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스타트업의 세상에 진입한 사람의 이야기
겪어보지 못한 자에게 전쟁이란 달콤한 것이다. - 에라스뮈스
다들 장밋빛 이야기들을 하고, 몇십억 몇백업 투자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매주 미디어에서 발표된다.
모든 창업자들은 단기간에 큰 성장을 통해 큰 과실을 얻는 상상을 해보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상상 그 이상의 차이를 보여준다.
스타트업, 계급장이 필요없는 전장.
창업을 시작한 이후로
나는 때때로 발가 벗겨진 기분이 들곤 한다.
대체로 현실의 벽앞에 부딪혔을 때, 고객들의 차가운 반응을 들을 때,
이전에 배우고 쌓아오던 지식과 경험들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때,
하고자 하는 일과 생각들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매몰찬 거절을 마주할 때.
나는 발가 벗겨진 기분이 들어 숨고 싶어진다.
이 판에 진입한 선수들은 인생을 대하는 태도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지 않을까 공상을 해본다.
온전히 나의 힘으로 나의 의지로 나의 실력으로 굳건히 일어설 수 있는 기회.
꼭 그만큼 누릴 수 있는 자유와 기회만큼, 무거운 책임이 내 어깨를 짓누른다.
여성 래퍼들이 살벌한 디스 전쟁을 펼쳤다.
거침없는 디스 속에서 멘탈이 강한 자들은 살아 남았고,
그렇지 못한 자들은 가사 실수를 하는 등 탈락 위기에 놓이고 말았다.
티비채널 속에서 상대방 공격에 멘탈이 털려 축쳐진 어깨의 래퍼를 보며,
멘탈이 깨져버린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관전자가 아닌 선수로 뛰기로 맘을 먹고,
스테이지로 올라가면 실력으로 증명해내야 한다.
호날두나 메시가 유명해진 이유는 언론과 친해서가 아니라 본인의 실력을
그라운드 위에서 가감없이 보여줄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때때로 스타트업 선수들의 멘탈이 깨지는 이유가 뭘까?
내가 훌룡한 선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자존감의 붕괴,
미래에 대한 불안함, 혹은 상황에 대한 불필요한 긍정
Jim Collins asked,
"견뎌 내지 못한 사람들은 누구였습니까?"
Stockdale answered,
"낙관주의자들입니다."
"불필요하게 상황을 낙관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전에는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다가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부활절이 되기 전에는 석방될 거라고 믿음을 이어 나가고 부활절이 지나면 추수감사절 이전엔 나가게 될 거라고 또 믿지만 그렇게 다시 크리스마스를 맞고 반복되는 상실감에 결국 죽게 됩니다. 이건 아주 중요한 얘기인데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막 무언가에 대한 신념을 잃지 않고 버티는 것과 아무리 가혹한 현실이라도 그것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인 것입니다."
1965년부터 1973년까지 8년간 '하노이 힐턴' 전쟁포로 수용소에서
전쟁포로들을 죽인건 긍정의 배신 - 상실감이였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현실주의자들이였다.
냉혹한 사실을 직시하고 현실을 극복하려 한 ...
꿈만 꾸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고, 얻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그것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담벼락에 발길질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대다수의 스타트업들은 기나긴 싸움을 해야한다.
불필요한 두려움과 걱정, 혹은 헛된 희망을 붙잡고 낙관하게 되면
꼭 그만큼의 상실감이 창업자들의 목을 조르게 되버릴 것이다.
긴 호흡으로...
매우매우 긴 호흡으로...
당장 내딪을 한 걸음에 집중해서...
통제할 수 없는 건 강물에 떠내려가게 쉬어두고,
통제할 수 있는 건 지혜로운 역량 만큼 준비하고,
주위와 어깨동무하여 쉽게 지치지 않도록 스스로를 보호하며,
본인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꼭 단디 붙잡고 갔으면 한다. 제발.
ps.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영웅입니다.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막 무언가에
대한 신념을 잃지 말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