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착각이었을까? 과욕이었을까?

by 정이흔

착각이었을까? 과욕이었을까.



고층아파트 거실 창 방충망에 매미가 들러붙었다

자기가 있을 자리를 잊은 것인지 그저 높이 오르고 싶었던 건지

그곳은 부리를 찔러 넣을 나무도 없고

갈증 달래줄 수액조차 없는

사막 같은 곳

무엇 찾아 그 높은 아파트 창문 방충망에 발을 걸쳤나



높이 날고 싶었어도 내려앉을 곳이 없다면

결국 오르지 않은 만 못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아 봐야

이미 발은 방충망 틈새에 끼어 벗어날 수 없었고



어리석은 매미는 끝내 그렇게 매달린 채 생을 다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가을빛