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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흔 Oct 28. 2024

달빛이 엿듣는 수요일 이야기

수요일마다 모여 글을 쓴다. 아니, 이야기를 나누고 달빛이 그 이야기를 엿듣는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은 김현근, 정해월, 이창복, 임황빈, 민은숙, 백정화, 이렇게 여섯 명이다. 책의 서두에 쓰인 대로, 어떤 사람은 흐릿한 기억을 찾아, 또 어떤 사람은 일생의 그리움을 찾아 그렇게 가슴속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리고 나서야 그들은 살아 숨 쉬고 있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인생의 중년을 넘긴 나이에 오래전부터 품었던 글 쓰기에 대한 열정을 늦게나마 남들 앞에 드러낼 용기를 보여준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놓은 책이다. 책에는 다섯 공저자가 지은 각각 두 편의 산문과 한 명이 쓴 소설이 실려 있다. 글들은 주로 지난 시절의 기억으로부터 소재를 갖고 온 글들이며, 공통적인 특징은 글쓰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작가의 글이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모든 글이 어리숙하다고 생각될 수 있을 정도로 순수함을 머금고 있다. 그렇지만 글 안에는 이루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쁨이 담긴 모습이 보인다. 그렇기에 더욱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는 글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저 문자라는 형식을 빌려서 작가의 마음을 그리는 일이다. 미성숙한 중학생에게 들려주었던 선생님의 재치 있는 칭찬을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는 김현근 작가는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를 쓰면서, 지금까지 그림으로 모방을 추구했던 마음을 비로소 글로 그리는 것에 도전한다. 정해월 작가는 글 ‘노랑이’에서 인간의 행복은 어디에서 왔다 어디로 숨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그대는 과연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평범하게 그날그날을 무탈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그 답은 독자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종교의 힘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다는 이창복 작가는 인생에 있어서 언젠가는 생각지도 않은 계기로 지금껏 부정해 왔던 세상이 다르게 보일 수도 있음을 글쓰기를 통해서도 확인하고 싶어 한다. 내 주먹을 믿는 대신, 손에 쥔 펜의 힘을 믿어 보는 것은 어떤가? 거칠 것 없던 삶의 여정만큼 거칠 것 없는 창작활동을 이어간다면 분명 훌륭한 작가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글 관련 책으로만 한 우물을 팠던 임황빈 작가는 이제 자기만의 글을 쓰고 싶어서 수요일 저녁의 이야기 판에 합류했다. 농사짓는 농지에 얽힌 가족과 친지 사이의 갈등을 그린 ‘땅’에서는 우직하리만치 순수하고 정직한 필체를 보여주고, 흔한 사회 문제화한 ‘보이스피싱’에서는 소심한 안타까움과 공권력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한다. 

    

그리고 책의 중간에는 작가들의 글쓰기를 지도한 민은숙 작가의 간결한 시 두 편이 실려 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는 백정화 작가의 첫 소설인 ‘피천 고갯길’이 실려 있다. 피천 고갯길이라는 낯선 장소에서 기억을 읽고 깨어난 사람과 만나는 정체 모를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처음에는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 법한 구미호가 아닌가 했다가 갑자기 저승사자가 등장하기도 하고, 반전으로 도깨비도 등장한다. 다소 흔한 클리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첫 소설에서 그 정도의 서사를 연결하는 구성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은 작품이다. 

     

물론 이 책의 글 상당 부분이 단순한 서술로만 이루어진 곳도 보인다. 하지만 그 정도라도 마음속의 생각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처음 글쓰기를 시작한 사람에게는 대단한 일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이 책의 공저자 다섯 분은 이미 책을 출간함으로써 그 대단한 일에 첫발을 내디뎠다.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몰라 글쓰기를 주저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아마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면 처음보다는 한결 글쓰기에 자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A5 크기의 80쪽이 채 안 되는 이 책은 부크크에서 POD로 출간되었으며, 부크크 외에 교보문고와 예스 24, 알라딘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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