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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흔 Nov 12. 2024

민은숙의 동화 _ 이런것도 먹어 봤니?

시골에서 한참 떨어진 도시로 전학해 온 서주와 옆집에 사는 미영이라는 여자아이가 등장한다. 도시 학교의 분위기를 미처 알지 못했던 서주는 등교 첫날 신고 간 검정 고무신으로 인해 미영의 놀림감이 된다. 아이들은 다 그렇지 않은가? 무슨 건수라도 하나 걸리면 그것을 빌미로 놀리기도 하고 그러는 것 말이다. 하지만 우리도 어린 시절을 겪었다시피, 친해지고 싶은 아이가 있어도 다가가지 못하고 주뼛거리면서 오히려 툭툭거리거나 놀리거나 하는 일은 아이들 세계에서는 흔한 일이다.

     

여차하면 첫날부터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는 처지의 서주는 반전을 계획한다. 도시의 아이들은 잘 모르는 시골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나 꽃, 곤충, 동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면서 친구들의 주의를 끌어보려 한다. 심지어 그 나이의 도시 어린아이들에게는 생소한 뱀을 먹어본 이야기까지 이르러 친구들의 경악을 사고야 만다.

      

“전원의 농촌 드라마로 시작된 국어 시간이 순식간에 공포영화로 둔갑한다. 아이들의 순수로 빛나는 눈빛이 흐려지더니 점점 괴기스럽게 변해갔다. 슬금슬금 뒤로 발걸음을 옮기며 서주와 거리를 벌리기 시작한다.” 

     

아이들에게 호감을 주고 가까워 보려고 한 순진한 시골 소녀 서주의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으레 그렇듯 그렇게 어색한 순간을 모면하게 해주는 화제는 선생님의 첫사랑 이야기이다. 그렇게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서주의 뒤를 미영이 졸졸 따라온다. 그러더니 서주의 옆집으로 미영이 들어간다. 아, 미영은 서주의 바로 이웃이었다. 더군다나 서주의 엄마와 미영의 아빠는 회사 동료였다.

      

그렇게 원치 않던 등하교 친구로 굳어지게 된 서주와 미영은 점점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다가간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동화를 읽는 것은 처음인지라, 문체나 대화체도 낯선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끝까지 읽다 보니 군데군데 나의 어린 시절도 떠올리게 하는 글들이 있어서 부담 없이 몰입할 수 있었다. 개구리는 무슨 맛이냐고 묻는 미영에게 무 넣고 고추장 넣고 빨갛게 끓이면 맛있다고 알려준다. 뱀을 진짜 먹어보았냐고, 무슨 맛이냐고 묻는 물음에는 불에 익히면 닭고기 가슴살 맛이라고 이야기해 준다. 미영은 어색한 분위기를 은근히 서주를 시험하는 질문으로 넘어가고, 그 질문에 대답하는 서주가 진짜로 개구리와 뱀을 먹었음에 분명하다고 믿으면서 의문의 1패를 인정한다. 아주 귀여운 모습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깍쟁이 도시 소녀인 줄 알았던 미영도 다른 학교에서 전학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동병상련인 두 여자아이는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동지 의식을 느낀다. 확실히 어린아이들은 아무것도 아닌 일로도 쉽게 가까워질 수 있는 모양이다.  

   

우리도 어릴 적 교실 한가운데 난로에 도시락을 올려서 데워 먹은 기억이 있다. 

“탑처럼 쌓인 도시락이 무거운 난로는 낑낑거리며 거친 숨을 연기로 내쉬기 바빴다.”

그리고 시린 발을 난로 옆에 대고 불을 쬐다가 양말을 태워 먹은 기억도 있다.

“억하심정으로 미영의 발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 게다가 애먼 양말을 덥석 물어뜯었으니 발바닥이 훤히 드러날 수밖에.”

작가는 그런 상황을 아주 재미있는 표현으로 묘사하고 있었다. 이런 글이 동화적 시각의 글인가? 하는 느낌을 주는 부분이 이처럼 책의 곳곳에 숨어있었다. 

     

마지막에 작가는, 별로 주변에 놀잇거리가 없는 도시 학교의 어린이에 비해 시골의 아이들은 천둥벌거숭이처럼 모두가 잘 어울리고 모든 걸 함께할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조건 없이 아이들을 품어주는 넓은 산과 활짝 열린 들이 있었던 덕분이라고 말한다. 작가의 말에서 언급했듯이, 점점 놀이터에서 흙을 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희귀한 일이 되어버린 세태 하에서 미래의 주역이 될 아이들에게 자연의 품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을 이 책을 통하여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 책은 현재 시인, 소설가, 웹진과 신문사 필진, 칼럼니스트와 글쓰기 교실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민은숙 작가의 동화책이다. 작가가 이렇게 문어발처럼 여러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작가의 창작에 대한 열의가 마르지 않는 샘과 같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열의에 문화재단과 예술재단의 창작 기금 수혜를 더 해 활발한 출간 활동도 끊임없이 계속하고 있다. 그만큼 창작에 대해 열정적인 작가의 브런치 필명은 바로 ‘은후’이다. 

     

은후 작가의 건승을 기원하며, 올해에도 문운이 끝 모를 정도로 치솟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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