 밝혀줄 수 있던 순간들이 사실은 너무 많았더라고요. 잊고 지냈었는데.


이렇게 차곡차곡 쌓여지는 작지만 반짝이는 순간들이 모여서 밤하늘의 은하수를 이루듯 아름다운 빛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평범하게만 보이는 하루하루 속에서도 빛나는 조각들은 모여질 수 있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화장실에서 우연히 마주친 직장동료와 잠시잠깐 나누던 별 것 아닌 대화에서 큰 웃음을 만들어 같이 한번 크게 웃고, 일을 하다 마주하게 되는 짜증스런 상황이 옆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을 수 있도록 조금 순화된 언어를 사용하고. 작고 사소해 보이지만 평범한 일상을 생기 있게 만들어주는 이런 조각들이 하나씩 모여서 반짝반짝 제 안에 동동 떠다니고 있는 것만 같아요.


어두웠기 때문에 어둡다는 감각을 가졌고 거기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에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는 이 아이러니가 결국은 제게 작지만 소중한 일상의 빛나는 순간들을 간직하며 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셈입니다. 감사하네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도 하루하루 빛나는 순간들을 많이 많이 담아 가시기를 바라면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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