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결과 지방간입니다..."
수의사 선생님의 청천벽력 같은 이 한마디에 나는 그만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나에게는 8년 가까이 함께 지내온 쌍둥이 고양이가 있었다.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 둘.
특히나 여자아이에 비해 남자아이는 개냥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정도로 애교가 많고 귀여운 녀석이었다. 내가 회사에서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버선발로 뛰쳐나와 현관문 앞에서 꾹꾹이를 하며 반갑게 나를 맞아주던 아이. 그 모습을 다시 못 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매일을 딱 붙어서 하나로 지내 온 익숙함에 모든 것이 너무도 당연했던 것일까, 그 녀석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는 요즘이다.
2023년 4월 13일 아깽이 시절부터 다니던 동물 병원에서 고양이 지방간 판정을 받은 녀석은 어쩐지 판정받기 며칠 전부터 그 좋아하던 밥도, 간식도 잘 먹지 않고 내리 잠만 자면서 나의 걱정을 사게 했다. 그때부터 이미 병은 진행되고 있었나 보다. 내가 한 시간이라도 아니, 하루라도 빨리 눈치를 차렸더라면 그 녀석을 덜 힘들게 했었을지도 모르겠다. 집사는 처음이라 모든 게 어설펐던 나. 그럼에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그 녀석을 보살펴 꼭 다시 건강한 일상을 마주하게 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수의사 선생님께서는 잘 먹는 것이 관건이라고 하셨는데, 녀석은 도무지 물 외에는 아무것도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수액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면서 주사기로 강제급여를 실시하게 되었다. 계속해서 토하는 녀석이 가슴 미어질정도로 안쓰러웠지만 틈틈이 시간을 체크하며 조금이라도, 단 0.1mm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에 나는 밤잠을 설쳐가며 극진히 케어했다. 혹시라도 아픔을 잠시 잊고 기분이 나아질까 싶어 37세의 나이임에도 그 녀석 앞에서 노래와 율동을 선보이며 온갖 재롱을 다 피기까지 했다. 하나 나의 이런 마음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던 탓이었을까...
끝내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그 녀석은 고양이 별로 여행을 떠나고 말았다. 지방간 판정받고 투병 시작 한지 약 한 달 만인 2023년 5월 15일 새벽 3시 13분 즈음에...
고양이에게 치명적인 "지방간"
말 그대로 간에 지방이 쌓이는 고양이 지방간은 식욕부진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담즙 정체증후군이라고 한다. 비만, 당뇨, 종양, 갑상선 기능 항진증, 췌장염, 신장질환 등 여러 유형의 질병에 대한 2차적인 결과로 유발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점을 비춰보았을 때 아무래도 우리 집 그 녀석은 비만이 낳은 결과로 유추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밥돌이, 대갈장군이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로 밥 먹고 뒤돌아서면 구르밍 한 타임하고 금세 또 밥그릇 앞으로 돌진하던 아이. 확실히 남자아이라 비교적 먹성이 좋았다.
지방간의 대표적인 증상은 황달이다. 그 녀석도 눈의 흰자 위와 귀 주변, 그리고 배와 같은 피부색이 노랗게 변했었다.
지방간은 사망률이 높고 응급 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는 만큼 나처럼 고양이를 키우면서 집사의 길을 걷고 있는 이가 있다면, 아이의 동태를 항시 체크해 보길 바란다. 아이가 3일 이상 밥을 먹지 않는다면 금식으로 인해 지방간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아이의 건강 상태를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사료된다. 나 또한 남은 아이마저 가슴 아프게 잃는 일은 없길 바라며 경각심을 갖고 아이의 상태를 유심히 살펴보는 중으로, 고양이 지방간 트라우마를 하루빨리 잊고 이제는 보다 지혜로운 어른 집사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