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보면 귀까지 빨개지던 너 맞아?"
그렇다. 나는 어릴 적에 시커먼 고양이를 보고 놀란 트라우마가 있어서 고양이보다는 강아지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렇다 보니 길고양이를 보면 그를 피해 딴 길로 돌아가는 것이 일쑤였고, 지인들의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마저도 만지는 것은 고사하고 보는 것조차도 얼굴과 귀가 빨개질 정도로 힘들었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그 누구보다 고양이를 아끼고 좋아한다. 모두 나의 두 녀석이 가르쳐 준 사랑으로 인해.
내가 서른 살이 되던 그 해의 첫날, 작고 소중한 쌍둥이 고양이를 선물 받게 되었다. 그때 나는 독립하기 전으로, 엄마와 여동생과 한 집에서 살고 있었다. 1월 1일, 새해라고 막내 이모집에서 외가 식구들의 모임이 있었는데 그때 우리 아이들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이다. 엄마도 동생도 가족들 모두가 나의 고양이 트라우마가 극복될 수 있도록 아깽이 때부터 정주며 키워보는 것을 적극 찬성했던 바. 그것도 쌍둥이를 데리고 와서 키운 덕분에 나는 고양이 트라우마가 뭔가 싶을 정도로 잊은 지 오래고, 독립할 때도 내가 두 녀석을 모두 데리고 나올 정도로 고양이 사랑에 흠뻑 취하게 되었다.
귀여운 솜방망이로 그루밍하던 모습이며, 골골송을 부르며 식빵 굽던 모습이며, 낮에는 실컷 자고 밤에는 우당탕탕 뛰어놀던 모습까지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다. 그렇게 나는 우리 집 고양이들의 생일을 챙기는 것은 물론 세계고양이의 날을 기억하고 기념과 축하를 하게 되었으며, 인터넷에 고양이 관련 정보나 영상이 뜰 때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서 보게 되었다.
지금은 길에서 사는 고양이 모두 다 내 동생들 같고 가족 같다는 생각에, 간식이라도 하나 주지 못하면 마음에 걸려 지나치지를 못하는 만큼 녀석들이 내게 준 사랑의 가치는 어마어마했다.
8시간, 8일도 아니고 8년 가까이 쌍둥이 고양이답게 두 마리의 온전한 사랑을 느꼈던 나. 처음이라 모든 게 서툴렀던 나는, 끝내 8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속에서 한 녀석을 먼저 떠나보내고 말았지만 그 녀석이 내게 주었던 값진 사랑이 헛되지 않도록 10년 가까이 내 곁에 남아 함께하고 있는 또 한 녀석은 기필코 더 많은 사랑과 보살핌으로 건강하게 지켜낼 것이다.
물론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 같이 살아가는 동안에는 좀 더 웃고 즐거운 일들만이 가득할 수 있도록 아직도 부족함 투성인 철부지 이 집사가 많이 노력할 테니 우리 끝까지 잘 지내보자고 남은 녀석에게 조심스레 전해본다.
고양이를 처음부터 좋아했던 내가 아니었던 것처럼 너희 둘에게도 내가 처음엔 그저 만만한 초보 집사로 보였었을지라도 우리의 인연은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가슴 깊숙이 새겨본다. 먼저 여행 떠난 고양이 별에서 식빵 구우며 내려다보고 있을 한 녀석과 내 옆 침대에서 골골송을 부르며 곤히 자고 있는 또 한 녀석을 지금 이 순간도 그리워하고 여전히 사랑하며...
"이제는 처음 보는 고양이도 겁먹지 않고 금방 친해질 수 있어요!"
사실상 보기만 해도 사람 잘 따르고 친근한 강아지보다 예민하고 경계심이 많은 고양이에게 다가가는 것이 겁도 나고 쉽지 않은 일이다. 나 역시도 10년 전에는 그랬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나의 쌍둥이 고양이가 알려준 사랑으로 인해 처음 보는 고양이도 겁먹지 않고 금방 친해질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쌍둥이 고양이를 키워오면서 터득한 처음 보는 낯선 고양이랑도 스스럼없이 친해지는 방법은 이렇다. 먼저 고양이는 강아지와 달리 예민해서 예쁘다고 반갑다고 먼저 가서 앉고 만지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우리는 고양이가 먼저 다가와주기를 기다려야 한다. 관심 없는 척 딴짓을 하다 보면 어느새 탐색이 끝난 고양이가 긴장을 늦추고 기지개를 켜면서 스멀스멀 다가올 것이다.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을 땐 천천히 눈을 깜빡여 신뢰감을 주고, 검지 손가락을 내밀어 코 인사를 시도해 보는 것도 좋다. 이때 고양이가 점점 다가와 검지 손가락 끝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다는 것은 어느 정도 경계심이 풀렸다는 의미로, 처음 만난 고양이와 조금씩 가까워지는 좋은 방법이 되겠다.
그리고 또 하나, 안면 페로몬 분비가 왕성한 얼굴 주변 특히 턱 밑을 쓰다듬어주거나 궁디팡팡 해주는 것을 좋아하니 고양이를 처음 만났을 때 시도하면 친해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끝으로 이 글을 읽고 있을 고양이를 오래 키운 베테랑 집사 혹은 이제 막 키우기 시작한 초보 집사나 키우고 싶은 고양이 러버들, 아니면 나처럼 고양이 트라우마가 있었는데 극복했던 사람들 모두 상황은 다를지언정 고양이를 좋아하고 예뻐하는 그 마음 하나만은 같기를 바라면서 우리 모두 고양이랑 친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