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르페브르 [얼리 위브스 Early Weaves]
영국 런던 남서부 윔블던에는 1979년 문을 연 어린이 전용 극장이 있다. 2021년 새롭게 단장하여 쾌적한 시설을 갖추고 연중 다양한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의 공연은 1세-4세, 2-5세, 3-6세 등 연령대가 세분화되어 있다. 과연 1세에서 4세를 대상으로 한 공연은 어떨까 궁금하던 차에 한나 르페브르 Hannah Lefeuvre의 [Early Weaves 얼리 위브스]라는 작품을 보게 됐다. 한국말로 번역하면 초기 직조/초기 엮기라고 할까? '마음이 따뜻해지는 우정과 연결의 이야기' '버드나무로 만든 세계에서 무용극과 광대극을 결합한 0-4세의 비언어적 공연(넌버벌)'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자연, 움직임, 소리 사이의 매혹적인 교류'라는 공연평도 곁들였다.
나뭇가지 하나가 여러 가지 형태로 변형되는 아이디어가 좋았다. 묶고, 걸고, 긁고, 흔들고, 구부리는 단순한 행위로 많은 장면을 만들어낸다. 특히 물고기 장면이 좋았는데, 낚시를 하다가 물고기를 잡고 물고기를 놓아주고 하는 모습들이 아무 대사 없이도 생동감 있게 전달 됐다.
동그랗게 엮은 나뭇가지를 막대와 연결해서 막대사탕이 되고, 거울이 되고 바퀴 달린 오토바이가 되고 안경이 되고 여러 가지 변형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다음엔 무엇이 나올지 기대가 됐다. 단 두 사람이 45분 동안 꾸미는 작은 무대였지만 넘치는 아이디어들로 재미있었다. 관객들에게도 나뭇가지로 만든 소품을 나눠주고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펼쳐 보일 수 있도록 했다. 대상 연령이 1세에서 4세였는데 일곱 살인 둘째가 봐도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음악과 잘 어울렸고 장작 소리 등 음향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한나는 유아 교육과 무용을 결합하여 유아를 위한 움직임 작업을 하면서 자연과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가져왔다. 작은 농장으로 이사하여 잠시 창작 활동을 쉬었던 긴 겨울 동안 버드나무를 활용한 다양한 놀이와 직조 행위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버드나무 가지를 엮으며 그 과정에서 리듬을 발견했고, [얼리 위브스]는 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 상상력과 창의성을 결합하여 만든 무용극 작품이다.
한나에게 지속 가능성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탄소 흡수원(Carbon Sink, 카본 싱크)은 식물, 바다, 토양과 같이 대기에서 방출하는 탄소보다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하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화석 연료를 태우거나 화산이 폭발하는 것은 대기 중으로 탄소를 방출하는 탄소 배출원(Carbon source)이다. 공연에 쓰이는 세트와 소품은 탄소 흡수율이 높은 버드나무로 제작되었고 전부 퇴비화될 수 있다. 버드나무는 자른 후 1년 이내에 원래의 높이로 다시 자란다.
더 이상 상상할 필요가 없는 디지털 세상에서, 이렇게 소박한 방식으로 순수함을 상기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이 아이에게도, 어른들에게도 필요하다. 게다가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자연 친화적인 공연은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공연예술가들도 참고할 만하다.
[얼리 위브스] 공연 자료
https://danceearlyyears.co.uk/dance-choreography/earlyweaves
한나 르페브르 인터뷰 자료 https://www.communitydance.org.uk/DB/news-and-views-2/news_and_views/intertwined
사진 Richard Tomlin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