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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ONG MIN CHEOL Nov 24. 2015

스타트업, 연봉 0원의 삶

이제 막 스타트업의 세상에 진입한 사람의 이야기

온 세상이 스타트업의 열풍에 대한 이야기로 왁자지껄하다.

각종 미디어와 블로그에는 스타트업의  A부터 Z 까지 모든 것들의 정보가 낱낱이 공유되고,

누구나 맘만 먹으면 쉽사리 맘을 먹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충분한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


다만 그 속에는 나와 같이 첫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두려움과 걱정거리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 글은 스타트업 세상에 막 진입한 사람의 심리상태 단면을 보기에 적합한 글이 아닐까.


원체 겁에 질린 사람들은 별로 내색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겁에 질렸다고 동네방네 떠벌리고 다녀서 무엇이 도움이 되겠는가.

그 시간에 코딩 한 줄. 고객 한 명이라도 더 만나는 게 도움이 될 테니.


"진정한 프로는 자신에게 전력을 다하게 하는 프로젝트에 힘을 쏟을 것이다. 자신을 가장 깊은 물 속에 빠트리고, 가장 깊은 무의식 속으로 끌고 갈 과제를 수행한다. 그가 겁먹었냐고? 물론이다. 미친 듯이 겁에 질렸다. "
-스티븐 프레스필드


애써 본인을 진정한 프로라고 감정이입을 해보지만, 줄어드는 통장 잔고를 보면 잔뜩 움츠러든다.

풍족한 월급으로 한 달 생활비 150 가량을 의미 없이 지출하던 평소 생활은,

60만 원 이내로 최대한 의미 있는 소비를 하려 하는 태도로 바뀌었다.

UX UI 컨설팅 업만 7년. 스타트업처럼 시작한 회사에서 1년.

그리고 현재... 창업전선에 뛰어든지 딱 3개월 차이다. 중고신인이라 할 수 있을까? 이제 갓난아기일 뿐이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누구나 알법한 회사에 입사해서 맘 편히 월급을 받으며 지낼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이내 곧 맘 편한 월급이란 없고, 지금껏 누군가의 밑에서

남의 서비스를 만들어주느라 버닝 되었던 내 모습을 돌이켜 본다.


항상 목이 말랐다.


끊임없이 갈증에 겨워 이상적인 모습을 동경했다.

이제 그 이상이 현실에 벽 앞에서 벽을 타고 넘어갈 수 있을지. 벽을 부술 수 있을지.

벽 앞에 주저앉고 말지 시장에서 숫자로 나의 실력을 검증해야 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겨울이 오고 있어... 덜덜덜


나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Stay  Hungry, Stay foolish 로 지내신 분들이 어떤 마음일까.

그들은 무엇을 믿고 그렇게 무모하게 달릴 수 있었을까.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라깡


항상 그래 왔던 것 같다. 물 흘러가는 대로...

누군가의 욕망을 마치 나의 욕망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항상 그렇듯 타자의 욕망은 나의 욕망을 압도했고,

나의 욕망이란 세상의 작은 물방울 같아서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머리가 굵고 일을 제법 해보고 나니, 잘못 된 것들이 눈에 더욱 크게 보이고

돈으로 살 수 없는 무형의 가치들이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되더라.


작년 겨울 어느 날. 감성 폭발 페북 포스팅.


나의 욕망은 통제 가능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욕망을 달성하는 일이다. ( 혹은 욕망을 줄이거나 )

나 자신이 누군가의 꿈이 되기 위해서는 겁이 나도 어쩌겠는가.

늑대로 태어나 눈 내리는 저 숲 속에 들어가 굶어 죽느니,

양으로 둔갑해서 풀이나  뜯어먹고서는 누군가의 꿈이 될 수 없음은 명확하다.


결국 '나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의 문제라고 본다.

언제나 선택과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의 몫이다.


연봉 0원의 삶.


현실은 냉혹하고 시시때때로 발가벗겨진 기분이 든다.

난 오늘도 매우 겁에 질려, 징징거리는 장문의 포스팅을 남긴다.


후련함을 안고 잠에 들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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