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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정 Aug 20. 2022

<탑건: 매버릭> 인간 승리적 휴먼 드라마

<탑건: 매버릭>의 스포일러가 담긴 글입니다.

인간은 결코 불완전하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에 집착하는 결함적 습성이 생겼고, 자연계에서 습득한 정보와 지식을 외주화하고  누적된 교훈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강박이 있다. 단적인 예로는 컴퓨터와 기계일 것이다. <탑건:메버릭> 이런 완벽성에 집착하는 인간이 파생시킨 기술을 인위적으로 점차 소멸시켜 인간의 불완전성이 꽃피우는 기적(작전중 편대1 편대2 기적1, 기적2) 낭만화시키는 휴먼 드라마라고 생각된다.


페널티를 주며 기술의 영역을 덜어내고 낭만을 발굴하는 휴먼 드라마

우리는 기술의 진보를 선망하고 열망함으로써, 신기술을 섭렵하고 양자적 상황에서 비대칭적 절대우위에 오를 수 있다고 믿지만, 고도의 기술은 또 다른 고도의 기술에 의해 상쇄된다. 가령, 프로그래밍의 공방을 오가는 사이버 전쟁 속 해킹은 컴퓨터 보안의 발전에 의해 제동되고 그 방패를 관통할 더 예리한 창으로서 재등장한다. 이런 측면에 봤을 때, 결국 중요한 것은 창과 방패를 쥐고 있는 사람이다. 영화의 화법 또한 그렇다. 적진에 완비된 GPS재밍이라는 선진 기술을 통해, F-35와 같은 최첨단 5세대의 우군기는 먹통이 되어 무용해진다. 그렇기에 비교적 아날로그적인 4.5세대 F-18 함재기가 미션의 관건이 되고, 그로부터 가장 우선적인 것은 파일럿, 즉 인간임을 상기시키며 영화는 고유의 주장을 견지한다(미국의 패트리어티즘 영화가 관습적으로 미국의 신기술을 과시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는 러닝타임을 소진할수록 첨단적 과학 기술를 감쇠시키고 아날로그적 낭만을 에스프레소 내리듯 추출하는데, 첫 등장은 최신 기술의 집합체인 '다크 스타'로 출발선에 선 서사의 클라이맥스에는 그 F18 마저 소산시키고 관객이 그토록 고대하던 F-14 톰캣을 탄 채로 항공모함에 귀환한다. 최종적으로는 프로펠러 비행기인 P-51를 인물이 향유하면서 스펙트럼적으로 회귀하여 낭만을 점층화하는 스텝을 밟는다.

 

<탑건: 메버릭> 속 작전의 관건 4.5세대 전투기 F-18

결국 전투기 조종이라는 용역이 신기술에 의해 대체될 거라는 필연적 운명에 조우한 '매버릭'은 "그러나 오늘은 아닙니다"라고 응답한다. 이러한 현실 수용에 또 다른 거부의사는 '다크 스타'의 시험 운용과정에서의 충동적 행위로 표명된다. 마하 9라는 속도로는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상층부를 만족시키지 못하자, 해당 프로젝트가 무인기 프로젝트로 대체될 위기에서 그는 주저 없이 마하 10에 도전하고, 더 나아가 마하 10을 초과해버리는 변칙 행동을 함으로 기체(외주화된 장비)는 소실된다. 돌발행동을 통해 '9'라는 미완의 수에서 십진법에서 완전의 숫자인 '10' 마하를 점유하는 데 성공한 '매버릭'은 인간의 결점이라고 치부되는 충동으로 산술적인 기계가 도달하지 못할 차원에 다다른 것이다. 그리고 어질러진 옷매무새와 뻗친 머리를 제외하고선 멀쩡히 한 식당에 입성하는 '매버릭'의 모습은 어떤 면에서 영화가 시사하는 걸출한 인간승리라고 볼 수 있다.


<탑건:메버릭> 인간승리와 휴먼 드라마

인간은 불완전하다. 그렇기 때문에 고도화된 기술에 집착하고 과신한다. 그러나 결국 이 결핍을 해갈하는 것은 첨단기술이 아닌 또 다른 인간이다. 매버릭은 존재조건 자체가 홀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극내에서 전투기 조종사로서의 유리한 요건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영화가 말하는 언어는 이와 상이하다. 극 중에서 팀으로써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 전투기 기동의 숙달을 교육하기보다는 해변에서 공놀이를 하는 등 팀원 간의 결속을 꾀하는 시간에 더욱 치중한다. 즉, <탑건:메버릭>은 가족적인 유대가 곧 기적을 낳는다는 휴머니즘적인 주제의식으로 구성된 드라마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이야기 구조는 전작과 흡사하지만, 결말은 그렇지 않다. 매버릭은 영화의 후미에서 자신과 유사 부자관계를 이루는 ‘구스(전작에서 사망한 매버릭의 동료)’의 친자인 ‘루스터’와 화해하고, 해군이지만 배를 몰아본 적 없던 매버릭의 유사 결함을 보상해준 페니와 상보적인 재결합을 함으로써 과거의 아날로그적 향수를 다시금 추켜세우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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