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게 라이프(hygge life)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
얼마 전 우연한 기회로 <휘게 라이프,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라는 따뜻한 제목의 책을 알게 되었다. 꼭 읽어봐야지 싶어 메모장에 저장해 두고는 근처 도서관에서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빌렸다.
마이크 비킹, <휘게라이프,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포근해 보이는 담요 위로 향긋한 냄새가 나는 듯 한 홍차 한잔을 양손에 꼭 쥔 책의 표지와 '휘게'라는 낯선 단어는 이 책을 읽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어주었다. 나는 책을 읽기 전이면 늘 표지 앞뒤를 꼼꼼히 읽고는 겉 장을 넘겨 저자에 대해 읽는 습관(이 밖에도 책 표지나 속지의 질감을 만져보거나 새 책에 코끝을 대고는 책장을 휘리릭 넘기며 새책 특유의 냄새를 맡는 등 여러 습관이 있지만)이 있는데, 앞표지를 넘기자 저자의 소개 대신 그 자리를 본문에 담긴 휘게의 정의가 차지하고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휘게(hygge)'라는 단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 어쩌면 저자는 나 같은 독자를 위해 친절하게 휘게의 뜻을 이곳에 적어두기를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휘게는 간소한 것, 그리고 느린 것과 관련이 있다. 휘게는 새것보다는 오래된 것, 화려한 것보다는 단순한 것, 자극적인 것보다는 은은한 분위기와 더 가깝다. 여러 면에서 휘게는 '느리고 단순한 삶'의 덴마크인 사촌이라고 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잠옷을 입고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보는 것, 좋아하는 차를 마시면서 창가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는 것, 여름휴가 기간에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모닥불을 피우는 것 모두 휘게다.
-본문 중에서
휘게를 설명하는 일은 꽤 까다로운 일이라고 저자도 본문에서 밝히고 있는데, 웰빙이라는 단어와 닮아있는 이 단어는 사물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어떤 정취나 경험,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때의 느낌과 관련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단어를 뚜렷하게 정의 내리기는 어렵지만 책을 읽고 나니 분명히 '휘게'를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겠다. 저자가 왜 휘게를 정의 내리는 것이 까다로운 일인지 서두에 밝혔던 이유까지도 말이다. 책을 읽으며 휘게에 대한 '그 느낌적인 느낌'을 찾아가는 일도 꽤 의미 있는 일이 되겠다 싶다.
덴마크 사람들은 휘게 라이프가 그들의 행복을 만들어 주는 원천으로 삼고 있다. 행복을 이끌어주는 휘게는 반짝이고 값비싸며 특별한 것이 아닌 사소하고 작은, 따뜻한 느낌을 주는 어떤 것들로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휘게를 누릴 수 있는 여러 가지(공간이나 물건, 음식 등)에 대해 다루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특히 3장에서 다루는 <'휘게'가 말하는 '함께'의 가치>를 인상 깊게 읽었다. 더불어 4장에서 다루고 있는 <'오감'으로 느끼는 휘게>라는 소제목의 내용도 흥미로웠다. 내가 매일 같이 경험하는 삶의 부분들 속에서 휘게의 맛이나 소리, 냄새와 질감 등을 찾아보게 되었달까. 퍽 의미 있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휘게는 맛, 소리, 냄새, 질감을 갖고 있으며, 시각적으로도 느낄 수 있다책을 읽다 보니 욕심이 없다고 느꼈던 내 삶이 꽤 여러 욕심들로 가득 차 있었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런 욕심들이 채워진다고 해서 행복한 삶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것들을 향해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뒤로한 채 부단히도 달리고 있었구나 싶었다. 조금은 더 현재의 삶에서의 행복을 돌아볼 수 있을 거 같아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졌다.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한 봄날에 이 책을 만나서 참 좋다. 조금은 더 휘겔리한 하루하루를 채워갈 수 있도록,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주어진 일상을 따뜻한 빛들로 물들여가고 싶다.
끝으로, 기억하고 싶어 적어두는 본문에 소개된 휘게 10 계명
따뜻한 그림들과 함께 소개하고 있는 휘게 10계명1. 분위기
/조명을 조금 어둡게 한다.
2.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충실한다. 휴대전화를 끈다.
3. 달콤한 음식
/커피, 쿠키, 케이크, 사탕. 더 주세요!
4. 평등
/'나'보다는 '우리'. 뭔가를 함께하거나 TV를 함께 시청한다.
5. 감사
/만끽하라. 오늘이 인생 최고의 날일지도 모른다.
6. 조화
/우리는 경쟁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무엇을 성취했든 뽐낼 필요가 없다.
7. 편안함
/편안함을 느낀다. 휴식을 취한다.
8. 휴전
/감정 소모는 그만. 정치에 관해서는 나중에.
9. 화목
/추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관계를 다져보자. "기억나? 우리 저번에…."
10. 보금자리
/이곳은 당신의 세계다. 평화롭고 안전한 장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