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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흔 Nov 11. 2024

머리털 나고 생전 처음 타로를.

지난번 붕어빵 파는 카페 이야기를 올렸는데, 어제는 아내와 딸과 함께 셋이 붕어빵을 먹으러 다시 찾았다. 평일 낮이 아니어서 그런지 카페에 손님이 제법 있었고, 아내와 내가 전에 앉았던 자리에는 이미 단체 손님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기자기한 실내에 반한 딸은 입구부터 여기저기 사진 찍기에 바빴다. 요즘 후기 블로그에 맛을 들였기 때문이다. 딸의 블로그는 아래에 링크를 연결해 둘 것이므로 카페 내부가 궁금한 분은 딸의 블로그를 잠시 다녀오시면 되겠다. 카페에 들어선 나는 입구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아내와 딸은 주문하기 위해 주문대 앞을 서성이고 있었는데, 주문을 마치고 돌아온 딸이 난데없는 타로 이야기를 꺼냈다. 

    

아내와 나는 그게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오늘 처음 카페에 간 딸이 하는 말이, 그곳에서 타로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역시 젊은 딸이 눈썰미가 있었다. 그 카페에서는 붕어빵만 파는 것이 아니고, 타로도 보아준다는 사실을 카페에 들어서기 전에 알았다는 것이다. 어떻게 알았냐고 하니까 입구 배너에 아주 작은 글씨로 타로라는 글자가 적힌 것을 보았다고 한다. 우리는 흥미가 당겨서 주인에게 물었는데, 주인이 타로를 공부한 사람이었고 동네에서 입소문으로 주민들이 종종 와서 타로를 보고 간다고 했다. 우리는 생전 타로는 본 적이 없다 보니, 과연 타로는 어떻게 보는 것인지가 궁금해졌다. 

     

일단 주인의 설명에 따라 딸이 한 번 보기로 하고 어느 시간대가 좋겠는지 물어보았더니 주민들이 저녁 하러 들어간 오후 여섯 시 이후가 한가하니 그때면 좋겠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나중에 다시 오겠다고 말하고는 카페를 나와 동네를 한 바퀴 산책하고 집에 들어갔다가 저녁에 추울지 몰라서 겉옷을 입고 다시 카페로 갔다.

  

주인 말대로 그 시간에 카페는 한산했다. 우리는 안쪽 타로를 보는 공간으로 들어가서 앉았다. 일단 타로는 보는 방법부터가 일반 점집과는 달랐다. 흔히 점집에 가면 무엇 때문에 왔냐고 묻고는 점사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지만, 타로는 보는 사람이 정확한 질문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그냥 뭉뚱그려서 연애운이 어떻냐? 하고 묻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질문을 나누어서 물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 남자를 만날 가능성이 있냐? 지금 이런 남자를 만나는데, 계속 만나도 좋으냐? 아니면 헤어지는 것이 좋으냐? 뭐 그런 식으로 질문을 딱 부러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타로 대가도 질문 당 얼마, 이렇게 받는다고 했다. 

     

일단 딸의 연애운부터 물어보았다. 주인은 타로를 섞더니 테이블 위에 놓고 한 손으로 반원을 그리면서 쫙 펼치는데, 마치 마술사가 카드를 펼치는 것처럼 멋지게 보였다. 타로는 그냥 카드 몇 장을 선택하면 그 카드로 이야기를 엮어서 설명해 주는 줄 알았는데, 주인은 아주 친절하고 상세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일단 카드도 달랑 몇 장만 뽑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총운이라고 해서 세 장을 뽑고, 일 년을 분기별로 나누어 분기마다 세 장씩 12장을 뽑으라고 했다. 딸이 카드를 다 뽑고 나니, 주인이 설명을 시작했다. 아내와 나도 함께 들었는데, 딸의 연애관이나 남자친구를 선택하는 기준, 성격, 대인관 같은 부분은 어느 정도 정확하게 맞추는 것 같았다. 우리에게는 물론 당장이라도 딸에게 남자친구가 생긴다는 이야기가 가장 반가운 이야기였는데, 결국 아직은 시기가 아니고 내년 여름(2분기 이후)이나 되어야 소식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매사에 긍정적인 딸은 그래도 아예 연애할 팔자가 못 된다는 이야기보다는 그래도 그게 어디냐고 하면서 아주 좋아했다. 그리고 내년 여름쯤 다시 재확인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추가 질문을 하나 더 했는데, 그 질문은 딸의 프라이버시이므로 여기에는 공개하지 않기로 하겠다. 아무튼 그래서 비용은 첫 질문 이만 원에 추가 질문은 건당 만 원이므로 총 삼만 원을 지급했다. 그래도 딸이 결과에 대해 만족했으므로 나름의 가성비가 있는 지출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 가족 최초로 타로를 보았다. 하여간 카페 주인은 정말 다양한 재주와 취미와 능력을 지닌 희한한 캐릭터였음이 어제 밝혀졌다. 이제 가면 갈수록 주인의 또 다른 능력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 참! 지난번 글을 읽은 어느 작가님이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서 물어보았는데, 외국에 바이크 여행을 갈 때는 그 나라에서 렌트한다고 한다. 아마 자신의 바이크를 갖고 가는 것은 육로 여행일 경우 가능할지 모르는데, 우리나라 사람은 육로여행이 불가능하지 않은가? 하지만 가까운 일본의 경우는 배에 싣고 가기도 한다고 한다.

      

아무튼 어제는 또 한 번의 새로운 경험을 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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